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77화: 판결(判決)의 비무와 대지(大地)의 중검
장문인 진현도인은 혁과 남궁철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마침내 무거운 침묵을 깨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기황의 흐름이나 기의 옳고 그름을 겉모습만으로 판결하기란 쉽지 않은 법. 강호의 오랜 규칙에 따라, 비무를 통해 시비(是非)를 가리기로 합시다. 혁 문주와 남궁 대장로, 두 사람이 태극비무대에서 겨루어 승패로 그 정당성을 증명하시오."
장문인의 판결에 광장의 무림인들이 숨을 죽였다.
비무를 통한 시비 판결. 이는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목숨을 걸고 힘으로 그 옳고 그름을 증명하는 무림의 거룩한 관례였다.
혁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웅전 계단을 밟고 비무대로 올라섰다.
"좋소. 나도 말로 하는 구구절절한 변명보다는 힘으로 보여주는 편이 훨씬 편하니까."
맞은편에 선 남궁세가의 대장로 남궁철은 전신에 푸른 기파를 두르며 명검 '천중검(天重劍)'을 뽑아 들었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초일류 대성의 묵직한 진기가 비무대 주변의 먼지를 사방으로 쓸어냈다.
"남궁혁! 네놈이 그 기괴한 벼락과 공간 신법으로 흑도 몇 놈을 잡았다 하여 기고만장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이 남궁철의 천중검은 그 얄팍한 사술 따위는 단숨에 부수어 버릴 무게를 지니고 있다!"
남궁철은 가문에서 혁에게 입었던 패배를 설욕하고, 가문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첫 초식부터 전력을 다할 기세였다. 그의 초일류 진기가 천중검의 검신으로 응집되자, 검날이 보랏빛 검기로 흐물거리며 거대한 중압감을 내뿜었다.
"검은 뽑지 않느냐?"
남궁철이 소리쳤다.
혁은 여전히 허리의 현검에 손조차 대지 않은 채, 양손을 뒷짐 지고 나직이 말했다.
"당신 같은 우물 안 개구리를 상대로 검을 뽑을 필요는 없소. 손짓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오만한 놈! 죽어라!"
남궁철이 대지를 박차고 솟구쳐 올랐다.
그의 중검 천중검이 반월을 그리며 혁의 머리 위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남궁세가의 비전 검법 중 무거운 파괴력을 자랑하는 '천중벽력참(天重霹靂斬)'의 초식이었다. 매서운 압박감이 비무대 바닥을 짓누르며 굉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