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14화: 흑풍(黑風)의 해체와 섬광(閃光)의 보법
"애송이 놈이 감히 본 마황의 앞길을 막아서다니! 흑풍천멸진(黑風天滅陣)!"
흑풍마황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전신의 흑색 강기를 해방했다.
그의 소매 자락에서 시작된 검은 흑풍이 거대한 여섯 개의 토네이도가 되어 무당산 천주봉의 대지를 찢어발기며 혁을 향해 조여왔다. 돌바닥과 가옥들이 가루가 되어 휘날리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었다. 무당파의 장문인을 비롯한 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혁은 그 검은 바람의 궤적을 보며 조용히 은빛 눈동자를 굴렸다.
"조잡한 풍량(風量)이군. 진정한 바람이란 이렇게 다루는 것이다."
혁이 현검을 크게 휘두르며 하늘을 찔렀다.
"파이어 템페스트(Fire Tempest) - 홍련풍풍(紅蓮風暴)."
콰아아아아앙-!
그의 현검 끝에서 은백색 마도 화염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솟구쳐 올랐다. 화염 폭풍은 엄청난 원심력을 그리며 순식간에 흑풍마황의 여섯 개 흑풍 토네이도를 집어삼켰다. 바람에 산소를 공급받은 마도 화염은 더욱 흉포하게 타오르며 흑풍마황의 사악한 진기를 연료 삼아 연소시키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내 흑풍이 타오르고 있단 말이냐?!"
흑풍마황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진기로 만들어진 무형의 바람이 마법 화염에 의해 실시간으로 연소되는 광경은 무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였다.
검은 바람은 단숨에 백색의 화염 구름이 되어 공중에서 소멸했다.
"전 군세는 저놈을 쳐라! 저 애송이의 마력을 바닥내라!"
위기감을 느낀 흑풍마황이 오천의 마교 살수단에게 명령했다. 수천 명의 창검이 혁의 전면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며 쇄도하기 시작했다.
혁은 밀려드는 살수들을 보며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지름길을 쓰도록 하지."
파자작-!
혁의 신형이 은빛 스파크와 함께 허공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블링크(Blink) - 플리커 보법(閃光步法)."
찰나의 순간에 공간을 접어 도약하는 아드리안의 4서클 축지법이었다.
수천의 살수들이 지르고 있던 창검의 공백을 단숨에 가로질러, 혁은 가마 위에 앉아 있던 흑풍마황의 머리 바로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이, 이계의 축지법이란 말이냐?!"
흑풍마황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쳐들었다.
혁의 현검 끝에는 이미 적색의 화염과 푸른 한빙, 그리고 은빛 뇌전의 기운이 삼중의 완전한 나선을 그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화경 고수의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의 참격이 흑풍마황의 목줄기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전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