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67화: 식별(識別)의 장막과 당가의 잠입
당조는 혁이 순순히 내려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녹색의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주머니 안에는 바람을 타고 수십 리를 퍼져나가 닿는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막히게 만드는 당가의 전설적인 비독, '천독산(千毒散)'의 포자가 담겨 있었다.
"흐흐흐, 안개가 짙어 길을 찾기 힘드니 안개째 독으로 물들여 주마. 독가루를 안갯속으로 흩뿌려라!"
당조의 명령에 당가 무사들이 특수 제작된 풀무를 이용해 녹색의 천독산 가루를 마도문의 푸른 안갯속으로 거세게 내뿜었다. 독가루는 안개와 뒤섞여 빠르게 산 위로 번져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마도문의 안개 결계는 단순한 풍수지리의 연무가 아니라, 2서클 마도사인 소소가 마도전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마력의 신경망이었다.
"혁아!"
마도전의 마도 수정반 앞에 앉아 있던 소소가 감각을 열어 다급히 혁에게 전음했다.
"산기슭 입구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났어. 공기 중의 자연 마나가 비정상적인 독성 원소와 충돌하며 오염되고 있어. 누군가 독가루를 뿌린 것 같아!"
"감지가 아주 정확하군요, 누님. 대처법대로 결계의 풍압을 일으키십시오."
혁이 나직이 지시했다.
"응, 알겠어!"
소소가 손을 수정반 위에 올리자 산자락을 감싸고 있던 환영의 안개가 급격히 순환하며 강한 돌풍으로 바뀌었다. 아래로 내려앉으려던 녹색의 천독산 포자들은 거센 기류에 밀려 산기슭 입구의 당가 무사들을 향해 역류했다.
"어, 어어?! 독가루가 우리 쪽으로 밀려온다!"
당가 무사들이 깜짝 놀라 다급히 해독알약을 삼키며 우왕좌왕했다. 당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옷자락을 휘둘러 역류하는 독안개를 밀어냈다.
그때 갈라진 안개 틈새로 세 명의 인물이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앞장서서 걷는 청년 혁, 그리고 그의 뒤를 든든히 지키는 남궁백과 소소였다.
혁은 당가 무사들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천당가의 늙은이가 호북성까지 기어들어 와 쓰레기를 뿌려대는군. 내 요새의 예의를 더럽힌 죄는 가볍지 않을 텐데."
당조는 독안개 속에서도 한 터럭의 상처 없이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혁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네놈이 남궁혁이로구나. 단전이 깨어지고도 오만한 기세는 여전하군. 오늘 당가는 네놈의 목숨을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다. 네가 부리는 그 즉각적인 치유와 정화의 비술을 넘긴다면, 오늘 뿌린 독을 거두고 물러가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