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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10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10화: 비무대(比武臺)에 오르다

가을의 얇은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남궁세가 연무관(演武館)은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가솔과 제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매년 개최되는 연무관 비무대회는 외당 제자들과 서자, 방계 가솔들이 자신의 무공을 증명하고 세가 내에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였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자는 내당의 정식 제자로 승격되거나 세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영약과 고급 비급을 하사받을 수 있었기에, 비무장 주변의 공기는 온통 팽팽한 긴장감과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서자 남궁혁이 비무에 직접 나선다더군."

"단전이 깨진 절맥증 환자가 비무대에 선다고? 제정신인가? 상대가 외당에서 가장 난폭하기로 유명한 남궁철인데,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로군."

"배급당에서 무사들을 쓰러뜨렸다느니 조산의 팔다리를 얼렸다느니 하는 기괴한 소문이 돌았는데 진짜인지 오늘 비무대 위에서 밝혀지겠지. 비열한 요술이나 꼼수를 썼다면 집법당의 판관들이 가만두지 않을 터다."

관중석 곳곳에서 혁을 비웃고 폄하하는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가문 사람들은 누구도 그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저 소공자 남궁위의 수하인 남궁철에게 처참하게 짓밟혀 개처럼 기어나갈 소년의 몰골만을 기대할 뿐이었다.

비무장 중앙의 높은 상석인 소가주석에는 남궁위가 오연한 자세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사촌동생이자 기획자인 남궁민과 집법당의 하급 관리자들이 나란히 배석해 있었다. 남궁위는 턱을 괴고 관중석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혁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이 네 놈이 남궁세가의 가법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죽거나 불구가 되는 날이다. 네 등 뒤에 어떤 파벌이나 배후가 숨어 있든 간에 비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죽음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

그가 뿜어내는 차갑고 오만한 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혁은 그저 눈을 감은 채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의 심장 뒤편, 다차원 공간에 자리 잡은 2서클 마나 하트는 이중의 고리를 그리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부드럽게 공명하고 있었다. 적양초의 기운을 완벽하게 흡수한 그의 육체는 이미 전성기의 감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혁아……."

곁에 선 소소가 혁의 거친 무복 소매를 꼭 쥐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꼭 비무대에 올라야만 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기권하고 세가를 벗어나는 편이…… 그들의 음모가 빤히 보이는데 너무 위험해."

혁은 천천히 눈을 떠 소소의 걱정 어린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소소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가볍게 얹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한 줄기 미세하고 따뜻한 마력이 흘러 들어가 소소의 떨리는 심장박동을 부드럽게 진정시켰다.

"걱정하지 마, 누님."

혁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오늘 이후로, 이 가문에서 누님과 나를 함부로 내려다보거나 천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게 될 테니까. 며칠간 연마한 조식법을 믿고 얌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어."

그의 신비로운 푸른 눈동자 속에는 범접할 수 없는 초월자의 의지가 서려 있었다. 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혁의 소매를 놓아주었다.

"첫 번째 대전! 외당 남궁철 대 서자 남궁혁! 양방은 비무대로 오르라!"

집법당 수사관의 날카롭고 웅장한 음성이 연무관의 넓은 홀을 진동시켰다.

관중석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관중석 아래에서 엄청난 체구의 사내가 쿵쾅거리며 비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외당 무사들의 실질적인 대장 노릇을 해온 남궁철이었다.
그의 온몸에서는 삼류를 훌쩍 넘어 이류(二流)의 극의에 달하는 묵직한 진기의 기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공자에게 하사받은 소환단(小還丹)을 단 한 시간 전에 복용한 탓이었다.

약력으로 인해 그의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자위에는 미세하게 핏발이 서 있었다.
혁은 그의 불안정한 호흡과 거친 내공 순환을 단 한눈에 읽어냈다.

‘소환단이라는 영약의 힘을 빌려 억지로 기를 증폭시켰군. 힘은 강해졌을지언정 제어가 되지 않아 체내의 경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9서클 대마법사의 눈에는 그저 스스로 파멸로 걸어 들어가는 미련한 짓에 불과해.’

남궁철은 비무대 한가운데 서서 들고 있던 묵직한 강철 검을 흔들며 잔인하게 킥킥거렸다.

"쓰레기 서자 놈아, 어서 기어 올라오너라! 오늘 네 놈의 사지를 가루로 만들어 평생 침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주마!"

혁은 덤덤하게 계단을 밟고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의 손에는 가문의 대장간 구석에 버려져 있던, 이가 빠지고 낡은 초라한 철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좋은 칼은 필요 없었다. 마법사에게 무기란 그저 자신의 마력을 투사할 매개체(媒介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비무대 중앙에서 두 소년이 마주 보았다.

남궁철은 턱을 치켜들며 혁을 깔보았다.
"단전이 찢어진 병신 주제에 낡은 철검이라니, 네 놈에게 어울리는 초라한 장난감이로군. 하지만 그 검으로 내 창공검법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말이 많군. 벼락을 맞기 직전의 개구리처럼 요란스럽게."

혁의 담담한 대꾸에 남궁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자식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스릉-.
남궁철이 철검을 비스듬히 겨누자 그의 검신을 타고 푸른빛의 진기막이 폭풍처럼 일렁였다. 억지로 증폭된 진기의 압력이 비무대 바닥의 나무판을 삐걱거리게 만들 정도로 거칠었다.

비무대의 판관을 맡은 집법당 무사가 두 사람의 대치 상태를 확인한 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비무 시작!"

판관의 손이 매섭게 내려가는 순간.

"죽어라!"

남궁철의 신형이 엄청난 진기의 추진력을 얻어 혁을 향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가 휘두른 묵직한 강철 검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울렸다. 남궁세가의 정통 가전검법인 ‘창공일대검(蒼穹一帶劍)’의 파괴적인 초식이 혁의 머리를 향해 한 줄기 빛처럼 베어 내려왔다.

슈아아아악!

엄청난 내공의 바람이 비무대의 하얀 먼지를 사방으로 휘날리며 혁의 시야와 신형을 통째로 짓눌렀다. 관중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이류 극의의 힘이 실린 저 일격을 절맥증 환자가 피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혁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깊은 푸른 눈동자 속에서, 두 개의 마나 서클이 미친 듯이 공전하며 순수한 물리 제어 마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려오는 남궁철의 검날이 그의 이마 위 삼십 센티미터 앞까지 육박한 찰나 혁의 왼손 끝이 보이지 않는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부드럽게 그었다.

‘공간 차단(Shield) - 전개.’

폭풍의 눈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바꿀 대마법사의 전대미문 마법 무공이 마침내 비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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