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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71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71화: 독외(毒外)의 방문과 백색(白色)의 증명

사천당가의 칠장로 당조가 생포된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마도문의 안개 장막 밖으로 호화로운 마차 한 대와 극소수의 호위 무사들이 조용히 다가왔다. 마차 문이 열리자 녹색의 화려한 장포를 입고 중후한 위엄을 뿜어내는 미남자 한 명이 내렸다.

사천당가의 가주, 독패천하(毒覇天下) 당외(唐外)였다.

그는 무지막지한 대군을 이끌고 마도문을 도륙하는 대신 단신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길을 택했다. 당문의 정예 무사들과 칠장로가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궤멸했으며, 치유 비술이 실재한다는 소식은 섣부른 무력 충돌이 가문을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외는 안갯길을 통과해 대웅전으로 들어섰고, 마침 상석에 앉아 그를 기다리던 혁과 마주했다.

"당신이 당문의 가주 당외요?"
혁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소, 혁 문주. 내 당조 칠장로의 송환을 논하기 위해 직접 찾아왔소."
당외는 혁의 앳된 모습에 놀라면서도,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이할 정도로 청명하고 흔들림 없는 기파에 내심 긴장했다. 화경 고수의 통찰력으로도 혁의 무공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칠장로는 살아있소."
혁이 손짓하자, 남궁백이 전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에 묶여 있는 당조를 끌고 나왔다. 당조는 가주를 보자 눈동자를 굴리며 구원을 요청했으나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당외는 당조의 상태를 살핀 뒤 혁을 똑바로 보았다.
"혁 문주. 칠장로를 돌려받고 오늘 일을 불문에 붙이기 위한 당가의 조건은 무엇이오?"

"당가의 사죄, 그리고 앞으로 마도문과의 연대를 통한 철저한 우호적 계약이오."

"우호적 계약이라…… 당가는 독과 암기를 다루는 가문이오. 소문에 의하면 문주께서는 당가의 기독을 손짓 한 번으로 정화하신다더군. 가주로서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소."

당외가 소매 속에서 자줏빛을 띠는 작은 호리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이 병 안에는 사천당가의 삼대 기독 중 하나인 '혼원사독(混元蛇毒)'이 들어 있소. 초일류 고수조차 세 숨을 쉬기 전에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기독이오. 이것을 정화해 보이시오. 그렇다면 당가는 기꺼이 패배를 인정하고 사죄하겠소."

혁은 코웃음을 치며 호리병의 마개를 열었다.
자줏빛 독기가 뿜어져 나오며 탁자 위 목재 표면이 순식간에 녹색으로 부식되기 시작했다.

혁은 가볍게 오른손 소매를 들어 올려 손가락을 튕겼다.

"퓨리피케이션(Purification)."

웅-!

혁의 손끝에서 은은한 백색 광선이 호리병 주변을 덮었다.
그 순간 피어오르던 자줏빛 혼원사독의 연기가 백색 광선에 휘말려 기화하듯 사그라졌다. 연기는 단숨에 투명한 수증기로 바뀌어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호리병 안에 가득하던 끈적끈적한 자주색 독액 또한 은빛 마력에 정화되어 깨끗한 맹물로 바뀌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

당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지진을 일으켰다.
사천당가가 수백 년 동안 축적하고 정련해 온 천하의 기독이 단 1초 만에 맹물이 되어 버렸다.
혁의 정화 마법은 당문의 모든 독공(毒功)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절대적인 천적(天敵)이었다.
당외는 혁을 적으로 돌렸다간 사천당가의 뿌리 자체가 지워질 수 있음을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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