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37화: 몰락(沒落)의 마탑(魔塔)과 흑룡(黑龍)의 야욕
엘레나는 혁의 발치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지난 수십 년간 마법 대륙에 일어난 참극을 털어놓았다.
"스승님이 홀연히 사라지신 후, 마탑은 구심점을 잃었습니다. 그 틈을 타 어둠의 마법사 연합이 봉인되어 있던 고대의 흑룡(黑龍), 테네브리스(Tenebris)를 부활시켰습니다."
엘레나의 몸이 공포에 바르르 떨렸다.
"테네브리스는 8서클에 달하는 암흑 마력을 다루는 재앙의 괴물입니다. 그놈은 마탑을 파괴하고 대륙을 유린하던 중, 이 철혈 황무지 지하에 발생한 차원의 균열을 발견했습니다."
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흑룡이 균열을 눈치챘군."
"예! 그놈은 균열 너머에 존재한다는 동양의 무협 세계, 즉 신선한 영기(진기)가 대지에 가득 흐르는 중원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테네브리스는 중원의 영기를 통째로 빨아먹어 자신이 전설의 9서클 신룡(神龍)으로 진화하려는 야욕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균열의 중심부에서 차원의 벽을 강제로 찢어발기고 있습니다."
만약 흑룡이 차원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고 중원으로 밀고 들어간다면, 제아무리 무마연맹이 힘을 합친다 해도 일방적인 대학살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8서클의 고대 용은 혼자서 정파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파괴신이기 때문이다.
혁은 차분하게 현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군. 흑룡 놈이."
"스승님, 하지만 지금의 스승님은…… 마력의 서클이 여섯 개뿐이옵니다. 제아무리 기이한 검술을 쓰신다 한들, 8서클의 테네브리스를 상대하기에는……."
엘레나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혁의 상태를 살폈다.
혁은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
"서클의 개수가 마법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이 중원에서 개척한 무(武)와 마(魔)의 완전한 융화가 있으니."
혁은 엘레나와 학도들을 안전한 마법 은신처로 대피시킨 뒤, 흑룡 테네브리스가 차원을 찢고 있는 황무지의 깊은 균열 심처를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두 세계의 명운을 건 고대 흑룡과의 피할 수 없는 혈투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