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55화: 파쇄(破碎)의 마법과 뼈의 소멸
"천지의 사기를 지맥에 묶어 죽은 자의 껍데기를 움직이는 것인가."
혁이 양손을 소매에 넣은 채 읊조렸다.
"하지만 그 연결 고리가 너무나 조잡하고 불안정하군. 원천을 끊어주면 그만이다."
토골마장이 비웃었다.
"하핫! 애송이 놈이 허세를 부리는구나! 이 백골 진법은 내 모든 마공과 흑풍곡의 지맥이 결합한, 절대 무너지지 않는 수호진이다!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 본들 이 무한한 유골 군단을 당해 내……!"
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혁이 가볍게 오른손 손가락을 튕겼다.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 와이드 웨이브(Wide Wave)."
파아아아아아앗-!
혁의 손끝에서 시작된 은백색의 투명한 마력 파동이 고리 모양으로 광장 전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파동은 지면과 날뛰던 백골골졸들의 뼈마디를 훑고 지나갔다.
순간 뼈들을 단단하게 묶고 복구시키던 검은 진기의 흐름이 가위에 잘린 실타래처럼 툭툭 끊어졌다. 마법의 힘을 완전히 상쇄해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4서클의 고위 해제 마법이 무림의 사령 진법을 강제로 파쇄한 것이다.
바스스스스스슥-!
"어……?!"
화수련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을 들이밀며 덤벼들던 수백 구의 해골 무사가 혁의 마력 파동이 스쳐 지나가자마자 검은 기운을 잃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내 아무런 물리적 충격도 없이 하얀 모래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며 소멸했다.
단 일격이었다.
광장을 빽빽하게 메우며 일행의 목숨을 위협하던 수백 구의 해골 군단이 순식간에 하얀 가루가 되어 마당 바닥을 은백색으로 덮었다.
쩍! 쩌적!
동시에 토골마장이 쥐고 있던 백골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깊은 균열이 가더니 콰앙!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매개체가 마력의 역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꺼, 꺽…… 내, 내 공력이 역류한다!"
토골마장이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죽은 자처럼 흙빛이 되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무공이란 말이냐?! 진기를 소모하지도 않고 우리 교단의 절대 방어 진법을 손짓 한 번으로 깨뜨리다니!"
음화마장이 경악하여 침을 흘렸다.
혁은 검을 스윽 뽑아 들어 은빛 마나를 둘렀다. 그의 등 뒤로 피어오른 바람과 뇌전의 불꽃이 광장의 어둠을 대낮처럼 밝혔다.
"너희들의 사술은 내 마법 앞에서는 그저 조잡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제 죗값을 치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