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12화: 위기(危機)의 무당(武當)과 태극영천(太極靈泉)
무림맹주 제갈현은 화산파의 백청학이 가져온 보고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힘을 원한다면 직접 와서 무릎을 꿇으라 했다고……? 서자 출신인 놈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당장 집법당을 보내 그 기만함을 징벌해야 합니다!"
점창파(點蒼派)의 장로가 격분하여 소리쳤다.
"어리석은 소리! 마교의 오대마장 중 넷을 참살한 괴물을 상대로 집법당을 보낸단 말이오? 그들을 개죽음으로 몰아넣을 셈인가!"
제갈현이 차갑게 일갈하며 이마를 짚었다. 정파의 명예를 운운하기에는 현재 무림맹이 직면한 상황이 너무나도 참혹했다.
그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무당파(武當派)의 송진 도인이 피투성이가 된 도포를 입은 채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맹주……! 무당산이…… 우리 무당파 본산이 마교의 기습을 받아 함락 직전이오!"
"뭐라구?!"
회의실 안의 고수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당파는 무림맹의 정신적 지주이자 가장 강력한 문파 중 하나였다. 무당파가 무너진다면 정파 무림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마교의 부활한 장로들과 오천의 군세가 산을 포위했소. 본 도가 필사적으로 뚫고 나와 구원을 청하러 왔으나, 무림맹의 본대마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니…… 제발, 마도문의 남궁 문주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오!"
송진 도인의 간절한 애원에 제갈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같은 시각, 혁은 합비의 밀실에서 조용히 마나 하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속 5개의 은빛 서클은 이미 터질 듯한 밀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대마도사의 경지인 6서클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마력의 축적을 넘어, 이 중원 세계를 흐르는 '천지기운(진기)'의 정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서양의 마나와 융화시켜야 했다.
"무(武)와 마(魔)의 일체……."
혁이 나직이 읊조렸다.
두 다른 체계의 근원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평범한 마력으로는 부족했다. 대자연의 순수한 영기(靈氣)가 고밀도로 응축된 성지가 필요했다.
그때, 문밖에서 남궁백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주님, 무당파의 송진 도인이 무림맹주의 친필 서찰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무당산이 함락당할 위기에 처해 신속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혁은 안구의 은빛 광채를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당파라. 그곳에 백여 년 동안 축적된 태극영천(太極靈泉)이라는 영적인 온천이 있다고 들었다."
태극영천.
무당산 심처에 자리 잡은, 천지의 음양 기운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분출되는 전설적인 영지였다. 6서클의 벽을 뚫고 '무마일체'의 경지를 열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었다.
혁은 밀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송진 도인에게 전해라. 무당산을 구하는 대가로, 나는 무당산의 금지(禁地)인 태극영천을 일주일간 독점하겠다. 이 조건을 수락한다면 무당산의 마교도들을 전부 도륙해 주마."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림의 위기를 이용하는, 철저하고 냉혹한 대마법사의 계산이 다시 한 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