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34화: 마도문(魔導門)의 초석
철검문의 대웅전.
송태 문주를 비롯해 생존한 서른여 명의 제자들이 대웅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흑귀방의 멸문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눈앞의 청년, 혁을 향한 극도의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혁은 문주의 상석에 자연스럽게 기대어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편에는 남궁백과 남궁연이 굳건한 자세로 호위하고 있었다.
"송 문주."
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 대협. 말씀하십시오."
송태는 여전히 혁의 녹색 마법 치료로 말끔히 나은 자신의 오른팔을 만지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철검문은 오늘부로 사라질 것이오."
혁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제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태는 차분하게 손을 들어 제자들을 진정시키며 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혁이 단순히 이들을 몰살하거나 약탈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철검문을 해체하고 나의 문파인 '마도문(魔導門)'을 창설할 생각이오. 당신들과 제자들은 마도문의 첫 번째 문도들이 될 것이며 송 문주 당신은 외당의 당주를 맡아주었으면 하오."
혁의 제안에 송태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협, 저희 같은 삼류 무사들이 대협의 기괴하고 신비로운 무공을 배울 자격이 있겠습니까? 저희는 그저 평범한 검법밖에 모르는 자들입니다."
"상관없소. 내 힘은 무림의 내공 체계와는 다르오. 자질에 맞추어 마나를 다루는 법을 가르칠 것이며 이를 무공에 융합하면 삼류라 할지라도 일류 고수를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오. 무엇보다 이 중원에 흑월교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이상 힘이 없는 소문파는 결국 짓밟힐 뿐이오."
송태는 혁의 말에서 무거운 진실을 느꼈다.
오늘 흑귀방의 기습만 해도 그렇다. 만약 혁이 없었다면 철검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무림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고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강자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혁이 보여준 그 신비로운 치유와 벼락의 힘은 전설 속의 신선(神仙)이나 다름없었다.
송태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바닥에 머리를 조심스럽게 조아렸다.
"철검문주 송태, 제자들과 함께 마도문주님을 뵙습니다. 앞으로 문주님의 명에 따라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뒤이어 서른여 명의 제자들 또한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문주님을 뵙습니다!"
대웅전을 가득 메운 우렁찬 목소리.
대마법사 아드리안의 의지가 깃든 독자적인 문파 '마도문'의 위대한 역사가 호북성의 작은 산자락에서 마침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