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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26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26화: 결별(訣別)과 강호출도(江湖出途)

가주 남궁황의 시선이 바닥에 혼절해 있는 장자 남궁위에게 닿았다가 이내 혁의 무심한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의 눈빛은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세가의 미래를 짊어질 후계자로 여겼던 남궁위는 폐인이 되었다. 그것은 가문에 큰 손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서자 남궁혁은 가문의 상식을 완전히 깨뜨린 괴물 같은 무공—아니, 미지의 힘을 부리고 있었다.

만약 저 기이한 벼락과 공간 이동의 신법을 세가의 힘으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남궁세가는 대내외적으로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남궁황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아가 금약을 복용하고 비열한 수단으로 비무에 임한 것은 가주로서 엄히 문책할 일이다. 그리고 혁 네놈이 그에 대응해 위아의 단전을 폐한 것 또한 비무의 연장선상으로 보아 불문에 부치겠다."

"대감! 저놈은……!"
독고 부인이 비명을 질렀으나 남궁황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남궁황은 혁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혁아. 네놈이 단전이 파괴된 몸으로 이처럼 위대한 경지에 도달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단전이 없으나 네놈의 실력은 세가의 그 어떤 청년 고수보다 뛰어나다. 내 오늘부로 너를 정식 소공자(小公子)로 책봉하고 네 누이 소소에게도 적녀에 준하는 대우를 하겠다. 가문의 무공 비고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권한 또한 주마. 그러니 세가를 위해 힘써 일하라."

가주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서자에서 단숨에 가문의 소공자이자 후계자 후보로 격상시켜 주겠다는 뜻이었다. 연회장의 무림 영웅들도 가주의 실리적인 판단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혁의 입가에는 옅은 비소가 걸려 있었다.

'악랄하게 천대하다가 힘을 증명하니 단숨에 태도를 바꾸는군. 참으로 속물적인 무림의 생리다.'

혁은 이미 이 가문에 단 1푼의 미련도 없었다. 대마법사 아드리안으로서의 자존심이 이런 속물적인 가문 밑에서 사냥개 노릇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가주님."
혁은 가주라는 호칭 대신 차갑게 선언했다.
"제안은 고맙지만, 나는 남궁세가의 소공자 자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무엇이라?"
남궁황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오늘부로 남궁세가와의 모든 연을 끊고 가문을 떠나겠습니다. 어머니의 신위 또한 이미 모셔 두었으니 이 더러운 남궁의 성을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나 남궁혁—아니, 혁은 세가를 탈퇴하여 강호로 나설 것입니다."

연회장 안이 다시 한번 크게 술렁였다. 천하 무림의 오대세가 중 하나인 남궁세가를 제 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건방진 놈!"
가주 남궁황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 화경(化境) 고수의 거대한 진기가 비무대를 흔들었다.
"세가가 너를 키워주었거늘 날개를 펼쳤다 하여 가문을 배신하겠다는 말이냐! 내 너를 순순히 보내줄 것 같으냐!"

혁은 가주의 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색 번개의 불꽃이 탁탁 튀며 마력이 요동쳤다.

"보내주지 않는다면, 이 연회장을 피바다로 만들고 걸어 나갈 뿐입니다. 나와 누님을 건드린다면 남궁세가는 오늘 가문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혁의 단호하고도 오만한 태도에 남궁황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주변에는 무당파, 제갈세가, 사천당가의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혁과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인다면 세가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문의 정예 무사들이 떼죽음을 당해 가문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혁의 저 미지의 뇌전과 보법은 남궁황조차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남궁황은 침묵 속에 주먹을 쥐었다가 마침내 천천히 힘을 뺐다.

"……좋다. 네놈의 뜻이 정 그렇다면 가문을 떠나라. 단, 앞으로 강호에서 세가의 이름을 팔거나 세가의 적을 이롭게 한다면, 남궁세가 전체의 힘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혁은 검을 칼집에 꽂아 넣고 비무대 아래로 걸어갔다. 그리고 굳어 있는 소소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가자, 누님. 우리의 길을 가야지."

"응…… 혁아."

소소는 눈물을 훔치며 혁의 뒤를 따랐다.
수많은 무림 영웅들의 경외와 경악이 뒤섞인 시선 속에서 혁과 소소는 남궁세가의 화려한 연회장을 등지고 장엄하게 걸어 나갔다.

대마법사 아드리안의 무협 세계 강호출도(江湖出途)가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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