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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2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2화: 마도(魔導)의 기초를 세우다

소소가 남겨두고 간 만두는 이미 식어 있었지만, 혁에게는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전생의 아드리안은 마법의 진리를 탐구하는 데만 평생을 바친 고독한 연구자였다. 부모와 형제, 혹은 연인 같은 사적인 감정은 그에게 사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이 나약한 서자의 육체에 깃든 영혼은, 소소가 보여준 조건 없는 호의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남궁혁의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군. 아니, 어쩌면 나 역시 기나긴 표류 끝에 이런 온기를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혁은 식어버린 만두를 천천히 씹어 삼키며 생각했다. 입안으로 퍼지는 밀가루와 고기의 맛이 이질적이면서도 살아있음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음식을 모두 비운 그는 조심스럽게 방 안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소소가 조필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자신이 이 가문에서 숨을 쉬며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당장 힘이 필요했다. 조필에게 사용했던 ‘마인드 트릭’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상대의 정신이 조금만 강하거나 무인으로서의 기세가 서려 있었다면 통하지 않았을 얕은 수였다.

‘육체를 먼저 개조해야 한다.’

혁은 눈을 감고 심장 옆에 자리 잡은 1서클 마나 하트의 씨앗을 가동했다.
투명하게 빛나는 마나 하트가 고동을 시작하자, 대기 중의 거친 마나 입자들이 호흡을 통해 들어와 그의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림의 무공은 단전에서 시작해 십이경락과 기경팔맥이라는 정해진 통로로 진기를 운용한다. 만약 이 통로 중 하나라도 막히거나 찢어지면 내공을 쓸 수 없고, 무공 또한 익힐 수 없다. 이 세계의 의원들이 남궁혁에게 ‘절맥증’이라는 사형 선고를 내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마법은 다르다. 마법의 원천인 마나는 경맥의 유무에 구애받지 않는다.
마나는 혈관, 근육, 신경, 심지어 뼈 세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육체의 모든 물리적 공간을 흐를 수 있다.

혁은 마나 하트에서 정제된 순수한 마력을 온몸의 혈관으로 흘려보냈다.
"으윽……!"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듯 뜨거운 고통이 엄습했다. 찢어진 경맥의 틈새로 마력이 흘러들어가며 신경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혁은 단 한 순간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9서클 대마법사의 정신력은 고통조차 숫자로 치환해 분석할 수 있었다.

그는 날뛰는 마력을 억누르며 세포 수준에서 육체의 구조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흐르는 곳마다 오랫동안 쌓여 있던 노폐물과 독소가 땀구멍을 통해 흘러나왔다. 뼈마디가 어긋나 있던 곳이 제자리를 잡았고, 영양실조로 비틀려 있던 근육들이 마력을 머금고 팽팽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마나 정화(Mana Purification)'이자 육체 강화였다.

세 시간 동안의 치열한 사투 끝에 혁은 눈을 떴다. 온몸이 시커먼 진흙 같은 노폐물로 뒤덮여 지독한 악취가 풍겼지만, 몸은 전례 없이 가벼웠다. 앙상하던 팔뚝에는 얇지만 단단한 근육의 선이 돋아나 있었고, 늘 찌푸려져 있던 미간은 맑게 펴졌다.

혁은 마당의 우물가로 조용히 나가 찬물로 몸을 씻어냈다. 달빛 아래 비친 그의 피부는 이전의 창백한 병색 대신 옥처럼 매끄럽고 투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혁은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었다.

‘내공을 다루는 무공은 검 끝에 기운을 맺히게 해 검기(劍氣)를 형성하지. 그렇다면 마법으로는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그는 나뭇가지 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심장 옆의 마나 하트가 박동하며 푸른빛의 마력이 어깨와 팔을 거쳐 나뭇가지로 흘러 들어갔다.
보통의 나뭇가지라면 강력한 마력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타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혁은 마법의 기하학적 공식을 대입했다.

‘구조 강화(Reinforce Structure).’

나뭇가지 내부의 분자 구조를 마력으로 단단히 얽어매어 강철보다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끝에 고밀도로 압축된 마력을 얇은 칼날 형태로 덧씌웠다.

스각-.

혁이 가볍게 나뭇가지를 휘두르자, 허공을 가르는 서늘한 마력의 궤적이 푸르스름하게 잔상을 남겼다. 눈앞에 있던 낡은 탁자의 모서리가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잘려 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나 검(Mana Blade). 무림인들이 본다면 검강(劍罡)의 맹아로 보겠지.’

혁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진기를 사용하는 무인들은 최소한 일류 혹은 초일류의 경지에 이르러야 검 끝에 기운을 뿜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1서클 마법의 기초적인 응용만으로도 물질의 물리적 결합을 끊어내는 예리한 검날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차원 왜곡의 개념을 덧붙인다면, 상대의 방어막이나 갑옷을 무시하고 타격하는 공간 참격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어서 혁은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 대륙의 공간 도약 마법인 ‘블링크(Blink)’를 극도로 소형화하고 좌표를 세밀하게 조정한 신법.

‘플리커(Flicker).’

팟-

그가 발을 내딛는 순간, 그의 신형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더니 삼 장(약 9미터) 뒤의 벽 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소리도 없었고, 바닥에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축지법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두 지점을 접어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꾼 결과였다.

"후우, 역시 1서클로는 연속해서 쓰기엔 무리가 있군."

혁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며 마력 소모를 알리고 있었다. 하루에 세 번 정도가 한계일 터였다. 하지만 기습이나 회피용으로는 이보다 완벽한 신법이 없었다.

그렇게 대마법사의 지식을 무협 세계의 육체에 이식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며칠 뒤의 밤이었다.

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한밤중.
헛간 주변을 지키던 혁의 감각 영역에 기이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1서클 마나 하트가 완성되면서 혁의 ‘마나 감지(Mana Detection)’ 영역은 반경 십 보까지 넓어져 있었다. 그 영역 안으로 은밀하게 발소리를 죽인 세 명의 존재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조필 놈이 보낸 자들인가? 아니면…….’

혁은 침상 위에 조용히 누워 자는 척을 하며 들어오는 기운들의 정체를 분석했다.
그들의 호흡은 거칠었고 살기(殺氣)를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손에는 무거운 철곤(鐵棍)과 매캐한 냄새가 나는 마비 약가루가 들려 있었다.

"야, 조심히 들어가. 남궁위 공자님의 비서 역할을 하는 마 집사님이 지시하신 일이다. 소리 소문 없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가문 밖 뒷산에 버려라. 절대로 흔적을 남겨선 안 돼."

문밖에서 들려오는 낮게 깔린 목소리.
과연 조필의 뒤에 있던 실세, 남궁세가의 장자 남궁위의 수하들이 움직인 것이었다. 그들은 혁이 갑자기 기묘한 요술을 부려 조필을 미치게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밤중에 습격을 감행한 터였다.

‘마 집사라…….’

혁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났다.
남궁위의 심복이자 세가의 하급 관리자 중 하나인 마태식.
그가 움직였다는 것은 남궁위 역시 은연중에 이 일에 동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세 명의 괴한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은 침상 위에 누워 있는 혁을 발견하고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철곤을 치켜들었다.

"잘 가라, 쓰레기 서자 놈아."

철곤이 혁의 다리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쳐지는 순간.

팟-

철곤이 강타한 것은 허공이었다. 솜이불만 찢겨 나가며 먼지가 날렸고 침상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어디 갔어?"
괴한들이 경악하며 사방을 둘러보는 찰나, 그들의 머리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를 찾는 거지?"

괴한들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을 때, 혁은 이미 그들의 등 뒤, 헛간의 어두운 구석에 유유히 서 있었다.

"이 자식이 언제……!"
가장 앞에 선 괴한이 철곤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삼류 무사치고는 제법 빠른 기운이 실려 있었지만, 대마법사의 눈에는 느려 터진 궤적에 불과했다.

혁은 주문을 마음속으로 캐스팅했다.

‘윤활(Grease).’

휘익-

괴한의 발밑에 보이지 않는 미끄러운 마력의 막이 형성되었다.
"어, 어어?"
기세를 아끼지 않고 덤벼들던 괴한은 무게 중심을 잃고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콰당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다.

동시에 혁은 손가락을 퉁겼다.

‘침묵(Silence).’

방 전체를 감싸 안는 마법의 영역. 그 어떤 소리도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1서클 마법이었다. 이제 이 안에서 비명을 지르든 뼈가 부러지든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 요사스러운 놈이……!"
남은 두 괴한이 겁에 질려 동시에 혁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들의 철곤이 사방에서 혁을 압박해 들어왔다.

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신형을 흔들며 ‘플리커’를 발동했다.
슈우우-.

찰나의 순간 공간을 도약한 혁은 두 사람 사이의 빈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손날에 푸른 마력을 실어 그들의 어깨와 목덜미의 혈도를 정확히 강타했다.

빡! 빡!

"끄학……!"
공중에서 도약한 마력이 그들의 뼈와 근육을 통제하는 신경망을 일시적으로 파괴했다. 두 괴한은 무기를 떨어뜨리며 바닥에 무력하게 주저앉았다. 단 몇 초 만에 세 명의 습격자가 완벽하게 제압당한 것이다.

혁은 바닥에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괴한들의 우두머리의 턱을 구두굽으로 지그시 밟았다.

"악……! 으윽!"
"소리쳐도 소용없다. 이 방의 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까."

혁의 목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오히려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는 밟고 있는 괴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푸른 눈동자 속에서 마력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괴한의 정신을 잠식해 들어갔다.

‘정신 붕괴(Mind Disruption).’

괴한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풀리며 초점을 잃었다.

"누가 시켰지?"
혁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마…… 마 집사님이…… 남궁위 공자님의 명령을 받고…… 밤중에 손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침을 흘리며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괴한.

혁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을 죽여 시체를 남기면 가문의 수사망이 좁혀질 터였다. 아직은 남궁세가의 장로들이나 가주와 정면으로 부딪칠 만한 힘이 없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처리해야 했다.

혁은 주문을 바꿨다.

‘기억 수정(Modify Memory) - 편향 왜곡.’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마력이 세 괴한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너희는 오늘 밤 이 방에 들어오지 못했다. 밤길을 걷던 중 갑자기 나타난 귀신을 보고 겁에 질려 서로를 습격했고, 어둠 속에서 철곤으로 서로를 때려눕혔다. 그리고 그 귀신의 정체는 붉은 눈을 한 해골이었다."

혁의 최면 마법이 그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각인되었다.
주문이 완성되자 혁은 밟고 있던 발을 치우고 침묵 마법을 해제했다.

잠시 후, 몽롱해져 있던 세 괴한의 눈빛에 갑작스러운 광기 어린 공포가 서렸다.

"사, 살려줘! 귀신이다!"
"야! 너 왜 나를 때려! 으아악!"

그들은 자신들이 왜 바닥에 쓰러져 있는지, 왜 뼈가 부러져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서로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헛간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도망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들과 같았다.

도망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혁은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마 집사…… 그리고 남궁위."

그들의 이름이 혁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아직은 1서클에 불과해 마법의 위력이 미미했지만, 마나 하트의 성장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을 뿐이었다.

"기다려라. 너희가 쌓아 올린 가식과 오만의 성벽을 조만간 밑바닥부터 무너뜨려 주마."

혁은 박동하는 마나 하트의 열기를 느끼며, 다시 차가운 방 안에서 눈을 감았다. 더 높은 경지, 2서클을 향한 명상이 다시 한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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