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32화: 원소(Element)의 폭포
달려드는 흑귀방 무사들을 향해 혁은 왼손을 가볍게 펼치며 하늘을 향해 가리켰다.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
그의 짧은 영창과 함께 돌진하던 무사들의 발밑 대리석 바닥이 붉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거대한 화염의 기둥들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악!"
"불이다! 으아악!"
단 한순간이었다.
덤벼들던 열다섯 명의 흑귀방 무사들이 비명과 함께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화염은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라 마나를 연료 삼아 온도를 극도로 올린 3서클의 고열 마법이었다. 그들의 가죽 옷과 강철 검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잿더미가 되어 바닥에 뒹굴었다.
비무장지대 같던 철검문의 앞마당이 단 한 번의 불꽃으로 붉은 지옥으로 변했다.
"저, 저게 무슨…… 삼매진화(三昧眞火)란 말이냐?!"
철검문의 송태 문주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무림에서 불을 다루는 무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것 또한 방대한 내력을 소모해 겨우 검 끝에 불꽃을 얹는 수준이다. 그런데 손짓 한 번으로 마당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무공은 그 어떤 문파의 역사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독고웅의 면상이 사색이 되었다.
"괴, 괴물 놈! 대체 정체가 뭐냐!"
독고웅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양손에 불길한 검은 진기를 가득 모아 혁에게 날렸다.
"사안독무(蛇眼毒霧)!"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독안개가 넓게 퍼지며 혁의 전신을 덮쳐왔다. 스치기만 해도 살을 녹이고 폐를 썩게 만드는 흉포한 음독이었다.
하지만 혁은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걸어갔다.
"윈드 실드(Wind Shield)."
혁의 주변으로 강력한 기류의 방어막이 형성되며 다가오던 독안개를 양옆으로 완벽하게 밀어냈다. 독안개는 혁의 몸에 닿지도 못한 채 대지 위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정화(Purification)."
혁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은은한 백색의 빛이 퍼져나가며 마당에 남아 있던 검은 독기마저 깨끗하게 중화되어 사라졌다. 마법의 원소 제어력 앞에서는 무림의 기이한 독액이나 독기 또한 한낱 화학 반응의 일종에 불과했다.
"자, 이제 네 차례다."
"히, 익!"
독고웅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도망치려 했다.
스슥.
하지만 혁은 이미 그의 눈앞에 서 있었다. 블링크를 응용한 순간 이동.
독고웅이 경악으로 가득 찬 눈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혁의 현검이 호선을 그리며 그의 목줄기를 지나갔다. 마나를 머금은 은빛의 검날이 가볍게 칼집으로 돌아갔다.
탁.
검이 칼집에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독고웅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흑귀방의 악명 높은 부방주이자 소문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사안독룡은 제대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도, 도망쳐라! 괴물이다!"
"부방주님이 죽었다!"
남아 있던 흑귀방 무사들은 혼비백산하여 무기를 던지고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문을 포위하고 있던 수백 명의 적들이 궤멸하고 도주하며 철검문 앞마당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송태 문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