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57화: 독령(毒靈)의 음모와 강철의 괴시(傀尸)
지하 대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갈수록 축축하고 불길한 녹색의 광경이 일행을 맞이했다.
대전 바닥 전체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녹색의 점액질 독액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공기 중에는 뼈를 녹이고 피부를 진물 나게 만드는 지독한 산성 독안개인 '천독독무(千毒毒霧)'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흡! 독안개의 독성이 너무 강하오! 기를 운기해 방어막을 쳐도 독기가 침투하고 있소!"
제갈운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경고했다.
혁은 가볍게 주문을 외웠다.
"마나 도메인(Mana Domain) - 배리어(Barrier)."
혁을 중심으로 반경 삼 장(丈) 이내의 공간이 둥근 투명 은빛 마도 쉴드로 차단되었다. 쉴드 안쪽의 녹색 독안개는 단숨에 정화되어 밀려났고 바닥의 끓어오르는 독액 또한 장막의 반발력에 막혀 닿지 않았다. 대원들은 장막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소, 혁 문주님."
화수련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기 보시오!"
남궁백이 지하 대전 중앙을 가리켰다.
제단 위에는 녹색의 사독(蛇毒)으로 가득 찬 거대한 점액 통들이 서 있었고 그 중앙에 녹색의 기괴한 지팡이를 든 꼽추 노인이 서 있었다. 그가 바로 흑월교 호북지부장, 독령마군(毒靈魔君)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키가 이 장(丈)에 달하는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이 서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몸이 아니었다. 여러 일류 고수의 단단한 사지와 강철 같은 뼈대를 사령술로 강제로 이어 붙여 만든 기괴하고 거대한 합성 생명체, '대만독괴시(大萬毒傀尸)'였다. 괴물의 전신에서는 녹색 검강(劍罡)과 독액이 끊임없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흐흐흐, 여기까지 기어 들어왔구나, 애송이 놈들."
독령마군이 기괴하게 쇳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 삼대마장을 베고 독무를 뚫은 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이 대만독괴시는 일류 고수 여덟 명의 육신과 강철을 비술로 융합하여 만든 내 필생의 걸작이다! 물리적 참격은 상처도 입히지 못하고 전신에 흐르는 만독강기는 천하의 화경 고수라 할지라도 부식시켜 뼈만 남길 터!"
독령마군이 지팡이를 흔들자, 대만독괴시의 붉은 눈이 번뜩이며 굉음을 질렀다.
"크어어어어억-!"
괴물이 바닥을 딛자 지하 대전의 단단한 청석 바닥이 내려앉으며 파편이 튀었다. 그 기세는 이미 초일류의 극의를 아득히 뛰어넘어 화경(化境)의 물리적 괴력에 도달해 있었다.
"죽어라! 내 걸작의 영양분이 되어 괴시들의 군대를 완성하는 거다!"
독령마군의 지휘 아래 거대한 합성 괴시가 혁의 마도 장막을 향해 무지막지한 주먹을 내질렀다. 녹색의 만독강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와 장막 전면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