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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19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9화: 흑곡(黑谷)의 야전(野戰)과 영자(影子)들의 죽음

남궁세가 남쪽 경계에 위치한 흑곡(黑谷)은 이름 그대로 사시사철 짙은 먹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험준한 협곡이었다.

혁은 백과 연을 비롯한 다섯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협곡 초입에 도착했다. 기괴하게 뒤틀린 나무들과 축축한 바위들이 가득한 협곡 내부에서는 자연계의 마력이 묘하게 뒤틀려 흐르고 있었다.

"공자님, 흑곡의 안개는 독기를 머금고 있어 무인들의 내력 운기를 방해합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남궁연이 주위를 경계하며 속삭였다.

혁은 코끝을 스치는 독기를 가볍게 감지했다. 2서클 마도사의 감각으로 대기 중의 독소 배열을 분석한 그는, 손가락을 살짝 퉁겼다.

‘대기 정화(Purify Air).’

웅-

그의 주변 반경 오 장(약 15미터) 영역에 감돌던 독한 안개들이 투명한 수증기로 변해 공중으로 날아갔다. 수하들은 호흡이 순식간에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혁에게 경외 어린 시선을 던졌다.

"백과 연은 앞장서라. 흑풍채의 초입 경비대들이 이 장 앞에 매복해 있다. 그동안 익힌 마도검선(魔導劍線)을 실전에서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예, 공자님!"

남궁백과 남궁연이 검을 뽑아 들고 안개 속으로 바람처럼 쇄도했다.

쉬이익! 팟!

안개 너머에서 경보를 울리려던 흑풍채의 도적 십여 명이 급습을 당해 비명을 질렀다.
도적들은 거친 사파 무공을 쓰며 몽둥이와 칼을 휘둘렀으나, 세수대경을 거치고 마도검선에 익숙해진 백과 연의 검은 그들의 궤적을 자르듯 정확하게 관통했다.

진기를 낭비하지 않고 오직 검선(Line)에만 고밀도로 압축해 찌르는 마도검선.
단 한 번의 가벼운 지름만으로도 도적들의 검이 동강 나고 가슴팍에 깊은 혈선(血線)이 그어졌다. 수적으로는 도적들이 세 배는 많았으나, 비전의 검법을 익힌 신진 고수들 앞에서는 낙엽처럼 쓸려 나갈 뿐이었다.

수하들이 초입 경비대를 도륙하는 동안, 혁은 가만히 숲 위쪽의 울창한 나뭇가지들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2서클 마나 감지망에, 도적들과는 궤가 다른 고요하고 치명적인 다섯 개의 기운이 감지된 탓이었다.

‘남궁위가 보낸 사냥개들이군. 도적들과 싸우는 틈을 타 뒤통수를 치려고 숨어 있어.’

그들은 남궁위의 은밀한 살수 부대인 ‘영검(影劍)’의 정예 대원들이었다. 살기를 지우는 은형술(隱形術)을 극한으로 익힌 일류(一流)의 살수들이었다.

혁은 철검을 검집에 꽂아둔 채, 품에서 묵직한 현검(玄劍)을 꺼내 쥐었다.

‘투명화(Invisibility).’
‘침묵(Silence).’

공간 속에 자신의 시각적 형상과 음파를 완벽히 지워버린 혁은 귀신처럼 대기 속으로 스며들어 살수들이 매복해 있는 거대한 참나무 위로 소리 없이 이동했다.

참나무 굵은 가지 위에 흑색 장포를 입은 살수 다섯 명이 아래의 전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영일(影一)’이 검자루를 쥐며 낮게 읊조렸다.

"서자 놈이 도적 대장과 엉키는 순간, 단전에 검을 찔러 넣어라. 흔적은 흑풍채가 죽인 것처럼 위장한다."

"알겠습……."

살수 중 한 명이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스각-

소리도 없이 나타난 검은 쇳덩어리가 그의 목줄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현검의 무딘 칼날이었으나, 혁의 압도적인 물리적 힘과 마력이 실리자 두꺼운 뼈와 살이 종이 조각처럼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

바로 옆에 서 있던 살수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으나 그의 목소리는 침묵 마법의 영역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혁은 현검에 백색의 고전압 마력을 둘러 참격을 날렸다.

‘뇌격검(Lightning Slash).’

파치치직!

현검의 반기(反氣) 속성이 살수들이 본능적으로 펼친 진기 방어막을 한순간에 해체해 버렸고, 그 틈으로 백색의 벼락이 그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끄으윽……!"

네 명의 살수들은 비명 한 자락 지르지 못한 채 전신이 마비되어 나무 아래로 무기력하게 떨어졌다.
바닥에 처박힌 그들의 심장은 이미 고압 전류로 인해 타버린 상태였다.

혁은 나무 위에서 가볍게 내려섰다.
살수들의 시체 앞에 선 그는 손을 뻗어 초록색 마력을 방출했다.

‘산성 용해(Acid Splash).’

치이이익-

지독한 연기와 함께 살수 다섯 명의 시체와 무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려 흙바닥으로 스며들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완벽한 소멸이었다.

"이것으로 귀찮은 파리는 정리되었군."

혁이 현검에 묻은 보이지 않는 불순물을 털어내는 찰나, 협곡 안쪽의 도적 요새인 흑풍채의 철문이 폭발하듯 부서지며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구리빛 피부에 흉터가 가득한 거구의 사내.
그가 바로 흑풍채의 채주이자 호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던 준초일류(準超一流) 고수 ‘오천풍(吳天風)’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광사도(狂沙刀)에서는 끈적끈적하고 누런 모래 먼지 같은 도강(刀罡)이 일렁이며 대지를 깎아내고 있었다.

오천풍은 처참하게 널브러진 부하들의 시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어떤 쥐새끼들이 내 구역에 와서 행패냐! 남궁세가의 사냥개 놈들이냐!"

오천풍이 대지를 내리치자, 누런 도강의 파동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백과 연의 신형을 뒤로 밀어냈다. 준초일류의 기세는 백과 연이 감당하기엔 아직 과분한 벽이었다.

혁은 현검을 어깨에 걸친 채,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네 목줄기를 수거하러 온 사냥꾼이다."

"하! 애송이 놈이 배짱이 좋구나! 내 광사도법(狂沙刀法)에 뼈째로 갈려 나가라!"

오천풍이 거대한 도를 치켜들며 혁을 향해 폭풍처럼 쇄도하기 시작했다. 누런 흙먼지 같은 도강이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뱀의 형상을 그리며 대기를 찢어발겼다.

혁은 현검을 바로 겨누며 마나 하트의 공명을 가파르게 올렸다. 결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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