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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2화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2화: 하루 빠른 봉함

천명패의 글자는 건하의 눈에만 떠 있었다.

[을열 18번: 기존 등록 정보와 현재 물품 정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는 숨을 길게 뱉지 않았다. 숨이 길어지면 서문린이 눈치챌 것이다. 손목 안쪽의 옅은 문양이 다시 떨렸고 목 뒤에는 칼날이 닿던 감각이 얇게 남아 있었다.

건하는 붓끝을 장부 위에 세웠다.

"소문주. 반환 보류 사유를 먼저 적겠습니다."

서문린은 봉인한 목갑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왕실 봉랍이 찍힌 물건을 보류하면 왕실 항의가 온다."

"왕실 물건으로 확정하면 더 큰 항의가 옵니다."

한소탁은 숨을 삼켰다. 건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지금 한소탁의 불안을 달래면 증언이 흐려진다. 먼저 종이에 남겨야 했다.

그는 장부 빈칸 아래에 적었다.

봉랍 매듭 방향 불일치. 물품 문양 일부 훼손. 원 신고자 미상. 원 접수 번호 미상.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동안 건하는 접수증을 당겨 왔다. 왕실 사자가 남기고 갔다는 얇은 황색 종이였다. 겉보기에는 초봄 초삼일 접수증이었다.

그러나 날짜 칸의 세 번째 획이 두꺼웠다.

초사일의 '사'를 긁어 내고 초삼일의 '삼'처럼 덧칠한 흔적.

건하는 손톱으로 종이를 긁지 않았다. 종이를 훼손하면 상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절차 위반을 들이밀 것이다. 그는 옆에 새 종이를 놓고 보이는 그대로 베꼈다.

"소탁아."

"예."

"회색 허리패 사자가 어느 문으로 들어왔지?"

"정문 쪽은 아니었습니다. 뒤뜰 보관 통로로요. 제가 물품 확인은 정문 접수대에서 해야 한다고 했는데 왕실 급송품이라 바람을 맞히면 안 된다고 해서..."

한소탁의 말끝이 작아졌다.

서문린이 날카롭게 물었다.

"뒤뜰 보관 통로는 외부인 출입 금지다."

"죄송합니다."

건하는 고개를 저었다.

"사과는 나중에 해. 허리패는 보았나?"

"회색이었습니다. 기록청 사자들이 차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름은 못 들었습니다. 다만 허리패 아래에 붉은 칠이 조금 벗겨져 있었고..."

"그리고?"

"약 냄새가 났습니다. 마수 우리 쪽에서 쓰는 진정향하고 비슷했는데 더 매웠습니다."

귀물각 밖에서 낮은 울음이 다시 들렸다.

목갑 안의 청동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봉인지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울음은 그쪽으로 끌려오는 듯했다.

서문린의 시선이 창문으로 향했다.

"마수 관리원이 왜 귀물각 뒤뜰로 몰았지?"

"몰지 않았을 겁니다."

건하는 접수증을 들어 빛에 비추었다. 덧칠한 날짜 아래 옛 획이 가늘게 살아 있었다.

"누가 냄새를 이쪽에 묻혀 둔 겁니다. 마수가 올 것을 예상했거나 오게 만들었겠지요."

"유건하. 추정은 짧게 하고 증거를 길게 가져와라."

"예."

바로 그때 귀물각 문밖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렸다.

"왕실 기록청 급송품 반환 절차로 왔습니다."

한소탁의 얼굴이 굳었다.

서문린이 손짓하자 문이 열렸다. 회색 허리패를 찬 사내가 문턱 안으로 한 걸음 들어왔다. 중년이라기에는 젊고 청년이라기에는 눈가가 마른 얼굴이었다. 허리패 밑칠은 정말로 붉게 벗겨져 있었다.

그는 서문린에게 예를 갖춘 뒤 곧장 건하를 보았다.

"귀물각 담당이십니까?"

"하급 담당 유건하입니다."

"청연문은 왕실 봉랍품을 확인했으니 즉시 반환하십시오. 착오 보관으로 처리하면 왕실에서도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건하는 사내가 내민 종이를 받았다.

반환증이었다.

서식은 깨끗했다. 너무 깨끗했다. 원 접수 번호를 적는 칸에는 얇은 선만 그어져 있었고 수령자 이름은 왕실 기록청으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관인은 종이 오른쪽 위에 찍혀 있었다.

사내의 손끝에는 붉은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 봉랍을 만진 사람의 흔적이라기에는 색이 탁했다. 마수 우리에서 쓰는 진정향을 오래 빻으면 저런 색이 남았다.

건하는 그 손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아는 척이 된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처럼 물어야 했다.

원장은 관인을 아래에 찍는다. 등본은 위에 찍는다.

반환증이 아니라 방송에 보이기 좋은 등본 서식이었다.

"수령자 성명과 원 접수 번호가 없습니다."

사내의 눈썹이 움직였다.

"왕실 기록청 명의면 충분합니다."

"귀물각 규정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유자 공란 물품은 본인 확인 또는 위임 확인 없이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왕실 봉랍을 보고도 본인 확인을 요구합니까?"

"봉랍 매듭이 왕실 규정과 다릅니다."

건하는 목갑을 열지 않았다. 봉인지 위에 적은 보류 사유만 사내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이 반환증은 원장 서식이 아닙니다. 등본 서식입니다. 등본으로 물건을 돌려드리면 원장 기록이 비게 됩니다."

서문린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주 조금이었다.

사내는 웃지 않았다.

"청연문이 왕실 물건을 붙잡는다는 소문이 돌면 문파 신용점수가 내려갑니다. 귀물각 담당 한 명의 고집으로 감당할 일은 아닐 텐데요."

"소문보다 장부가 먼저입니다."

"흑해방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겁니다."

건하는 손목 안쪽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서문린이 낮게 말했다.

"왜 여기서 흑해방이 나오지?"

사내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 짧은 침묵이 대답이었다.

건하는 한소탁에게 시선을 보냈다.

"소탁아. 뒤뜰 보관 통로 문턱을 봐라. 먼지가 끊긴 곳과 밀랍 조각이 있으면 손대지 말고 종이에 싸서 가져와."

"지금요?"

"지금."

한소탁은 서문린을 보았다. 서문린이 턱을 아주 작게 끄덕였다. 그제야 한소탁이 뛰어나갔다.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조사 권한은 왕실 기록청에 있습니다."

"분실물 보관 권한은 청연문 귀물각에 있습니다."

건하는 목소리를 낮췄다.

"반환하려면 세 가지를 가져오십시오. 원 접수 번호. 실제 수령자 성명. 그리고 이 물건이 왜 을열 18번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출입 기록."

"하급 담당이 왕실 기록을 요구합니까?"

"하급 담당이라 장부 칸을 비울 수 없습니다."

귀물각 밖 울음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발톱이 나무 바닥을 긁는 소리도 섞였다. 사내의 소매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건하는 그 떨림을 보았다.

무공의 떨림이 아니었다. 냄새를 아는 사람의 떨림이었다.

한소탁이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손에는 접은 종이가 들려 있었다.

"사형. 문턱 아래에 회색 밀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뜰 문고리 안쪽 먼지가 잘려 있었습니다. 밖에서 연 게 아니라 안에서 열고 나간 흔적입니다."

서문린이 종이를 받았다.

회색 밀랍 조각에는 아주 작은 무늬가 남아 있었다. 왕실 관인도 아니고 청연문 봉인도 아니었다. 물결 같은 검은 선이 끝에 붙어 있었다.

흑해방 하급 송출 부적에 쓰는 밀랍이었다.

건하의 머릿속에서 회귀 전 도월의 목소리가 스쳤다. 청연문 반역 기록. 증거 인멸. 마수 공략 실패.

그는 그 목소리를 밀어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다.

복수는 나중에도 칼끝을 찾는다.

하지만 장부의 먹은 마르면 되돌릴 수 없다. 잘못 마른 한 줄이 문파 하나를 묻는다는 것을 건하는 이미 목으로 배웠다.

"소탁아. 귀물각 안에서 새 밀랍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예?"

"방송 부적은 습기에 약하다. 들보나 창틀 뒤에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내가 처음으로 표정을 잃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합니까?"

건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소탁은 창틀을 더듬었다. 첫 번째 창틀에는 먼지만 있었다. 두 번째 들보 위에서 손끝이 멈췄다.

"여기 뭔가 있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떼어 낸 것은 손톱만 한 검은 부적이었다. 종이 가장자리에 회색 밀랍이 묻어 있었다. 아직 송출되지 않은 부적은 희미한 글자를 품고 있었다.

[정오 하급 송출 예약]

[청연문 왕실 신표 은닉]

귀물각 안의 공기가 차게 굳었다.

서문린의 손이 검집에 닿았다. 이번에는 습관이 아니었다.

기록청 사자가 뒤로 물러났다.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건하는 부적을 장부 옆에 놓았다.

"그러니 더더욱 지금 반환할 수 없습니다. 물건이 돌아가도 은닉 방송은 나갑니다. 반환 여부가 목적이 아니라 제목이 목적이었으니까요."

서문린은 부적과 반환증을 번갈아 보았다.

"정오까지 얼마나 남았지?"

한소탁이 창밖 해를 보았다.

"한 시진도 안 남았습니다."

마수 울음이 가까워졌다. 청동 조각을 향한 소리인지 부적을 향한 소리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건하는 새 장부 줄을 그었다.

계-341-초봄-003-4.

물품명, 흑해방 하급 송출 부적.

습득 장소, 귀물각 남쪽 들보.

소유자, 공란.

반환 기한, 보류.

그는 마지막 칸에 붓을 멈췄다.

이번에는 빈칸이 아니었다.

청연문을 무너뜨릴 제목이 이미 쓰여 있었다.

건하는 그 제목 아래에 한 줄을 더 남겼다.

반환보다 원장 대조 우선.

서문린이 낮게 물었다.

"원장을 어디서 구하지?"

건하는 봉인된 목갑을 보았다. 그리고 회색 허리패의 사내가 감추려 든 떨림을 보았다.

"사자가 갖고 온 반환증이 등본이라면 원장은 다른 데 있습니다."

"어디."

건하는 귀물각 밖에서 울고 있는 마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냄새가 난 곳입니다."

정오 전까지 찾아야 했다.

방송이 뜨기 전에 장부가 먼저 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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