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16화: 무마(武魔)의 융화와 영천(靈泉)의 격변
혁이 무당산의 태극영천으로 들어간 지 나흘째 되는 날, 중원의 전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교의 교주, 천마는 흑풍마황의 패망 소식을 듣고도 분노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잔혹한 호기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백여 년 전 나를 봉인했던 정파 놈들보다, 저 이질적인 힘을 다루는 서자가 훨씬 더 가치가 있구나. 내 직접 나서서 그놈을 찢고 그 영혼의 정수를 취하겠다."
천마의 명령에 따라 마교의 본대 삼만(三萬)의 군세가 정파의 심장부인 호북성 양양의 무림맹 본부를 향해 총공세를 개시했다. 무림맹은 각 문파의 모든 전력을 그러모아 양양성벽을 지키기 위해 농성하기 시작했으나, 천마 본인의 무력 앞에 정파의 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그 시각, 무당산 태극영천.
혁은 온천의 가장 맑은 심처에 정좌한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영천에서 분출되는 수백 년 묵은 천지 음양의 정수가 혁의 호흡을 타고 경맥을 통해 세포 하나하나로 스며들고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과도한 영기에 취해 주화입마에 빠질 법한 밀도였으나, 혁의 5서클 하트는 그 영기를 가차 없이 빨아들여 순수한 마력으로 정제했다.
우우우웅-!
그의 가슴속 다섯 개의 서클이 한계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며, 영천의 기운과 동조하여 서서히 여섯 번째 서클의 형태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온몸의 뼈를 깎아내고 경맥을 뜯어고치는 극도의 고통을 수반했다.
동양의 진기(내공)는 하늘과 땅의 능동적인 생명 기운이었고, 서양의 마나는 차원과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인 법칙의 결정체였다. 두 이질적인 권능을 융합하여 심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전생의 9서클 대마법사 아드리안이라 할지라도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이었다.
"크윽……."
혁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은빛 살결 위로 검붉은 불순물과 핏방울이 배어 나왔으나, 혁의 정신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정교한 마법 공식이 음양의 태극 기운을 나선으로 정렬시키며 마나 하트의 공전 궤도에 완벽하게 일치시켜 나갔다.
콰르르릉-!
수련이 깊어짐에 따라 무당산 협곡 전체에 거대한 대기의 왜곡이 발생했다.
영천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 리의 바람과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푸른빛과 은빛의 서광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무당파의 도사들은 대웅전 지붕에 올라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천지의 기운이…… 영천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소!"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전에 대기를 탐하는 것 같구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무너지며, 마법과 무공이 하나로 녹아드는 신화적인 현장이 무당산의 깊은 어둠 속에서 거세게 소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