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42화: 만남(遭遇)과 도전장
신룡대원들은 열린 산길을 따라 마도문의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마도문의 풍경은 기이했다. 정식 개파(開派)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으나, 제자들의 훈련 기세는 대단했고 본당을 감싼 맑고 청명한 영기는 중원의 어느 천하명산에도 뒤지지 않았다.
대웅전 앞마당의 석조 의자에 한 청년이 비스듬히 앉아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바로 마도문주 혁이었다.
제갈운이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당신이 흑귀방을 파하고 이곳에 마도문을 세운 문주 혁이오?"
혁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렇소. 무림맹의 신룡대원들이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우리는 인근 영월현에 출몰했던 흑월교의 흔적을 추적하러 왔소. 소문에 의하면 문주께서 역병을 정화하고 번개와 화염을 다스리는 해괴한 술법을 부렸다 하더군.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정체불명의 비정통 무공이 중원에 활개 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조사를 위해 찾아왔소."
제갈운의 고압적인 태도에 혁의 뒤에 서 있던 남궁백이 검자루를 움켜쥐며 살기를 뿜었다.
"감히 우리 문주님께 무례하구나! 흑월교의 음모를 박살 내고 백성들을 구한 분께 조사라니, 무림맹의 도리가 고작 이단 심문 같은 짓거리란 말이냐!"
"물러서라, 백아."
혁이 나직이 제지하자 남궁백은 즉시 기세를 거두고 물러섰다. 혁의 절대적인 장악력에 신룡대원들은 눈을 빛냈다.
화산파의 화수련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녀의 품에 안긴 명검 '매화검(梅花劍)'이 은은한 진동을 울렸다.
"혁 문주님."
화수련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벼려진 칼날 같았다.
"제갈 소협의 어조가 거칠었으나 그의 말에도 뼈가 있습니다. 무림은 힘이 지배하는 곳이며, 미지의 힘은 경계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문주님께서 부리시는 힘이 정(正)인지 사(邪)인지, 이곳의 문도들이 정말 안전한 힘을 배우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거지?"
혁이 물었다.
"검으로 겨루어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지요. 무림인의 검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저와 비무를 해주시겠습니까? 만약 제가 패한다면 무림맹의 조사는 없었던 일로 하고 흑월교의 추적에 적극 협조하겠으나, 문주께서 저를 설득하지 못하신다면 마도문은 무림맹의 정식 조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화수련의 도전장에 제갈운을 비롯한 대원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화수련은 젊은 나이에 이미 화산파의 일류 경지에 오른 천재 검수였다.
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미한 조소가 걸려 있었다.
"좋소. 화산의 검법이 어떤지 한 번 구경해 보지."
"검은 뽑지 않으십니까?"
화수련이 혁의 허리에 채워진 현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비무에서 내가 검을 뽑을 일은 없을 것이오."
혁의 오만한 대답에 화수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스릉-
화수련이 매화검을 뽑아 들자 앞마당에 매화 향기와 함께 예리한 검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