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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1화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분실물 장부로 문파 재건함

시놉시스

청연문 귀물각의 말단 무사 유건하는 왕실 후계 기록 조작에 휘말려 문파와 멸문당한다. 죽음 직전 원본 장부를 붙든 그는 7년 전 귀물각으로 돌아오고, 빈칸에서 미래와 다른 첫 균열을 발견한다.

1화: 돌아온 귀물각

칼날보다 먼저 차가운 것은 천명패의 글자였다.

건하의 손목 안쪽에서 붉은 문양이 떨렸다. 처형장 위 허공에는 흑해방의 방송 화면이 떠 있었고, 도월의 매끄러운 목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청연문 반역 기록, 오늘로 종결됩니다. 후계 원장 위조, 마수 공략 실패, 증거 인멸. 셋 중 하나만으로도 문파 하나는 사라지죠."

건하는 무릎을 꿇은 채 손끝만 움직였다. 쇠사슬에 눌린 손목은 이미 감각이 없었고, 입안에서는 피가 비렸다. 그런데도 그는 품 안에 남은 장부 끈을 놓지 않았다.

귀물장부의 끈이었다.

청연문 귀물각에서 잃어버린 물건에 묶던 낡은 남색 끈. 반환 기한을 표시하던 매듭은 피에 젖어 풀려 있었다.

그 옆에는 왕실 후계 원장의 찢긴 장이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건하가 삼키지 못한 마지막 한 장을 빼앗아 처형장 증거품으로 던져 놓은 것이었다.

건하는 그것만 보았다.

먹 번짐.

후계 원장 오른쪽 아래의 먹 번짐은 등본과 달랐다. 도월이 방송에 띄운 화면도, 모용각이 낭독한 등본도 깨끗했다.

원본에만 번짐이 있었다.

번진 먹은 사람의 손끝 모양이었다.

'반환 칸이 비어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청연문은 검을 못 써서 진 것이 아니었다. 장부 한 칸을 놓쳐서 졌다. 어느 날짜의 등본이 원본을 밀어냈는지 끝까지 맞추지 못했다.

칼날이 목 뒤에 닿았다.

건하는 원장 조각과 장부 끈을 한 손에 겹쳐 쥐었다. 피가 두 기록 사이로 번졌다.

'다시 가면.'

갈라진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검부터 뽑지 않겠다. 기록부터 맞춘다.'

칼이 내려왔다.

그리고 먹 냄새가 났다.

건하는 책상에 이마를 박고 있었다.

"유 사형?"

작고 빠른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유 사형, 괜찮으십니까? 소문주님께 정말 혼납니다."

건하는 숨을 삼켰다.

목 뒤가 붙어 있었다. 쇠사슬도 없었다. 오른손에는 붓이, 왼손 아래에는 귀물각 접수장부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청연문 귀물각.

낡은 보관함이 벽 세 면을 채우고 있었다. 갑열 1번부터 병열 36번까지. 천장 아래에는 반환 기한을 넘긴 붉은 꼬리표가 흔들렸다.

젖은 나무, 묵은 종이, 덜 마른 먹. 초봄 냄새였다.

건하는 손목을 보았다. 천명패 문양은 옅었다. 회귀 전 처형장에서 타오르던 붉은 글자는 없었다.

대신 아주 작은 알림 하나가 남아 있었다.

[청연문 귀물각 하급 담당: 유건하]

한소탁이 책상 맞은편에서 허리를 반쯤 굽히고 있었다. 열아홉의 얼굴. 아직 흑해방 방송에 이용당하기 전의 얼굴.

"오늘이 며칠이지?"

"천하록력 삼백사십일년, 초봄 초삼일입니다. 아침 접수 시작한 지 반 시진 됐고요."

일곱 해 전.

건하는 붓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조금만 힘을 빼면 처형장의 칼날이 다시 목에 닿을 것 같았다.

한소탁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밤새 장부 보셨습니까? 소문주님이 귀물각 정리 늦으면 직접 오신다고 하셨는데."

"오게 둬."

"예?"

건하는 한 박자 늦게 말을 고쳤다.

"아니. 먼저 장부부터 보자."

그는 펼쳐진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첫 줄.

임시번호 계-341-초봄-003-1. 외문 연무장 뒤 배수로의 낡은 검집. 습득자, 한소탁. 반환 기한, 초봄 초칠일.

다음 줄.

임시번호 계-341-초봄-003-2. 습득 장소, 남문 계단. 물품, 무명 약낭. 신고자, 백성 노파.

그다음 줄은 비어 있었다.

비어 있으면 안 됐다.

건하는 그 빈칸을 보았다. 회귀 전 초삼일 장부에는 세 번째 접수품이 없었다. 첫 왕실 물건은 초사일 해질녘에 들어왔어야 했다.

하루가 빨랐다.

아니,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빈칸이 있었다.

"소탁아."

"예, 사형."

"빈 줄은 누가 만들었지?"

한소탁은 어깨를 움츠렸다.

"제가... 아니, 제가 만들긴 했는데요. 왕실 사자님이 접수증 먼저 쓰라고 해서요. 물건은 봉함 확인 뒤 보관함에 넣는다고 했고요."

"왕실 사자?"

"예. 회색 허리패 찬 분이었습니다. 기록청 쪽인 것 같았습니다."

건하는 숨을 느리게 내쉬었다.

회색 허리패.

모용각의 감찰 무사들이 쓰던 색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귀물각 문이 열렸다.

서문린이 들어왔다.

단정한 검복 차림이었다. 아직 청연문 멸문 당일의 피가 묻지 않은 모습.

"유건하."

그 이름이 살아 있는 귀물각 안에서 불리자, 건하는 순간 대답을 잊었다.

서문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대답."

"예, 소문주."

"왕실 사자의 물건을 귀물각에서 맡았다고 들었다. 절차대로 처리했나?"

"접수증만 먼저 들어왔습니다. 물건 확인은 아직입니다."

"확인 전이면 왜 장부에 줄을 냈지?"

한소탁의 얼굴이 하얘졌다.

"제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건하는 한소탁의 말을 잘랐다.

"제가 시켰다고 하겠습니다."

한소탁이 입을 벌렸다.

서문린은 건하를 보았다.

"거짓말을 하겠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 책임으로 확인하겠다는 말입니다."

"귀물각 실수 하나가 문파 신용점수를 깎는다. 왕실 물건이면 더 그렇다. 단순 보관 착오로 만들지 마라."

회귀 전에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건하는 고개를 숙였고, 초사일의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사흘 뒤 흑해방 하급 방송인이 귀물각 보관 부실을 떠들었다.

건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

"단순 보관 착오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귀물각 안의 공기가 멈췄다.

서문린의 손이 검집 가까이 갔다. 위협이라기보다 습관이었다.

"근거."

건하는 빈 줄을 가리켰다.

"접수증이 먼저 들어왔는데 신고자 칸이 비어 있습니다. 왕실 물품이라면 관청명은 남깁니다. 그런데 이 줄의 먹은 장부 첫 줄보다 먼저 말랐습니다."

한소탁이 장부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정말... 색이 조금 다릅니다."

"누가 새벽에 미리 줄을 냈거나, 오래된 접수증을 오늘 것처럼 들고 온 겁니다."

서문린은 즉시 믿지 않았다. 건하는 귀물각 하급 담당이었다. 미래를 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먹색만으로 왕실 사자를 의심하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건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벽의 열쇠판으로 갔다.

갑열, 을열, 병열.

왕실 사자의 접수증에 적힌 임시 보관함은 을열 18번이었다.

건하는 을열 열쇠를 집어 들었다. 손잡이 옆 작은 흠집이 손끝에 걸렸다.

그는 그 흠을 알고 있었다.

왕실 창고 열쇠는 손잡이 아래를 얇게 깎았다. 봉인 장갑을 낀 채 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을열 18번 열쇠에도 같은 마모가 있었다.

청연문 열쇠가 왕실 손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흔적.

"이 열쇠, 어제 누가 썼지?"

"을열 18번이요? 비어 있던 칸입니다. 저는 안 썼습니다."

"비어 있던 칸이면 먼지가 있어야 한다."

건하는 보관함 앞에 섰다.

을열 18번.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했다. 하지만 손잡이 주변 먼지가 안쪽으로 밀려 있었다. 급히 닦아낸 흔적이었다.

그때 귀물각 밖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짐승 소리였다. 그러나 청연문 안뜰에서 들릴 소리는 아니었다.

한소탁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마수 우리 쪽에서 난 겁니까?"

건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울음의 끝이 갈라져 있었다. 냄새를 맡고도 다가오지 못하는 환자의 숨소리 같았다.

발열형 폭주가 아니었다.

기억상실형 회귀로도 아니었다.

그는 아직 병증명을 붙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절차였다.

건하는 열쇠를 돌렸다.

딸깍.

보관함 안에는 작은 목갑이 있었다.

목갑 위에는 왕실 봉랍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매듭이 어긋나 있었다. 왕실 물건은 끝을 오른쪽으로 눕힌다. 이것은 왼쪽이었다.

가짜 봉랍이거나, 누군가 일부러 틀린 매듭을 남긴 것이었다.

서문린이 낮게 말했다.

"열어."

건하는 목갑을 열었다.

안에는 청동 조각이 있었다.

신표 같기도 하고, 인장 가장자리 같기도 했다. 둥근 문양의 절반만 남아 있었고, 안쪽에는 아주 가는 선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건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회귀 전 처형장에서 보았던 후계 원장 아래의 왕실 문양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한 획이 모자랐다.

아니, 한 획이 지워져 있었다.

한소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형, 이거 왕실 물건입니까?"

건하는 청동 조각을 바로 집지 않았다. 먼저 장부를 가져왔다. 새 종이를 꺼내 임시번호를 적었다.

계-341-초봄-003-3.

습득 장소, 미확인.

신고자, 미확인.

물품명, 청동 신표 조각 추정.

소유자, 공란.

반환 기한, 보류.

서문린이 눈썹을 찌푸렸다.

"왕실 봉랍이 있는데 소유자를 공란으로 둔다고?"

"봉랍과 물건이 맞지 않습니다. 맞지 않는 기록은 맞는 척하면 안 됩니다."

"왕실 사자가 항의하면?"

"장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서문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귀물각 밖 울음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이번에는 더 가까웠다. 창문 발이 가볍게 떨렸다.

건하는 청동 조각에서 희미한 쇠 냄새와 말라붙은 약 냄새를 맡았다. 회귀 전 마지막 공략장에서 마수들이 한 방향을 피하던 순간과 닮은 냄새였다.

그때도 모두가 폭주라고 불렀다.

건하는 끝내 다른 이름을 붙이지 못했고, 그 결과 수십 명이 죽었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목갑 뚜껑을 닫고 봉인지를 붙였다. 아무도 마음대로 해석하지 못하게 하려는 절차였다.

"소문주."

"말해."

"오늘 귀물각 출입 기록을 잠시 막아 주십시오. 왕실 사자도, 외문 제자도, 흑해방 구경꾼도 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흑해방?"

서문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건하는 말을 삼켰다. 아직 도월의 이름을 꺼낼 때가 아니었다.

"문파 신용점수를 깎고 싶은 자라면 누구든지요."

서문린은 건하를 오래 보았다.

"한 시진이다. 그 안에 네가 말한 착오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근거를 더 가져와라."

"충분합니다."

"건하."

그녀가 처음으로 이름만 불렀다.

"왕실 물건을 잘못 건드리면 귀물각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건하는 봉인된 목갑 위에 손을 얹었다.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귀물각 하나가 아니라 청연문 전체가 불탔다. 한소탁은 배신자로 끌려갔고, 건하는 장부 한 칸을 붙든 채 죽었다.

그러나 그는 그 미래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의 빈 소유자 칸을 보았다.

"그래서 더더욱."

건하가 붓을 들었다.

"기록부터 맞추겠습니다."

먹 끝이 종이에 닿았다.

그 순간 천명패가 희미하게 떨렸다.

[귀물각 임시 보관 오류 발생]

[을열 18번: 기존 등록 정보와 현재 물품 정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건하는 숨을 멈췄다.

회귀 전에는 초사일에 떴던 알림이었다.

하루 빠르다.

미래는 이미 틀어졌다.

그리고 장부의 빈칸에는, 아직 아무도 돌려받지 못한 왕실의 이름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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