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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47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47화: 신속(急速)의 가호와 전장의 풍경

유적의 중심부로 향하는 넓은 복도였다.

슈슈슈슉-!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고 전신에 불길한 독기가 서린 흑사검(黑蛇劍)을 든 삼십여 명의 무사들이 소리 없이 튀어나왔다. 흑월교 제3장로 흑사귀의 직속 친위대인 '흑사위(黑蛇衛)'였다.

"침입자들이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흑사위들의 기세는 이전의 삼류 흑귀방 무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최소한 이류 대가에서 일류 초입에 달하는 노련한 살수들이었다. 그들의 변칙적인 검로와 무차별적인 독기 방출에 신룡대원들이 검을 뽑아 마주 섰다.

화수련이 매화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혁 문주님은 힘을 아끼십시오! 여기는 저희 신룡대가 해결하겠습니다!"

신룡대원들은 혁에게 모든 빚을 질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흑사위들의 수가 더 많았고 좁은 통로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음독의 기운 탓에 신룡대원들의 발걸음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화수련의 매화검 끝도 독기에 밀려 점차 기세가 꺾이고 있었다.

혁은 뒤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들이군. 그렇다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보조를 해주는 편이 낫겠어.'

혁이 가볍게 주문을 외쳤다.

"헤이스트(Haste) - 멀티플캐스팅(Multiple Casting)."

혁의 양손끝에서 연녹색의 마력 고리 여덟 개가 회전하며 뿜어졌다. 연녹색의 고리들은 신룡대원 여덟 명의 발목과 손목에 족쇄처럼 감기더니, 이내 몸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어……?!"
화수련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는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자신의 신형이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전방으로 도약하는 것을 느꼈다. 뼈마디가 가벼워지고 신경계의 반응 속도가 극한으로 증폭되는 기묘한 생체 가속 마법이었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빠르다!"
제갈운 역시 경악했다.

그는 돌진하는 흑사위의 손목을 가볍게 쳐냈다. 이어 잔상을 남긴 그의 손이 적의 숨통을 끊었다.

신속의 가호를 받은 신룡대원들의 움직임은 무림의 극성 신법인 축지법이나 등공보법을 초월해 있었다. 물리적인 근육의 반응 속도 자체가 마법에 의해 강제로 제어당해 가속된 결과였다.

"이십사수매화검법 - 낙화유수(落花流水)!"

화수련의 검이 허공에 붉은 검막을 형성했다.
이전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검의 비에 대적하던 흑사위 세 명이 방어조차 하지 못한 채 온몸이 베여 뒤로 튕겨 나갔다.

서걱! 서걱! 콰아앙!

불과 몇 초식 만에 전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신속의 마법을 두른 신룡대원들의 압도적인 속도 앞에서 흑월교의 노련한 살수들은 장난감처럼 휘둘리다 참살당했다.

순식간에 삼십여 명의 흑사위가 시체가 되어 바닥을 메웠고 신룡대원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것이 문주님의 비술입니까?"
화수련이 뺨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저 신체의 속도를 일시적으로 올리는 간단한 보조 마법일 뿐이오."

혁의 덤덤한 대답에 제갈운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무림에서 신체의 반응 속도를 두 배로 올리는 영약이나 비술은 생명을 깎아 먹는 금술(禁術)에 속한다. 그런데 혁은 아무런 반동도 없이 아군 전체에게 그런 가호를 내려 준 것이다.

주군을 향한 신룡대원들의 의심은 이제 완전히 지워졌고 그 자리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부리는 혁을 향한 순수한 동경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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