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3화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3화: 원장이 있는 냄새

정오의 해가 귀물각 창살에 걸려 있었다.

빛은 방바닥 위로 조금씩 움직였고 그 끝이 장부의 빈 줄을 향했다. 건하는 붓을 내려놓았다. 이제 빈 줄은 없었다. 반환증의 결함과 송출 부적의 제목, 회색 밀랍 조각까지 모두 종이 위에 남아 있었다.

남은 것은 원장이었다.

등본으로는 물건을 돌려줄 수 없다. 등본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만든 종이였다. 원장은 누가 어디서 무엇을 받았는지와 그 물건이 어느 손을 거쳤는지를 묶어 두는 기록이었다.

건하는 봉인된 목갑을 서문린 앞으로 밀었다.

"소문주가 보관해 주십시오. 목갑과 부적은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서문린은 봉인끈을 한 번 훑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건하는 반환증 옆에 새 서식 한 장을 펼쳤다.

회색 허리패의 사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무슨 종이입니까?"

"반환 보류 통지서입니다. 요구하신 물건은 소유자와 원 접수 번호가 확인될 때까지 귀물각에 보관된다는 뜻입니다. 요구자 성명과 서명을 받겠습니다."

"왕실 기록청 명의가 성명보다 못합니까?"

"기록청은 수령자가 아닙니다. 수령자가 누구인지 적어야 물건이 사라졌을 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자는 종이를 밀어냈다.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건하는 망설이지 않고 적었다.

반환 요구자. 성명 미상.

원 접수 번호 미제시.

보류 통지서 서명 거절.

사자의 입가가 굳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붉고 탁한 가루가 얇게 끼어 있었다. 건하는 그 손을 보지 않는 척했다. 지금 손끝을 붙잡으면 상대는 왕실 사자를 모욕했다는 말부터 꺼낼 것이다.

서문린이 목갑을 품에 안았다.

"사자는 귀물각 안에서 기다려라. 유건하와 나는 뒤뜰 통로를 확인한다."

"나를 붙잡아 둘 권한이 청연문에 있습니까?"

"귀물각 물품을 반환하러 왔다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협조할 의무가 있다. 떠나고 싶다면 방금 거절한 통지서에 그 사실부터 남겨라."

사자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때 뒤뜰 쪽에서 마수 울음이 터졌다.

낮은 소리가 벽을 타고 귀물각 안까지 밀려왔다. 목갑이 아니라 뒤뜰 통로를 향한 울음이었다. 사자의 소매가 아주 작게 떨렸다.

한소탁은 창백해진 얼굴로 문가에 섰다.

"사형. 제가 우리 문을 제대로 잠그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사자가 급하다고 해서..."

"확인하고 판단한다."

건하는 한소탁의 말을 잘랐다.

"기억나는 순서대로만 말해. 사과부터 하지 마."

서문린이 수위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이 든 수위가 묵직한 빗장을 들고 문 앞을 지켰다. 사자는 그 뒤에 남았다.

건하와 서문린, 한소탁은 뒤뜰 보관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낮고 습했다. 벽돌 사이에는 오래된 물때가 끼어 있었고 한쪽에는 마수 우리로 가는 사료 수레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한소탁은 숨을 죽인 채 앞장서다가 두 번째 기둥 앞에서 멈췄다.

"사자가 여기서 멈췄습니다. 제가 목갑을 받아 들었을 때요."

건하는 기둥 밑을 살폈다.

먼지 위에 붉은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매운 냄새가 났다. 마수 우리에서 쓰는 진정향의 달큰한 냄새와는 달랐다. 숨을 깊게 쉬면 목 안쪽이 마르는 종류였다.

"청각초가 섞였습니다."

서문린이 낮게 물었다.

"확실한가?"

"약재상에서 맡은 냄새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가루만으로 마수를 움직였다고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건하는 바닥의 가루를 종이 위에 살짝 받았다.

"마수가 무엇을 물고 무엇을 피하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통로 끝에 있는 임시 우리는 반쯤 열려 있었다.

갈기가 거친 짐승이 목줄을 팽팽히 당기며 앞발로 문을 내리쳤다. 놈은 귀물각 쪽을 보지 않았다. 문틈에 낀 회색 천 조각만 노려봤다. 천 조각에는 회색 밀랍이 묻어 있었고 붉은 가루가 습기에 젖어 검게 번져 있었다.

마수는 천 조각이 흔들릴 때마다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다 바람이 반대쪽으로 불자 귀를 눕히고 뒤로 물러났다. 목갑의 청동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놈은 그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건하는 시선을 좁혔다.

"신표 자체를 쫓는 반응은 아닙니다. 냄새와 소리에 끌렸다가 피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차이지?"

"신표가 미끼라면 우리를 귀물각 앞에 풀어도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통로 안쪽에 냄새를 묻히고 문을 반쯤 열었습니다. 마수가 이 길목을 어지럽히는 동안 다른 일을 하려던 겁니다."

한소탁이 작게 말했다.

"사자가 목갑을 들고 들어올 때도 우리 쪽을 봤습니다. 저는 왕실 물건이라 조심하는 줄 알았는데..."

말끝이 끊겼다. 마수가 갑자기 포효하자 한소탁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의 손은 장부판 가장자리를 잡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건하는 장부판과 짧은 먹막대를 그에게 내밀었다.

"문을 친 횟수를 적어."

"제가 세다가 틀리면요?"

"틀렸다면 틀린 대로 적어. 네가 본 것을 남기면 된다. 완벽한 기억을 만들려고 하지 마."

한소탁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수가 다시 앞발을 내리쳤다.

툭.

그는 먹막대로 첫 줄을 그었다.

툭. 툭.

두 줄이 이어졌다. 세 번째 소리가 날 때 한소탁의 손끝이 잠깐 멈췄지만 이번에는 종이를 놓치지 않았다.

건하는 우리 문고리로 다가갔다.

문고리 안쪽에는 붉은 칠이 얇게 벗겨져 있었다. 비에 오래 씻긴 색이 아니었다. 단단한 금속이 긁고 지나간 자국이었다. 그는 손대지 않고 고개만 돌렸다.

"소탁아. 사자 허리패 밑에 있던 칠을 기억하나?"

한소탁이 우리 문과 귀물각 쪽을 번갈아 봤다. 마수의 울음에 흔들리던 눈이 자국에서 멈췄다.

"같은 붉은색입니다. 허리패 모서리도 저렇게 닳아 있었습니다. 사자가 통로로 들어올 때 문고리를 비켜 지나갔고요."

"추측은 적지 마. 네가 직접 본 것만 적어."

"예. 허리패 아래 붉은 칠. 우리 문고리 안쪽 붉은 칠. 둘 다 기록하겠습니다."

귀물각 쪽에서 사자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린 제자의 말로 왕실 기록을 더럽히려는 겁니까?"

서문린이 통로 입구를 돌아보았다.

수위가 길을 막고 있었지만 사자는 더 가까이 와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으나 시선은 우리 바닥만 향했다.

"증거를 훼손하지 마라."

서문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마수는 문틈의 회색 천을 물었다. 천 조각이 찢어지며 안에 붙어 있던 회색 밀랍 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놈은 그것을 물고 몸을 돌렸다. 목줄이 팽팽해지자 밀랍 덩이가 바닥을 긁으며 배수구 쪽으로 끌려갔다.

그 틈에서 젖은 종이 모서리가 드러났다.

사자가 달려들었다.

"그건 왕실 문서입니다."

그는 종이를 밟으려 했다.

건하는 검을 뽑지 않았다. 우리문을 발로 밀어 닫았다. 무거운 나무문이 사자의 정강이 앞에서 닫히고 빗장이 떨어졌다. 사자는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소탁아. 사료 집게."

한소탁은 벽에 걸린 긴 집게를 향해 움직였다. 마수가 가까이 울부짖자 그의 발이 굳었다. 과거에 도망치던 발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장부판에는 방금 그가 그은 세 줄이 남아 있었다.

한소탁은 입술을 깨물고 집게를 잡았다. 배수구 가까이 몸을 낮춰 젖은 종이 끝을 집었다. 종이는 회색 밀랍에 붙어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장부 포장끈이 찢긴 채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장부를 옮기다 끈을 잘라 버린 흔적이었다.

서문린이 손수건을 펼쳤다. 한소탁이 그 위에 종이를 올렸다. 젖은 먹이 번져 있었지만 두 줄은 읽을 수 있었다.

원 접수 번호. 계-341-초봄-003-3.

수로 서고 임시 이관.

건하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계-341-초봄-003-3은 목갑 속 청동 신표 조각에 붙인 번호였다. 원 접수 번호가 없다고 하던 사자는 그 번호가 적힌 이관 쪽지를 버리려 했다.

"원장이 따로 있습니다."

건하가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원장을 수로 서고로 옮기려 했습니다."

사자가 코웃음을 쳤다.

"젖은 쪽지 하나로 말입니까? 임시 이관은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 절차입니다."

"정상 절차라면 반환증에 원 접수 번호가 있었겠지요. 정상 절차라면 송출 부적을 들보에 붙일 이유도 없습니다."

사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서문린은 쪽지를 내려다보다가 목갑을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수로 서고로 간다. 너는 귀물각에 남아 조사받아라."

"소문주께서 왕실 기록을 가로채겠다는 말입니까?"

"청연문이 가로챈 것은 없다. 이미 귀물각 장부에 등록된 물건의 원장을 대조하러 갈 뿐이다."

정오 종이 울렸다.

손목 안쪽의 천명패가 차갑게 빛났다.

[하급 송출 예약 내용 변경]

[청연문 왕실 신표 은닉 → 왕실 신표 반환 절차 분쟁]

송출은 취소되지 않았다. 제목만 바뀌었다. 누군가가 은닉이라는 말은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반환 절차 분쟁이라는 모호한 말로 청연문을 묶어 두려 하고 있었다.

건하는 창문 너머 하늘을 보았다. 수로 방향에는 아직도 청각초 냄새가 얇게 이어졌다.

사자가 그 냄새를 맡았는지 고개를 아주 조금 돌렸다.

그 찰나에 그는 우리 옆 낮은 창을 걷어찼다. 오래된 나무살이 갈라졌다. 수위가 달려들었지만 사자는 부서진 창틀을 넘어 담장 너머로 몸을 던졌다.

"잡아!"

서문린의 검이 빠져나왔다.

하지만 건하는 그녀의 소매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젖은 쪽지 위에 손수건을 더 덮었다.

"소문주. 목갑과 이관 쪽지는 지금 흩어지면 안 됩니다."

"도망친 자를 놓치자는 말인가?"

서문린의 검끝이 수로 쪽을 향한 채 떨렸다.

"사자를 잡아도 원장이 사라지면 방송은 다시 은닉이라고 쓸 겁니다. 원장을 먼저 확보해야 사자가 무슨 말을 해도 장부로 되물을 수 있습니다."

마수는 목줄 끝에서 거칠게 숨을 뱉었다. 그 호흡은 회색 천 조각이 멀어지자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다. 건하는 그 변화를 보며 가루를 접은 종이에 싸 넣었다. 아직 병증명은 붙이지 않았다. 오늘 확인한 것은 유인 흔적뿐이었다.

서문린은 한참 뒤 검을 집어넣었다.

"수위 둘을 수로 길목에 세워라. 쫓지는 말고 지나가는 자의 얼굴과 옷차림을 적게 해."

수위가 곧장 달려갔다.

서문린이 건하를 보았다.

"증거를 지킨 대가로 원장을 놓치면 네 책임이다."

"예. 그래서 지금 찾겠습니다."

한소탁은 장부판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하얬지만 이번에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사형. 제가 본 걸 적었습니다. 마수가 문을 세 번 쳤고 회색 천을 물고 배수구로 갔습니다. 사자 허리패의 붉은 칠과 문고리 안쪽 자국도요."

"잘했다."

건하는 장부판을 받아 확인자 칸을 가리켰다.

"여기에 네 이름을 적어. 사과가 아니라 증언으로 남겨."

한소탁의 붓이 한 번 떨렸다.

그래도 그는 자기 이름 석 자를 끝까지 썼다.

통로 끝 수로 쪽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 사이로 매운 약 냄새가 가늘게 이어졌다.

송출은 이미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원장이 있는 냄새는 아직 남아 있었다.

건하는 목갑이 아닌 젖은 쪽지를 먼저 품에 넣었다.

이번에는 누군가가 버린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가 빼앗아 가려는 기록을 찾아야 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