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4화: 검(劍)과 뇌(雷)의 이중주
남궁광의 적랑검이 허공을 가르자, 눈이 멀 것 같은 금빛의 내력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창공칠식(蒼穹七式) 제1초, 창천일격(蒼天一擊)!"
하늘을 가를 듯이 곧게 내리쳐지는 묵직한 검강이 혁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일류 고수가 온 내력을 실어 펼치는 일격은 비무대의 단단한 목조 기둥마저 삐걱거리게 만들었다.
혁은 눈을 빛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실드(Shield) - 강도 보강.’
깡!
보이지 않는 다차원의 차단 장벽이 전개되며 벼락같은 검강을 막아섰다.
하지만 일류 고수의 검은 앞선 무인들과 궤가 달랐다. 강력한 진기의 마찰로 인해 혁의 신형이 뒤로 두 걸음가량 부드럽게 밀려났다. 장벽 표면에는 푸른 마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호신강기가 버틴다면, 다음 초식은 어찌 막을 테냐! 제2초, 창천파도(蒼天波濤)!"
남궁광은 밀려난 혁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수평으로 꺾어 회전시켰다.
그의 적랑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파도 같은 진기의 물결이 비무대 전체를 휩쓸 듯 횡으로 쓸고 지나갔다. 검풍의 위력에 비무대의 바닥널들이 하나둘씩 뜯겨 날아갔다.
혁은 디딤발에 마력을 실어 가볍게 튀어 올랐다.
‘플리커(Flicker).’
팟-
그의 신형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며 공중으로 삼 장가량 도약했다.
수평 참격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남궁광은 즉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공중은 무인의 사지(死地)다! 제3초, 창해운해(蒼海雲海)!"
허공에 떠올라 회피할 곳이 없는 혁을 향해, 남궁광은 검을 무수히 찔러 넣었다.
수십 개의 예리한 금빛 검풍들이 구름처럼 뭉쳐 혁의 사지를 꿰뚫기 위해 쇄도했다. 공중에서는 신법을 바꾸기 힘들기에, 이 일격은 승부를 결정짓는 덫과 같았다.
하지만 대마법사의 사전에 도약 중 회피 불능이란 공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환영 분신(Mirror Image).’
스스슥-
허공에서 혁의 신형이 세 개로 갈라졌다.
남궁광의 예리한 찌르기들이 분신들의 어깨와 가슴을 사정없이 관통하며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안개처럼 일그러지며 본체의 위치를 교란했다.
"이런 요망한 잔재주를!"
남궁광은 감각을 곤두세웠다.
일류 고수 특유의 기의 진동과 호흡을 감지해 진짜 본체를 찾아내려 한 것이었다. 그는 미세하게 대기가 요동치는 오른쪽의 환영이 본체임을 직감하고 몸을 날렸다.
"찾았다! 제5초, 창천광풍(蒼天狂風)!"
거대한 회오리바람 같은 진기가 적랑검에 얽혀들며 혁의 진짜 신형을 덮쳤다.
혁은 공중에서 내려서며 철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2서클 마나 하트가 가파르게 요동치며, 바람과 번개의 원소 공식을 융합해 내기 시작했다.
‘속성 결합 - 뇌풍의 검(Lightning Blade + Wind Sheath).’
파치치직!
낡은 철검의 외관을 타고 짙은 푸른색의 바람막이가 전개되는 동시에 그 틈새로 지독한 백색 전류가 뱀처럼 얽혀들었다. 바람의 압력으로 검강의 물리적 방어력을 꺾고, 번개의 전도성으로 상대를 즉사시키는 하이브리드 무공이었다.
혁은 낙하하는 가속도를 실어 철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금빛의 광풍과 푸른빛의 뇌풍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비무대 전체를 집어삼키는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비무장을 지탱하던 네 개의 거대한 기둥에 굵은 금이 갔고, 관중들은 폭풍의 압력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그 광풍의 중심에서, 혁의 철검이 남궁광의 적랑검날을 무자비하게 찍어 누르고 내려갔다.
지이이잉!
검과 검이 맞닿은 접점을 타고 백색의 고전압 전류가 적랑검의 금속 몸체를 관통해 남궁광의 오른팔로 급속 전도되었다.
"끄으윽……!"
일류의 기공 방어막마저 관통한 전격의 파괴력이 남궁광의 중추 신경망을 순식간에 강타했다. 전신 근육이 돌처럼 굳어지며 마비가 찾아왔고, 그의 손바닥 힘이 풀리며 적랑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혁은 검을 거두고, 남궁광의 가슴 한 뼘 허공에 멈춰 섰다.
그의 철검 끝에는 여전히 백색의 전류가 명멸하고 있었다. 남궁광을 죽이지 않고 마비 전격으로 그의 이성과 무공만 일시적으로 봉쇄한 혁의 정교한 통제였다.
남궁광은 오른팔을 움켜쥐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비록 몸은 마비되었으나, 상처는 깊지 않았다. 혁이 자신을 배려해 치명상을 피해주었음을 그 역시 깨닫고 있었다.
"……내 패배다."
남궁광은 무거운 목소리로 항복을 선언했다.
"단전이 깨졌음에도 기와 번개를 이리 자유로이 다루다니. 네 무공은 내 상식을 초월했다."
혁은 검을 칼집에 꽂았다.
"상식에 얽매여 있기에, 2서클의 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판관은 마른 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혁의 방향을 가리켰다.
"승자, 그리고 외당 비무대회 우승자, 남궁혁!"
연무관을 가득 채운 관중석에서 마침내 폭발적인 탄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문의 버림받은 절맥 서자가, 외당 최고의 천재마저 압도적인 무공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소소와 남궁백은 감격어린 비명을 지르며 기뻐했다.
하지만 우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상석에 앉아 있던 남궁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집법당 무사들은 당장 비무대로 진격해라!"
남궁위의 서슬 퍼런 포효가 장내의 환호성을 단번에 잠재웠다.
스르릉!
연무관 사방의 문이 거칠게 닫히며, 검은 갑주를 입은 집법당 정예 무사 오십여 명이 뽑아 든 검을 치켜든 채 비무대를 겹겹이 에워쌌다. 살벌한 검도들이 혁의 온몸을 겨누었다.
남궁위가 비무대 난간을 짚으며 잔인하게 웃었다.
"남궁혁! 단전이 기형적으로 찢어진 절맥의 몸으로 어찌 저런 해괴한 요술을 부린단 말이냐! 네 놈은 필시 마교(魔敎)의 사악한 마공(魔功)을 은밀히 전수받아 가문을 개변하려는 첩자가 확실하다! 놈의 사지를 묶어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 철저히 심문하라!"
소가주의 권위를 등에 업은 누명.
그리고 비무대를 에워싼 오십 명의 정예 무사들.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였던 연무관은 피비린내 나는 처형장으로 변모했다. 혁은 자신을 에워싼 무사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남궁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마법사 아드리안의 무림 출도는 이제 가문 내부의 사투(死鬪)로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