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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36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36화: 어둠의 밀서(密書)와 하율촌(下律村)의 그림자

방주실 안.

혁은 탁자 위에 흑귀방주 귀영의 품속에서 수색해 낸 소지품들을 올려놓았다. 불길한 해골 문양이 새겨진 단도, 정체 모를 검은 비약들, 그리고 붉은 봉인이 찍힌 조그만 구리 상자 하나가 있었다.

혁이 손가락에 마력을 얹어 구리 상자의 잠금장치를 슥 만지자, 상자 표면의 기하학적 무늬들이 제자리를 찾으며 찰깍 소리와 함께 열렸다. 상자 안에는 한 장의 양피지 밀서가 담겨 있었다.

밀서의 상단에는 불길한 검은 초승달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강호인이라면 단박에 치를 떨 문양. 최근 중원 곳곳에 피바람을 몰고 오는 비밀 결사 '흑월교(黑月敎)'의 표식이었다.

밀서의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잔혹했다.

[귀영 방주. 영월현 인근의 철검문을 신속히 제거하고 상로를 완전히 장악하라. 그 후, 하율촌(下律村)의 주민들을 비밀리에 납치하여 영월 광산의 제3 실험장으로 호송하라. 교단의 대업인 '만독괴시(萬毒傀尸)'의 정련에 공여할 산 제물들이 필요하다. - 흑월교 제3장로 흑사귀(黑蛇鬼)]

밀서를 읽어 내려간 남궁백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괴, 괴시(傀尸)를 만든다니요……! 산 사람을 제물로 삼아 강시를 제작하겠다는 뜻이 아닙니까? 흑도 중에서도 이 정도로 잔인무도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은 없었습니다."

"단순한 강시 제작이 아니다."
혁은 밀서의 마력 잔재를 매만지며 차갑게 대꾸했다.
"이 밀서에 묻어 있는 기운은 죽은 자의 육신을 강제로 구속하고 원소적 독기를 융합시키는 저열한 네크로맨서의 사령술과 닮아 있군. 마법의 지식을 왜곡해 사용하는 자들이 배후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혁에게 있어 네크로맨서는 전생인 대륙에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학파 중 하나였다. 산 생명을 물질로 여기고 죽음을 모독하는 자들. 이 세계의 흑월교라는 집단 역시 그와 결을 같이하고 있었다.

"하율촌은 어디에 있소?"
혁이 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송태 당주가 급히 지도를 짚었다.
"이곳 마도문에서 서쪽으로 이십 리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입니다. 산세가 험하고 외진 곳이라 외부와의 왕래가 적은 곳이지요."

"좋소. 송 당주는 누님을 보필하여 마도문의 내실을 기하고 결계를 유지해 주시오. 남궁백, 너는 나와 함께 하율촌으로 향한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남궁백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혁은 소소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누님, 문파를 지키고 계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조심해야 해, 혁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제 걱정은 마십시오."

혁은 검을 다잡고 남궁백과 함께 마도문을 나섰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흑월교의 음모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하율촌을 향해 두 사내의 신형이 바람처럼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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