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46화: 유적(遺跡)의 수호자와 기하(幾何)의 눈
유적 내부의 통로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혁이 가볍게 검지손가락을 들자,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세 개의 환한 은빛 구체가 생겨나 통로 전체를 대낮처럼 비추었다. 3서클의 광원 마법 '플로팅 라이트(Floating Light)'였다.
신룡대원들은 신비로운 광경에 감탄하면서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파수수수숙-!
그때, 좌우 암벽의 틈새에서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인 '천풍참(千風斬)' 수백 개가 폭풍처럼 일행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고대의 바람 트랩이었다.
"위험해!"
제갈운이 소리치며 방어 진법을 가동하려 했으나, 칼날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혁이 앞으로 나서며 왼손을 내밀었다.
"마나 디플렉터(Mana Deflector)."
혁의 앞에 둥근 은빛 거울 형상의 마력 막이 솟구쳐 올랐다. 쇄도하던 바람 칼날들은 마력 막에 부딪히자마자 이리저리 반사되어 벽으로 튕겨 나가 벽면을 깊게 벨 뿐, 일행에게는 한 터럭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혁은 마나 디텍션을 가동해 통로 벽면의 마력 흐름을 읽어냈다.
"벽면 세 번째 줄, 여덟 번째 돌의 뒤편에 바람의 힘을 공급하는 원소핵이 있소. 제갈 소협, 저곳을 격파하시오."
제갈운이 혁이 지목한 벽면을 향해 급히 강맹한 진기를 날렸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돌이 깨지며 안쪽의 푸른 구슬이 바스러졌다. 그 순간, 사방을 짓누르던 매서운 풍압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제갈운의 눈에 경탄이 서렸다.
"고대의 기문기관법은 내부 구조를 모르면 해독하기 불가능하거늘, 문주께서는 기관의 심장부를 투시하듯 찾아내시는군요."
"기 흐름의 맺힘을 보면 길을 아는 것뿐이오."
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들이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석실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사람의 세 배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과 돌로 이루어진 '기관석인(機關石人)' 네 마리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가로막아 섰다. 고대의 유적을 지키는 흙과 바위의 골렘(Golem)들이었다.
쿵! 쿵! 쿵! 쿵!
기관석인들이 무거운 대지 흔들림을 일으키며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화수련이 매화검을 뽑아 질렀으나 정순한 검기는 석인의 단단한 화강암 피부에 가벼운 긁힘만 남길 뿐 타격을 주지 못했다.
"피부가 너무 단단합니다! 일반적인 검기로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아요!"
혁이 앞으로 나서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지직! 콰아아앙!
혁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푸른 번개 줄기가 석인의 가슴팍을 직격했다.
벼락은 바위 틈새를 뚫고 들어가 내부의 핵심 구동 장치를 사정없이 태워 버렸다. 거대한 기관석인은 단 한 방의 전격에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붉은 눈의 불빛이 꺼지며 먼지를 휘날리고 주저앉았다.
혁은 멈추지 않고 나머지 세 마리의 석인에게 연이어 번개를 지폈다.
콰광! 콰쾅! 콰직!
순식간에 유적의 강력한 수호자들이 파괴되어 바닥을 메웠다.
신룡대원들은 혁의 거침없는 공략 속도와 압도적인 원소 제어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들에게 유적 탐사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난제였으나, 혁과 함께하는 탐사는 마치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