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48화: 시련(試練)의 봉우리와 후기지수(後起之秀)들
마법 대륙의 서쪽 외곽, 황폐한 죽음의 계곡.
어둠의 마법사 연합의 잔당들이 고대의 악마, 바알록(Balrog)을 소환하기 위한 차원의 틈새를 억지로 찢어내어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크어어어어-!
대지를 찢고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염화(炎火)의 불길과 채찍을 든 6서클급 최상위 악마의 위압감에 대륙의 마법사들이 위기를 직감했다. 엘레나가 즉시 마도경성으로 지원 요청 마법을 보냈다.
하지만 성채에서 그 보고를 받은 혁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백아."
"예, 문주님."
혁의 뒤편에 무릎을 꿇고 서 있던 남궁백이 고개를 들었다.
"네가 마도문의 젊은 제자들과 함께 가라. 이 세계의 평화가 나 한 명의 힘으로만 지탱된다면, 그것은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너희가 지킬 때다."
"존명! 문주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남궁백은 즉시 은빛 장포를 흩날리며 차원문을 넘었다.
죽음의 계곡에 도착한 그는, 지상의 제자들과 함께 돌진해 들어갔다. 악마의 무자비한 불길이 내리쳤으나, 제자들이 전개한 공동 태극 마법 결계(Taiji Magic Barrier)가 불길을 분산시키며 가볍게 막아냈다.
"돌격하라!"
남궁백이 공중으로 신형을 부양시키며 현검을 그었다.
그의 검끝에서 뿜어진 은빛 참격은 번개와 한빙의 원소 마력이 휘돌아 악마의 단단한 불꽃 가죽을 갈라 찢었다. 뒤이어 정파 무사 출신의 마도문 제자들이 번개의 보법으로 악마의 사방을 포위하여, 일체화된 마법 무공의 궤적으로 악마를 갈기갈기 난도질했다.
"이, 이것이 중원의 무공과 마법의 조화란 말이냐?!"
의식을 치르던 어둠의 마법사들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그들의 마법 방어막은 제자들의 기공 마법 참격 앞에 한낱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결국 고대의 악마 바알록은 날개 한 번 제대로 피지 못하고, 남궁백과 제자들이 융합해 날린 거대한 뇌풍염검강(雷風焰劍罡)의 폭풍에 휩쓸려 소멸했다.
혁은 마도경성의 물거울(Scrying Mirror)을 통해 그 장엄한 토벌의 현장을 조용히 굽어보았다.
그의 은빛 눈동자에 오랜만에 안도와 자부심의 서광이 어렸다. 이제 두 세계는 그가 없더라도, 그가 뿌려둔 씨앗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