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24화: 인과응보(因果應報)와 단전의 붕괴
남궁위가 붉은 단약을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 순간,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진기가 불길한 암적색으로 변하며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핏줄이 얼굴과 목덜미에 징그럽게 돋아났고, 눈동자는 완전히 초점을 잃은 채 광기로 물들었다.
"크으으으…… 아아악!"
남궁위가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창공검의 날 조각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예리한 칼날에 손바닥이 베여 피가 흘렀지만,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가 뿜어내는 암적색의 기세는 이미 초일류 고수의 경계를 넘보고 있었다.
"죽어라! 죽어! 남궁혁!"
남궁위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피로 물든 검날 조각들이 그의 암적색 진기를 타고 수십 개의 붉은 탄환이 되어 혁에게 쏟아졌다. 가문의 금약을 먹고 폭주한 장자의 기세에 비무대 주변의 바람마저 비명을 질렀다.
귀빈석의 가주 남궁황이 다급히 외쳤다.
"위아야! 멈추어라!"
하지만 이성을 잃은 남궁위에게 가주의 목소리가 들릴 리 만무했다.
혁은 밀려오는 붉은 진기의 폭풍을 묵묵히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흔들림 없는 차가움만이 감돌았다.
'금약을 먹어 강제로 출력을 올렸군. 하지만 제어되지 않는 마력이나 진기는 그저 낭비일 뿐이다.'
혁은 현검을 수평으로 그으며 중얼거렸다.
"그라비티(Gravity)."
우우웅-!
남궁위가 혁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그 순간, 비무대 중앙의 중력이 수십 배로 급증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철퇴가 하늘에서 짓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중력의 왜곡.
"커흑?!"
폭주하던 남궁위의 신형이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그대로 비무대 대리석 바닥으로 처박혔다.
쾅!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대리석이 거미줄처럼 갈라졌고, 남궁위가 뿜어내던 암적색 진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중력 마법의 기괴한 압박 속에서 남궁위는 손가락 하나 제대로 까딱하지 못하고 비명만을 질러댔다.
"이, 이게 무슨…… 으으윽!"
혁은 처참하게 바닥에 깔린 남궁위를 내려다보며 걸어갔다. 그의 검끝이 남궁위의 단전(丹田)을 가리켰다.
"네놈은 가문의 장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나와 누님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목숨까지 위협했다. 그리고 오늘, 천하 영웅들 앞에서도 비겁하게 금약을 복용하고 나를 죽이려 했지."
"혁아! 멈추어라!"
독고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비무대 쪽으로 달려 나오려 했으나 혁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혁의 눈동자는 감정이 배제된 마법사의 차가움 그 자체였다.
"인과응보(因果應報)다. 네놈이 가진 힘이 죄 없는 이들을 짓밟는 데 쓰였다면, 그 힘을 거두어 주는 것이 합리적인 처사겠지."
"하, 하지 마……! 멈춰라, 남궁혁!"
남궁위가 광기에서 깨어나 본능적인 공포에 울부짖었다.
하지만 혁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다.
푸욱!
혁의 은빛 마나가 실린 현검이 남궁위의 아랫배 단전을 정확히 꿰뚫었다.
단순히 살을 찌르는 것이 아니었다. 현검을 타고 흘러 들어간 미세한 마나의 파동이 남궁위의 단전을 감싸고 있던 기혈의 고리들을 사정없이 파괴하고 휘저었다.
콰르릉!
"아아아아아악-!"
남궁위의 단전 내부에 뭉쳐 있던 혈정단의 암적색 기운과 그동안 쌓아 올린 진기가 통제를 잃고 밖으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단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영구히 무공을 잃고 폐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궁위는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다 이내 혼절하여 바닥에 쓰러졌다.
비무대 위에는 오직 검끝에서 핏방울을 털어내는 남궁혁만이 오연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가문의 오만한 용이라 불리던 소공자 남궁위는 그렇게 처참하게 몰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