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27화: 붕괴(崩壞)하는 마검(魔劍)과 단비(斷臂)
오오오옹-!
빛과 소리조차 집어삼키는 일순간의 진공 상태.
뒤이어 은빛의 대마법 검강과 검붉은 천마혈검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천마제단 전체를 산산조각 내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양양성의 성벽을 부쉈던 폭발과는 궤가 달랐다. 정상의 암석들이 가루가 되어 휘날렸고, 제단을 바치고 있던 거대한 석주들이 도미노처럼 붕괴했다.
하지만 그 무자비한 기류 속에서 천마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내…… 내 혈검이 바스러지고 있다?!"
천마가 비명을 질렀다.
혁의 현검과 맞부딪힌 천마혈검의 칼날 부분부터, 은백색의 마도 불꽃에 닿자마자 고체화된 쇳가루가 되어 부슬부슬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모든 물질의 결합을 분리하여 먼지로 되돌리는 6서클 분해(Disintegration) 마법의 권능이었다. 마교의 오랜 역사가 깃든 불멸의 신병조차 이계의 초차원 법칙 앞에서는 한낱 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천마가 다급히 내력을 폭발시키며 혈검을 거두려 할 때, 혁은 그 공백을 놓치지 않았다.
"플리커 스텝(Flicker Step)."
파자작-!
혁의 신형이 허공을 밟으며 일순간 공간을 접어 천마의 왼쪽 측면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은빛 참격이 천마의 왼쪽 어깨를 사선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끄아아아악!"
천마의 비명이 산 정상에 메아리쳤다. 그의 왼팔이 허공으로 피를 뿜으며 분수처럼 날아올랐다.
천마는 급히 신형을 수십 장 뒤로 날리며 잘려 나간 어깨를 움켜쥐었다. 본래 신화경 고수의 무식한 생명력과 강신의 재생력이라면 찰나의 순간에 지혈되고 뼈가 돋아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잘려 나간 단면에는 은백색의 미세한 마력 불꽃이 타오르며, 세포의 결합과 재생 작용을 실시간으로 분해하여 방해하고 있었다.
"재생이…… 되지 않는단 말이냐?! 이게 대체 무슨 저주란 말이냐!"
천마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팔을 잃고, 자랑하던 마검마저 반 토막이 난 처참한 몰골.
천마는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마교의 지배자였고, 순순히 개죽음을 당할 생각은 없었다.
"남궁혁……! 네놈이 기어코 이 중원을 멸망으로 몰아넣는구나! 너와 함께 백만대산 전체를 폭사시켜 저승의 동반자로 삼아 주마!"
천마는 남은 오른손을 자신의 심장(단전)에 꽂아 넣었다.
마신멸천대법(魔神滅天大法). 전신의 내력과 강신의 모든 원혼을 폭파시켜 반경 수십 리를 용암과 재로 뒤덮는 최후의 자폭 비술이었다. 그의 가슴에서 시커먼 검붉은 광구(光球)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