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6화: 내당(內堂) 진입과 청죽헌(靑竹軒)
"아버님! 저 자식은 명백한 사술(邪術)을 부리고 있습니다! 단전이 깨진 자가 어찌 무기를 허공에 띄운단 말입니까! 당장 지하 감옥에 가두어 그 배후를 밝혀내야 합니다!"
남궁위가 단상에서 내려와 간절하게 소리쳤으나, 가주 남궁황은 대답 대신 차가운 침묵으로 그를 제압했다.
남궁황의 초월적인 감각은 이미 혁의 전신을 샅샅이 훑고 지나간 터였다.
혁의 몸에는 마교(魔敎) 특유의 피비린내 나거나 음험한 살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차가운 새벽이슬처럼 맑고, 대기 전체를 장악할 정도로 기하학적이고 거대했다.
무엇보다, 비무대 위에서 오십 자루의 검을 띄운 힘은 내력이 아닌 완벽히 새로운 성질의 에너지였다.
세가의 중립적인 대장로인 ‘남궁진(南宮晉)’이 한 걸음 나서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가주님. 소공자의 말도 일리는 있으나, 저 아이의 몸에서 마기(魔氣)는 전혀 감지되지 않습니다. 단전 없이도 저런 무형의 기세를 내뿜는 것은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이것은 사술이 아니라 새로운 무공의 개척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문의 보물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됩니다."
장로들의 시선 또한 남궁위가 아닌 남궁혁에게 쏠려 있었다.
서자이긴 하지만, 신경(神境)에 달한 어검술을 흉내 내는 인재를 죽이는 것은 세가의 막대한 손실이었다.
남궁황은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남궁혁은 정당한 비무를 통해 외당 비무대회에서 우승했다. 가법에 따라 셋째 공자 남궁혁을 오늘부로 내당(內堂)의 정식 제자로 승격시키고 공자의 예우를 다하겠다."
"아버님! 하지만 저놈은……!"
"닥쳐라, 위야!"
남궁황의 호통이 남궁위의 말을 가로막았다.
"마태식이 공금을 횡령하고 가문의 핏줄을 독살하려 한 사건으로 인해 너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라 있다. 더 이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판결은 끝났다."
남궁위는 차가운 분노로 온몸을 떨었으나, 가주의 완강한 태도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혁은 가주를 빤히 바라보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예우를 다해주신다니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누님인 남궁소소를 더 이상 하인들이 천대할 수 없는 정식 소저(小姐)의 신분으로 보장해 주십시오. 그리고 방금 전 비무에 나섰던 방계 제자 남궁백을 제 직속 호위 무사로 배치해 주십시오."
가주 남궁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마. 내당 서쪽에 위치한 ‘청죽헌(靑竹軒)’을 너희의 처소로 내릴 터이니 오늘 중으로 짐을 옮기거라."
판결이 끝나자 가주와 장로들은 미련 없이 연무관을 나섰다.
남궁위 역시 혁을 짓이겨버릴 듯이 노려본 뒤 수하들을 이끌고 휭하니 사라졌다.
그날 오후.
혁과 소소, 그리고 세수대경을 거쳐 회복한 남궁백은 오랫동안 머물렀던 낡은 별채를 떠나 내당의 청죽헌으로 거처를 옮겼다.
청죽헌은 푸른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세 개의 침소, 그리고 개인 연무장까지 딸린 호사스러운 처소였다. 별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늑하고 마력이 풍부한 곳이었다.
소소는 아늑한 방 안을 둘러보며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다.
"혁아…… 정말 꿈만 같아. 우리가 진짜 내당에 들어오다니."
"꿈이 아니야, 누님. 이것은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누님이 가질 처소는 이보다 백 배는 더 화려할 테니까."
혁은 소소를 안심시킨 뒤 마당의 연무장으로 남궁백을 불렀다.
남궁백은 세수대경을 거친 뒤라 전신에서 깨끗하고 예리한 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혁을 향한 깊은 충성심과 수련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고 있었다.
"남궁백."
"예, 공자님!"
"오늘부터 네가 익힐 검법은 세가의 창공검법이 아니다. 내가 세운 마도(魔導)의 기초 위에, 검의 물리적 궤적을 극대화한 검법이다. 이름은 ‘마도검선(魔導劍線)’이라 부른다."
혁은 나뭇가지 하나를 쥐고 가볍게 휘둘렀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허공에 푸르스름한 마력의 선(Line)이 궤적으로 길게 남았다. 그 궤적은 남궁백의 단전에 심어진 진기와 공명하듯 미세하게 떨렸다.
"무인의 진기를 검 날 전체에 뿌리는 것은 낭비다. 진기를 검의 접촉선에만 압축하여 실어 보내는 법을 익혀라. 얇고 예리할수록 파괴력은 배가 된다."
혁은 남궁백의 체내 경맥 구석구석으로 진기를 운용하는 특수한 경로를 직접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인도했다. 마도의 수학적 효율성을 기공에 대입한 정교한 유도법이었다.
남궁백은 혁이 가르쳐준 경로대로 진기를 운용해 검을 질렀다.
쉬이익!
단 한 번의 지름만으로도 검 끝에서 날카로운 백색의 바람 칼날이 형성되며 마당의 대나무 하나를 깨끗하게 베어 넘겼다.
"이, 이것이……!"
남궁백은 자신의 손을 보며 경악했다. 삼류 초입에 불과한 진기의 양이었으나 파괴력은 삼류를 훌쩍 넘어 이류 무사의 장법에 버금가는 위력이었다.
"매일 천 번씩 찔러라. 경맥이 마도검선에 익숙해질 때쯤 너는 내당의 웬만한 일류 제자들도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공자님!"
남궁백은 연무장 구석으로 가 미친 듯이 검을 찌르기 시작했다.
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죽헌 너머의 내당 중심부를 응시했다.
내당에 진입했다는 것은 가문의 핵심 장로들과 소공자 남궁위의 본격적인 감시망 한가운데로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남궁위. 네놈이 결승전 직후 비무대를 에워싼 것은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앞으로는 음지에서의 자잘한 음모가 아닌, 가문의 권력 구조를 둘러싼 정면 승부가 벌어질 터였다. 혁은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2서클 마나 하트를 느끼며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누가 사냥감이고, 누가 사냥꾼인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대나무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 속에서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마법사 아드리안의 내당 장악을 위한 첫 번째 포석이 비로소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