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74화: 무당의 관문(關門)과 무릎 꿇는 공자들
무당산(武當山) 산기슭에 위치한 해음현(解陰縣)은 무림 정기 대회를 맞아 중원 각지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무림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도포를 입은 소림파의 학승들, 등 뒤에 검을 멘 무당파와 화산파의 도인들, 그리고 각지의 개방 도인들과 삼류 방파의 무사들까지 모여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혁 일행이 신룡대원들과 함께 산문 입구로 들어서자 주위의 웅성거림이 일시에 커졌다.
"저기 보게! 저 청년이 바로 흑월교의 지부를 홀로 쓸어버렸다는 마도문주 혁이 아닌가?"
"쉿! 목소리를 낮추게. 저자 옆에 신룡대의 고수들이 호위하듯 걷고 있지 않은가."
그때, 산문 바로 앞 계단 위에서 남궁세가의 장포를 입은 다섯 명의 청년 무사들이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들의 중심에는 남궁세가 방계의 천재로 통하는 소공자, 남궁진(南宮珍)이 차가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그는 폐인이 된 남궁위의 사촌 동생이었다.
"거기 시녀의 자식 년놈들, 멈춰라."
남궁진이 턱끝으로 혁과 소소를 가리키며 멸시 섞인 비소를 지었다.
"남궁을 배신하고 이교의 마공을 훔쳐 개파를 했다는 개소리를 들었다. 비천한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군. 어디서 무당파의 성스러운 산문에 시녀의 자식 따위가 발을 들이려 하느냐? 당장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해도 시원찮을 판에!"
그의 도발에 주위의 무림인들이 숨을 죽였다.
남궁백이 이빨을 갈며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혁이 가볍게 그의 어깨를 짚어 세웠다. 혁은 남궁진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저 나직이 주문을 읊조렸다.
"그라비티 프레스(Gravity Press)."
우우웅-!
남궁진을 비롯한 남궁세가 제자 다섯 명의 머리 위로 수십 배로 압축된 중력장이 내리꽂혔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쇳덩이가 하늘에서 짓누르는 듯한 중력의 파동이었다.
"커흑?!"
"끄으윽!"
남궁진은 검을 뽑아 들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압박에 숨을 들이켜며 비명과 함께 바닥에 양 무릎을 쾅 소리가 나게 꿇었다.
그의 양 무릎 아래 대리석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나머지 네 명의 무사들도 똑같이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비명만을 질러댔다. 단 한 치의 신체 접촉도, 진기의 징후도 없이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사술…… 으으윽!"
남궁진은 이마의 핏줄이 터질 듯 붉게 충혈된 채 꿇어앉아 바닥만을 움켜쥐었다.
혁은 무릎을 꿇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들 사이를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듯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비키시오. 길을 막는 똥개들을 상대할 시간은 없으니."
산문을 통과하는 혁의 신형 뒤로 주위의 천하 영웅들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의 장래 유망한 고수가 제대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길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도문주 혁의 상상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힘은 무당산 입구에서부터 모두의 가슴속에 깊은 공포의 낙인으로 새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