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29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과 새로운 질서
천마의 소멸과 함께 백만대산의 전투는 종식되었다.
산 정상으로 허둥지둥 올라온 무당파의 장문인 허정 도인과 무림맹주 제갈현, 그리고 남궁백은 잿가루가 흩날리는 공터 한가운데에 오연히 서 있는 혁을 발견했다. 그의 현검은 이미 검집에 꽂혀 있었고, 그의 은빛 눈동자는 평화롭게 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주님…… 마교의 교주는 어찌 되었습니까?"
남궁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천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혁의 덤덤한 대답에 정파의 영수들은 다리가 풀린 듯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살았다…… 정녕 중원의 난세가 끝이 났구려!"
허정 도인이 굵은 눈물을 흘리며 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갈현 역시 깊이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무림맹의 모든 가솔들과 도반들은 오늘부로 무마연맹의 맹주이자 천하제일인이신 남궁혁 문주님을 정식으로 모실 것을 선포하나이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과거 가문에서 내버렸던 서자가, 중원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절대적인 구원자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달 후, 마도문 본당이 위치한 영월 야산.
세상은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마도문은 천하제일의 문파로 군림하게 되었고, 소림사와 무당파를 비롯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매월 마도문으로 공물과 인재를 보내며 복종을 맹세했다. 가문의 자금을 쥔 남궁소소는 이들의 공물을 바탕으로 중원 전역에 마법 전송진과 방어망을 구축하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었다.
혁은 마도문의 옥좌에 앉아 가만히 자신의 가슴속 6서클 하트를 가동했다.
이제 그의 마력은 중원의 천지기운과 완벽하게 융합되어 숨 쉬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물리 법칙을 조율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혁의 은빛 눈동자는 저 멀리 백만대산 깊은 동굴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이한 마력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차원의 뒤틀림……."
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마가 자폭하며 발생했던 일순간의 아공간 왜곡과 그의 6서클 마력이 충돌하면서, 백만대산 심처에 전생의 마법 대륙과 이 중원 무림을 연결하는 거대한 차원문의 흔적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은빛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혁의 얼굴에 오랜만에 깊은 호기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