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66화: 촉도(蜀道)의 독안개와 탐욕(貪慾)의 방객
천풍검객 백은찬이 다녀간 지 사흘 뒤.
마도문이 위치한 영월현의 가도에 흑색과 녹색이 대비되는 낯선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옷깃에는 세 잎 불꽃을 본뜬 사천당가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천성(四川省)의 독과 암기의 명문, 사천당가(四川唐家)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꼬챙이처럼 비쩍 마른 몸으로 음침한 안광을 번뜩이는 노인이 서 있었다. 사천당가의 칠장로, 독마(毒魔) 당조(唐曺)였다.
"이곳이 그 소문난 마도문이란 말이지."
당조가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푸른 안갯길을 노려보며 침을 뱉었다.
그가 호북성까지 온 이유는 사천당가의 자존심과 탐욕 때문이었다.
남궁세가의 탄신 연회 당시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위는 혁의 오연한 무위에 질려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사천으로 돌아간 당위는 가주와 장로들에게 혁이 단전이 없는 몸으로 즉각적인 경맥 치유 마법을 부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독과 해독의 명가인 사천당가에게 즉각적으로 모든 독을 정화하고 끊어진 경맥을 살리는 혁의 비술은 가문의 존폐와 성장을 좌우할 절대적인 보물이었다.
"서자 놈이 정체불명의 사술을 얻어 세가를 탈퇴하고 설친다 들었다. 그 치유 비술을 사천당가의 소유로 만들 수만 있다면, 당가는 사대세가를 넘어 무림의 패자가 될 수 있을 터."
당조의 눈에 탐욕스러운 핏빛 살기가 어렸다.
"가서 그 애송이 문주 놈을 불러와라. 곱게 치유 비술의 구결(口訣)을 넘기고 당가에 무릎 꿇는다면 가솔들의 목숨은 살려주겠다 전해라. 거절한다면 오늘 이 산 전체를 생명이 깃들 수 없는 독산(毒山)으로 만들어 주지."
사천당가의 거만한 포고가 마도문의 산기슭을 따라 울려 퍼졌다.
강호의 암천을 지배하는 독의 명가가, 마도문의 신비로운 치유와 정화 마법의 존재를 경계하여 탐욕의 이빨을 들이대고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