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1화: 격돌(擊突)과 경악(驚愕)
깡!
연무관 전체에 귀가 먹먹할 정도의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비무대 바닥의 흙먼지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남궁철의 전력을 담은 검격은 허공에 멈춰 선 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남궁철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확장되었다. 그의 검 끝은 혁의 머리 위 불과 한 뼘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마치 강철보다 단단한 대리석 벽을 때린 듯한 반발력이 검신을 타고 그의 어깨와 손목으로 역류했다.
우두둑-
어깨 관절이 삐걱거리는 비명 소리와 함께 남궁철의 신형이 뒤로 몇 걸음 비틀거렸다.
반면, 공격을 받은 혁은 소매 자락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방금 무엇을 한 거지?"
"장벽인가? 내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찌 저런 무형의 방어막이 생긴단 말인가!"
관중석의 무인들이 일제히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석에 앉아 있던 소공자 남궁위 또한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미간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저것은 확실히 호신강기가 아니다. 호신강기라면 기의 흐름이 대기를 진동시켜야 하거늘 저 장벽은 공간 자체가 단절된 듯한 기묘한 느낌을 준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비무대 위, 남궁철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혁을 노려보았다. 소환단의 부작용으로 인해 체내의 진기가 폭발하듯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성이 점차 공포와 분노에 잠식되어 갔다.
"비열한 요술을 부리는구나, 서자 놈이! 죽어라!"
남궁철이 광오하게 소리치며 다시 한번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검날이 청색의 진기막을 두른 채 횡으로 베어 왔다. 창공검법의 이초, ‘창천횡참(蒼天橫斬)’. 대각선으로 대기를 가르며 혁의 상체를 양분하려는 매서운 궤적이었다.
혁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두 번은 보여줄 필요가 없겠지."
혁은 검을 고쳐 쥐며 마나 하트의 출력을 높였다. 2서클 마력이 낡은 철검 내부의 분자 결합을 강화시켰다.
‘구조 강화(Reinforce Structure) - 푸른 칼날(Mana Blade).’
낡아 빠진 철검의 검신을 타고 서늘한 푸른빛의 마도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무림인들이 보기에는 검 끝에 맺히는 검기(劍氣)와 완벽히 동일해 보이는 형상이었다.
혁은 한 걸음 앞으로 파고들었다.
‘플리커(Flicker).’
팟-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혁은 남궁철의 검 궤적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남궁철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찰나 혁의 철검이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치솟았다.
콰강!
가벼운 쇳소리가 아닌, 무거운 둔기가 부딪치는 듯한 굉음이 일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남궁철이 쥐고 있던 세가의 보검이 유리창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린 것이다.
"내, 내 검이?!"
남궁철이 경악하여 자루만 남은 검을 바라보는 찰나, 혁의 왼손 손바닥이 그의 가슴 한가운데를 정확히 짚었다.
‘포스 볼트(Force Bolt) - 영거리 방출.’
콰아아앙!
눈에 보이지 않는 폭발적인 마력의 충격파가 남궁철의 흉부를 정통으로 타격했다.
남궁철의 거구가 허공을 날아 비무대 바닥을 뒹굴며 십여 보를 굴렀다. 그는 비무대 경계선 밖으로 굴러떨어지며 한 됫박의 핏덩이를 토해냈다.
"커헉…… 끄으으……."
남궁철은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쳤으나 소환단으로 억지로 끌어올렸던 그의 기혈은 마력 충격파에 의해 완전히 역류(逆流)해 버린 상태였다. 경맥 곳곳이 끊어지는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그는 이내 눈을 뒤집으며 실신했다.
정적이 연무관을 지배했다.
수백 명의 관중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침묵이었다.
단 세 수.
외당 최고의 신진 고수이자 이류 극의의 무공을 펼친 남궁철이 단전이 깨진 절맥의 쓰레기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완패했다.
판관을 맡은 집법당 무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들어 올렸다.
"승자, 남궁혁!"
그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관중석 한편에서 소소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몇몇 방계 제자들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웅성거리며 박수를 보냈다.
혁은 낡은 철검을 검집에 꽂으며 상석의 남궁위를 바라보았다.
남궁위는 앉아 있던 의자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악력에 단단한 대리석 의자 손잡이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저 쓰레기가…… 감히 내 얼굴에 침을 뱉어?"
남궁위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대중의 눈이 쏠린 공식 비무대회다. 여기서 억지를 부려 혁을 처단할 수는 없었다.
혁은 비무대 계단을 내려왔다.
그가 대기석으로 걸어오는 동안, 주변의 제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터주었다. 겁에 질린 눈빛들이 그의 등 뒤를 따랐다.
혁이 대기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한 명의 청년이 그에게 접근했다.
수려한 용모에 백색 비단 장포를 입은 사내, 남궁세가의 둘째 가주 후보이자 남궁위의 숙적인 ‘남궁도(南宮濤)’였다.
남궁도는 부채를 가볍게 쥐며 혁의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 비무였다, 셋째 동생아. 가문에 이런 인재가 숨어 있었을 줄이야. 단전이 깨졌다는 소문은 형제들을 속이기 위한 위장술이었더냐?"
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그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하하, 성정이 급하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 네가 보여준 무공이라면 내당의 제자들과 겨루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내가 아버님께 말씀드려 네 신분을 복권시키고, 네 누이에게도 양질의 처소를 마련해주마. 대신 네가 내 편에 서서 남궁위를 꺾는 데 힘을 보태다오."
남궁도는 혁을 자신의 장기말로 삼아 남궁위를 실각시킬 좋은 기회라 판단했다.
하지만 혁의 입가에 차가운 실소가 걸렸다.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음? 신분 복권과 누이의 처소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냐?"
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도의 곁을 지나쳐 걸어갔다.
"나는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이를 지키는 것은 내 힘으로 충분합니다."
남궁도의 눈매가 서늘하게 굳어졌다.
"생각보다 오만하군, 혁아. 가문 내에 아군이 없이 남궁위의 마수를 혼자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더냐?"
"견디는 것이 아닙니다."
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가 내 앞길을 막아선다면 부숴버릴 뿐입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궁도는 부채를 꽉 쥐었다.
방심할 수 없는 괴물이 세가 내에 탄생했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혁의 첫 승리는 이제 거대한 태풍의 눈이 되어 남궁세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