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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18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8화: 무리(群)의 형성과 흑곡(黑谷)의 덫

청죽헌의 대나무 숲 사이로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남궁백의 손에 들린 검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얇고 선명한 백색의 진기 궤적이 대나무 잎사귀들을 정교하게 반으로 갈랐다. 며칠 전만 해도 삼류 초입에서 겉돌던 방계의 낙오자가, 이제는 어엿한 이류(二流) 고수의 파괴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성장 과정을 청죽헌 담벼락 너머로 지켜보던 눈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남궁백처럼 방계 출신이거나, 재능은 있으나 권력의 끈이 없어 내당의 구석에서 천대받던 소외된 제자들이었다. 그 무리를 이끄는 것은 머리가 영민하고 눈빛이 예리한 청년 ‘남궁연(南宮延)’이었다.

스스륵-.
남궁연과 세 명의 제자들이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들어와 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공자님.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혁은 의자에 앉아 현검을 닦던 손길을 멈추고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저희는 내당의 방계 제자들입니다. 백이 공자님의 손길을 거쳐 며칠 만에 고수로 거듭난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 또한 가문의 장벽 아래에서 개처럼 밟히며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저희에게도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십시오."

남궁연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간청했다. 그들의 눈에는 억압된 삶을 바꾸고자 하는 강렬한 갈망이 서려 있었다.

혁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가를 장악하고 장차 마도문(魔導門)을 세우기 위해서는 충직한 수하들이 더 필요했다. 남궁백 혼자만으로는 가문의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기 어려웠다.

"충성을 맹세할 수 있나?"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만약 배신한다면 단전이 깨지고 만인에게 찢겨 죽어도 좋습니다!"

제자들이 일제히 맹세하자, 옆에 서 있던 소소가 그들의 이름을 장부에 기록했다. 소소는 이제 별채의 나약한 서녀가 아니었다. 청죽헌의 안살림을 관리하고 혁의 수하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현명한 조력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좋다. 백이 거친 이들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라. 오늘 밤 너희들의 경맥을 정화해주마."

"감사합니다, 공자님!"

남궁연과 제자들은 환희에 찬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혁은 그들의 엉겨 붙은 기혈을 마력으로 뚫어주고 기초적인 ‘마도 조식법’을 전수했다. 그들 역시 남궁백처럼 폭발적인 진기의 순환을 느끼며 혁을 신(神)처럼 떠받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죽헌 내부에서 혁의 독자적인 세력(Faction)이 조용히 뼈대를 갖추어가던 며칠 뒤.

혁에게 가주의 직속 명을 전달하는 집법당의 서찰이 날아들었다.
서찰을 보낸 자는 남궁위의 사주를 받은 내당의 유력 장로 ‘남궁천(南宮天)’이었다.

혁은 대전(大殿)으로 호출되어 장로들 앞에 섰다.

상석에 앉은 남궁천 장로가 근엄한 표정으로 서찰을 내밀었다.

"남궁혁. 네가 내당 제자가 되었으니 가문의 의무를 다해야 할 터. 최근 가문의 남쪽 경계인 ‘흑곡(黑谷)’ 근처에서 악명 높은 도적 떼인 ‘흑풍채(黑風寨)’가 세가의 상단을 기습해 막대한 재물을 탈취해 갔다. 네가 소대장이 되어 흑풍채의 도적들을 토벌하고 도난당한 재물을 회수해 오너라."

흑풍채.
그곳은 이십 명이 넘는 일류급 사파 무인들과 백 명이 넘는 삼류 건달들이 뭉친 잔인한 무리였다. 세가의 정예 무인들조차 토벌에 애를 먹는 위험한 요새였다.

그 흑풍채를 갓 내당에 진입한 혁에게 토벌하라는 것은 명백한 사지(死地)로의 추방이었다.

게다가 남궁천 장로는 비열한 조항을 덧붙였다.

"가문의 정예 무사들은 다른 임무로 바쁘니, 네 처소에 거느린 사적인 무사들만 데리고 가도록 해라. 만약 임무를 거부하거나 실패한다면, 가법에 따라 내당 제자의 지위와 청죽헌을 몰수하고 외당의 노비로 전락할 것이다."

남궁백과 남궁연 등 신진 무사들만 데리고 흑풍채를 치라는 지시.
배후에서 이를 지켜보는 남궁위는 분명 흑곡에 추가적인 살수들을 배치해 혁의 목을 확실하게 베어버릴 음모를 꾸몄을 터였다.

백과 연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으나, 혁은 오히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오호, 배짱이 좋군. 기한은 보름이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마라."

남궁천은 혁이 죽음을 자초했다 생각하며 음험하게 웃었다.

대전 밖으로 나온 남궁백이 격분하여 주먹을 쥐었다.
"공자님! 이것은 빤히 보이는 덫입니다! 흑풍채의 채주인 ‘오천풍(吳天風)’은 초일류에 준하는 마공을 쓰는 악귀입니다. 게다가 소공자가 분명 살수들을 뒤에 붙였을 터입니다."

"나도 안다."

혁은 품에 품은 현검을 툭툭 쳤다.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세가 내부에서는 눈이 많아 마음껏 마법을 시험하거나 힘을 펼치기 어려웠지. 흑곡의 울창한 수풀 속이라면 귀신도 모르게 남궁위의 사냥개들을 몰살할 수 있다."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 서늘한 지혜가 서렸다.

"또한 흑풍채가 그동안 약탈해 모아둔 막대한 재물과 약재들은 우리가 독자적인 세력을 키우는 데 훌륭한 군자금(軍資金)이 될 것이다. 남궁위가 밥상을 차려주었으니,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이다."

그 대담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백과 연은 소름과 함께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당장 출발 준비를 해라. 사냥터로 나갈 시간이다."

청죽헌으로 돌아온 혁은 소소에게 거처를 지키게 한 뒤 남궁백과 남궁연을 비롯한 다섯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남궁세가의 정문을 나섰다.
가문이 그를 죽이기 위해 판 흑곡의 덫은 오히려 2서클 대마법사의 힘을 무림 천하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장엄한 살육의 무대가 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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