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33화: 숭산(崇山)의 아룡(亞龍)과 소림(少林)의 백기
하남성 숭산의 소림사(少林寺).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불가의 성지답게, 방장 혜광(慧光) 대사와 십팔나한(十八羅漢)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혁의 경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무아미타불. 남궁 문주, 우리 소림은 부처님의 가호 아래 천년 동안 외풍을 막아왔소. 내공조차 지니지 않은 서양의 마수 따위가 감히 이 숭산의 신성한 지맥을 더럽힐 수 없소."
혜광 방장의 말투에는 천년 불가의 오만한 자부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혁은 그들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늘진 처마 아래서 팔짱을 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신앙이 저 거대한 비늘 가죽 앞에서도 통하는지 조만간 확인하게 되겠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림사 대웅전 상공의 공간이 쩍 갈라지며 불길한 검붉은 균열이 생겨났다.
캬아아아아오-!
균열 너머로, 몸길이만 십 장이 넘는 거대하고 단단한 청색 비늘의 아룡(亞龍 - Lesser Drake)이 튀어나왔다. 5서클급 최상위 마수인 드레이크였다. 드레이크는 지상으로 하강하며 전신을 녹여버릴 듯한 녹색 산성 화염(Acid Breath)을 들이부었다.
"나한진을 펼쳐라!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진기를 가동하라!"
혜광 방장이 다급히 외쳤다.
십팔나한이 황금빛 보호막을 만들며 방어선을 구축했으나, 드레이크의 산성 불꽃은 무림의 기적인 금강불괴 장막을 순식간에 녹여 부식시켰다.
"끄아아악!"
나한들이 산성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고, 혜광 방장의 금종조(金鐘罩) 보호막 역시 드레이크의 흉포한 꼬리치기에 유리창처럼 박살 나며 그가 피를 토하고 나뒹굴었다. 천년 소림의 자부심이 5서클 마수 한 마리 앞에 단 3초 만에 짓밟힌 꼴이었다.
혁은 옥상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허공에 섰다.
"프리징 케이지(Freezing Cage) - 빙옥쇄(氷獄鎖)."
파자작-!
드레이크의 거대한 날개와 사지가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한 백색 얼음 사슬에 묶여 허공에 고정되었다. 드레이크가 분노하여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으나, 6서클의 빙계 마법은 단 1인치의 미동도 허용하지 않았다.
혁은 현검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머리뼈가 단단하니, 해체해 주마."
"디스인테그레이션(Disintegration) - 멸진베기(滅塵斬)."
혁이 허공을 향해 현검을 가볍게 내리쳤다.
스으으으으-!
은빛 참격이 드레이크의 거대한 해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드레이크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의 머리 부분이 은빛 안개가 되어 서서히 바스러지며 바람 속에 흩날렸다. 단 일격에 5서클 마수가 가루가 되어 소멸하는 광경이었다.
"……!!"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혜광 방장과 생존한 도사들은 넋이 나간 눈으로 혁을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천대하던 이질적인 술법이 소림의 천년 불법을 아득히 초월하는 무소불위의 힘임을 목도한 것이다. 혜광 방장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혁의 발밑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소승이 안목이 좁아 구원자를 알아보지 못했나이다. 오늘부로 소림사 역시 마도문의 지시에 전적으로 복종하겠나이다."
혁은 차갑게 현검을 검집에 꽂았다.
"복종의 말은 소소에게 해라. 이제 중원 전역의 영맥에 거대한 결계 오벨리스크를 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