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62화: 풍림(風林)의 기인과 십대고수의 청(請)
마도문의 귀빈실인 청풍당(聽風堂).
그곳에는 소박한 갈색 삼베 도포를 입은 중년의 사내가 찻잔을 조용히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가죽 검집에 든 명검 '청풍검(靑風劍)'이 비스듬히 메여 있었다.
그가 바로 강호의 정점, 무림십대고수 중 하나인 천풍검객(天風劍客) 백은찬(白恩燦)이었다.
혁이 청풍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백은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혁의 앳된 얼굴과 몸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고요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당신이 마도문주 혁이오?"
백은찬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이 물었다.
"그렇소, 백 대협. 호북성의 작은 문파까지 찾아오신 용무가 무엇이오?"
혁이 백은찬의 맞은편에 자연스럽게 앉으며 물었다.
"하하, 용무라 할 것까지는 없소. 그저 소문을 듣고 늙은이의 호기심을 참지 못해 찾아온 것뿐이오."
백은찬이 맑은 웃음을 지었다.
"내공이 전혀 없는 절맥의 몸으로 벼락과 바람을 부리며, 흑월교의 제3장로 흑사귀의 목을 단숨에 베었다는 기이한 소문. 내 평생 바람의 이치만을 쫓아 칼을 휘둘러왔거늘, 진기 없이 바람을 다스리는 젊은이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백은찬은 손자루를 가볍게 짚었다. 그의 온몸에서 마치 거대한 산맥을 휩쓰는 태풍의 전조와 같은 묵직한 기파가 피어올랐다.
"문주님.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좋소. 비무의 승패에 명예를 걸지도 않겠소. 그저 검수로서, 문주님이 가진 그 신비로운 '바람'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싶소. 나와 한 차례 비공식 비무를 겨루어 주시겠소?"
백은찬의 어조에는 오만함이나 세가의 위선이 없었다.
오직 무(武)의 도리를 쫓는 구도자(求道者)로서의 정순한 의지와 예의가 깃들어 있었다.
혁은 대마법사이자 마법의 선구자로서 그러한 순수한 탐구심을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중원의 십대고수급 강자가 지닌 검로를 몸소 겪어 보는 일은 4서클에 도달한 자신의 전투 체계를 검증할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다.
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좋소. 천하제일의 바람 검법이라는 천풍검이 어떠한지, 내가 직접 겪어 보지."
백은찬의 두 눈에 환한 투지가 어렸다.
수십 년간 강호의 정점에서 바람을 베어 온 노강자와 다른 차원의 지식으로 천지의 이치를 개변하는 대마법사의 은밀한 비무는, 그렇게 청죽림 공터에서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