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68화: 무적(無敵)의 장벽과 정화(淨化)의 서광
"비술을 바치지 않는다면, 비참하게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될 것이다!"
당조가 표독스럽게 소리치며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파파파파팟-!
그의 소매 속에서 백여 개에 달하는 검은색 침이 벌떼처럼 날아올라 혁의 전신을 조준했다. 사천당가의 유명한 투척 암기인 '만천화우(滿天花雨)'의 하위 초식이었다. 각각의 침에는 스치기만 해도 피부를 문드러지게 만드는 음독이 발라져 있었다.
동시에 당조는 왼손의 주머니를 터뜨려 주변 십 장(丈) 이내의 모든 공기를 붉게 물들이는 '칠야추혼독(七夜追魂毒)'을 살포했다. 붉은 독안개가 날아가는 침과 함께 혁의 전신을 완전히 포위했다.
"혁 공자님!"
뒤에 있던 남궁백이 소리쳤으나, 혁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왼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실드(Shield) - 구형 전개(Sphere Expansion)."
혁의 주변 반경 이 장(丈) 이내를 감싸는, 오각형 문양이 새겨진 은백색 마력 보호 구체가 투명하게 솟구쳐 올랐다.
캉! 카강! 깡! 깡!
날아들던 수백 개의 독침들이 은빛 마력 구체에 부딪히자마자, 쇠가 강철벽에 가로막힌 듯 힘없이 튕겨 나가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은빛 구체는 단 한 조각의 균열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서 붉은 독안개가 마력 구체 표면을 집어삼키며 부식시키려 웅웅거렸다. 독기가 구체의 결계를 녹이려는 듯 기묘한 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정화(Purification) - 멀티플캐스팅(Multiple Casting)."
혁의 나지막한 영창과 함께 마력 구체 표면을 따라 눈부시게 밝은 정화의 서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빛은 붉은 독안개와 닿자마자 독성 자체를 공기 중에서 연소시켜 날려버렸다.
치이이이이익-!
붉게 요동치던 독안개는 백색의 광선 세례를 받자마자 한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맑은 수증기가 되어 허공으로 증발했다. 붉은빛은 깨끗하게 걷혔고 공터에는 숲속의 신선하고 상쾌한 바람만이 다시 감돌았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당조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사천당가의 칠야추혼독은 초일류 고수조차 기를 운기해 막아내지 못하면 칠 일 밤낮을 피를 흘리다 죽어가는 천하의 기독(奇毒)이다. 그런데 혁은 어떠한 내공 조식이나 영약의 복용도 없이, 단지 백색의 빛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천하의 기독을 공기 중에서 깨끗하게 정화하여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독과 암기의 당가가 지닌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인 '독(毒)'의 기둥이, 혁의 마법 권능 앞에서 한순간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