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38화: 철혈(鐵血)의 심처(深處)와 용구(龍口)의 불꽃
철혈 황무지의 가장 깊은 화산 동굴 심처.
그곳에는 몸길이가 백 장(丈)에 달하는 거대한 칠흑빛 비늘의 용, 흑룡 테네브리스가 동굴 허공에 둥지를 튼 채 날개를 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찢어질 듯 요동치는 거대한 보랏빛 차원 균열이 있었고, 흑룡은 두 앞발로 균열을 잡고 어둠의 마력을 주입해 공간을 억지로 넓히는 중이었다.
"거대하고 사악한 도마뱀 놈이 기어코 쥐구멍을 넓히고 있었군."
동굴 입구에서 들려온 혁의 목소리에 흑룡이 거대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크으으으…… 아드리안?! 죽은 줄 알았던 필멸자 대마법사가 어찌 이질적인 동양의 육신을 입고 이곳에 나타났단 말이냐!"
테네브리스의 황금빛 세로 동공이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이내 혁의 가슴속 6개의 은빛 서클을 발견하고 흉포한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겨우 6서클이라니! 전생의 힘을 잃고 낙오자가 되었구나! 그런 미천한 마력으로 내 8서클의 권능에 맞서겠다는 것이냐!"
흑룡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그의 목구멍 심처에서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연소시키는 검붉은 용의 숨결(Abyssal Breath)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앙-!
화산 동굴 전체를 녹여내릴 듯한 흑적색 화염의 파도가 혁을 향해 쇄도했다.
혁은 현검을 앞으로 겨누며 은빛 눈동자를 빛냈다.
"차원을 굴절시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디스토션 실드(Distortion Shield) - 차원굴절장(次元屈折障)."
혁의 정면에 형성된 은빛 다면체 장벽이 흑적색 브레스를 흡수하여 좌우의 용암 지대로 굴절시켜 흩어버렸다.
그 틈새를 뚫고 혁은 몸을 날렸다.
"타임 액셀러레이션(Time Acceleration)."
파자작-!
혁의 신형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흑룡의 거대한 날개 옆으로 순간 이동하듯 도약했다.
"디스인테그레이션(Disintegration) - 원소삼중강(元素三重罡)."
혁이 현검을 휘둘러 흑룡의 단단한 검은 날개 비늘을 그어 내렸다.
금강석보다 견고하다는 용의 비늘이, 혁의 분해 마도가 실린 검날에 닿자마자 쇳가루가 되어 바스러지며 깊은 창상을 만들어냈다.
"끄아아아악!"
흑룡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꼬리를 휘둘렀다.
용의 꼬리치기는 화산 벽면을 통째로 허물어뜨리며 혁을 덮쳤고, 혁은 뒤로 물러서며 거대한 충격파를 받아냈다.
"필멸자 놈이 감히 용의 육신에 상처를 주다니! 멸하라!"
테네브리스가 포효하며 용의 위압(Dragon Fear)과 함께 8서클의 암흑 마법을 지피기 시작했다. 동굴 전체의 중력이 반대로 뒤틀리며 혁의 움직임을 억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