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33화: 명암(明暗)의 경계와 흑귀방의 소멸
"대, 대협…… 철검문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송태 문주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혁의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의 피투성이가 된 오른팔에서 여전히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혁은 송태의 어깨를 짚었다.
"가만히 있으시오. 상처가 깊어 경맥이 손상되었으니 치료부터 해야겠군."
"이미 오른손의 경맥이 끊어져 다시는 검을 쥘 수 없을 터입니다. 그저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소."
혁이 오른손을 송태의 붉게 물든 어깨 위에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따뜻하고 투명한 녹색 빛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3서클의 고위 치유 마법,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
우웅-
송태의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끊어지고 으깨진 어깨의 뼈와 근육, 그리고 무림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경맥의 통로들이 은은한 빛의 조율을 받으며 실시간으로 엉겨 붙고 재생되는 것이 느껴진 탓이었다.
"이, 이럴 수가……! 끊어진 경맥이 다시 이어지다니! 영약(靈藥)의 조력도 없이 어떻게 이런 기적이……!"
단 일각도 되지 않아 송태는 멀쩡해진 오른팔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보았다.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진기의 흐름 또한 완벽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이는 천하의 활인신당(活人神醫)이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신의 영역에 가까운 치유였다.
송태는 무릎을 꿇으려 했으나 혁이 그를 만류했다.
"감사는 나중에 받지. 아직 방해꾼이 한 명 더 남아 있으니."
혁이 숲이 우거진 어둠 속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횃불조차 닿지 않는 어둠의 경계였다. 그곳의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치며 서서히 한 사내의 신형으로 뭉쳐졌다.
흑귀방의 방주, '귀영(鬼影)'이었다.
귀영은 전신에 짙은 흑무(黑霧)를 두르고 있었으며, 그의 두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부하들의 죽음 앞에서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오직 혁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과연, 들었던 대로군. 남궁세가를 발칵 뒤집어놓고 나온 절맥의 서자 남궁혁. 네놈이 부리는 힘은 진기가 아니라 서양 대륙의 '마나'라는 힘이더냐."
귀영의 입에서 서양과 마나라는 단어가 나오자 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힘의 본질을 알고 있다니, 역시 네놈들의 배후에 차원과 영혼에 대해 아는 자가 있군. 흑월교(黑月敎)인가?"
"흐흐흐, 알 필요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슈우우욱!
귀영의 신형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림의 암습술인 수라사영보(修羅四影步)와 흑월교의 어둠 마법이 결합한 기괴한 신법이었다. 사방의 그림자 어디서든 습격해 올 수 있는 치명적인 암습.
송태가 비명을 질렀다.
"대협! 조심하십시오! 저 자는 그림자 속을 걸어 다닙니다!"
하지만 혁은 코웃음을 쳤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존재하듯 빛이 극에 달하면 어둠은 존재할 자리를 잃지."
혁이 현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데이라이트(Daylight)."
번쩍-!
철검문 앞마당 전체가 한낮보다 더 눈이 부신 태양빛의 구체에 덮였다. 사방의 모든 어둠과 그림자가 일순간에 지워져 버렸다.
"크아악! 내 눈!"
그림자 속에 숨어 기습하려던 귀영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빛의 세례에 어둠 마법이 강제로 파쇄당하며 역류한 진기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혁은 놓치지 않고 3서클의 전격 마법을 지폈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지직, 콰아아앙!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쳐 귀영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
귀영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까맣게 탄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흑귀방의 방주이자 흑월교의 하수인이었던 귀영의 허망한 종말이었다.
철검문의 대지를 뒤덮었던 불길한 어둠이 완전히 걷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