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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2화

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

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

2화: 빗속의 낡은 독수리

비는 길을 지워버렸다.

엘리나는 진흙탕 속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에 박힌 자갈이 살을 찢었고 젖은 수도복은 납덩이처럼 어깨를 잡아당겼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낮의 의식에서 찢긴 가슴이 늦게 따라오는 통증처럼 욱신거렸다.

그래도 그녀는 자루부터 더듬었다.

위조 통행증. 은전 다섯 닢. 말라붙은 빵 두 조각. 작은 약병 하나.

살아남기 위해 가진 전부였다.

"멀리 못 갔을 겁니다. 성녀님은 병약하시니까요."

숲길 아래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단 경비병이었다. 엘리나는 숨을 멈추고 젖은 관목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성하께서는 성녀님이 기도 은거에 드셨다고 발표하실 거야. 우리는 조용히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

기도 은거.

그 말이 엘리나의 심장을 얇게 찔렀다. 대성당에서 후작의 거짓을 들었을 때처럼 피가 솟구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늘 끝이 심장벽을 긁고 지나가는 듯한 통증은 분명했다.

교단은 벌써 거짓을 준비하고 있었다.

엘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픔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냉소였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도 그들은 그럴듯한 문장을 올려놓을 것이다. 신의 뜻. 은거. 정화. 그들의 장부에서는 사람 하나도 문장 하나로 처리될 뿐이었다.

"이쪽 발자국은?"

"짐승일 겁니다. 저런 몸으로 늪길을 건넜을 리 없습니다."

다시 심장이 쿡 쑤셨다.

거짓.

엘리나는 눈을 감고 통증이 온 방향을 헤아렸다. 거짓을 말한 병사는 길 아래쪽에서 서쪽을 보고 있었다. 발자국을 발견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반대로 움직였다.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을 밟고 쓰러진 나무 아래를 기었다. 차가운 빗물이 목덜미를 타고 등줄기로 흘렀다. 이가 부딪쳤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교단에서 배운 것은 기도만이 아니었다. 봉쇄된 도시에서 세금 장부를 옮기는 법. 검문소가 물자 수송증을 확인하는 순서. 경비병이 피곤할 때 가장 먼저 생략하는 절차.

엘리나는 그런 것들을 기억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숲이 끝나는 곳에 폐쇄된 역참이 있었다. 반쯤 무너진 마구간 처마 아래에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낡은 천막에는 검은 새 문양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독수리인지 까마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빛이 바랜 문양.

"국경으로 갑니까?"

마부가 화들짝 놀라 고삐를 움켜쥐었다.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다. 그는 엘리나의 젖은 머리와 수도복을 훑어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시간에 여자 혼자라니 사연이 길겠군. 국경은 안 가오. 길이 끊겼어."

엘리나의 가슴이 아주 작게 욱신거렸다.

길은 끊기지 않았다.

"그럼 이 마차는 어디로 갑니까?"

"빈 차요. 돌아가는 길이지."

이번에는 통증이 더 선명했다. 엘리나는 천막 아래로 보이는 밧줄 매듭과 바퀴자국을 보았다. 마차는 빈 차가 아니었다. 뒤칸 아래쪽이 무겁게 눌려 있었고 축에는 새 진흙이 두껍게 감겨 있었다. 멀리 다녀온 수송차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노인의 손목에 묶인 낡은 납패를 보았다. 검은 독수리 문양. 교단의 길목 장부에서 본 적 있는 이름이 떠올랐다.

검은 독수리 기사단.

한때 북부 전선에서 이름 높았으나 지금은 채권자들이 물고 뜯는 몰락한 기사단. 교단 보고서에는 쓸모없는 잔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쓸모없는 곳이라면 숨기 좋다.

"검은 독수리 주둔지로 가는군요."

마부의 얼굴이 굳었다.

"아가씨가 알 바 아니오."

"저를 태우십시오. 은전 두 닢을 드리겠습니다."

"다섯 닢."

엘리나는 젖은 자루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다섯 닢이면 전 재산이었다. 노인은 그녀가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숲 아래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엘리나는 은전 두 닢을 꺼내 노인의 손바닥에 올렸다. 그리고 낮고 또렷하게 말했다.

"마차 바닥의 보리 자루 세 개는 납품 장부에 없는 물건입니다. 검문소에서 걸리면 당신은 밀수범이 되고 저는 증인이 됩니다."

노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헛소리요."

통증은 오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엘리나는 천막 끝에 매달린 작은 목패를 가리켰다.

"목패에는 소금 두 포대와 마른 콩 한 포대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바퀴가 가라앉은 깊이는 보리 다섯 포대 이상입니다. 마차가 빈 차라는 말도 거짓이었고 길이 끊겼다는 말도 거짓이었습니다. 더 값을 부를 시간이 없습니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마부는 이를 갈더니 천막을 들췄다.

"타시오. 숨은 뒤에 기침 한 번만 해도 바로 내려놓을 거요."

엘리나는 대답 대신 마차 뒤칸으로 기어들어갔다. 보리 자루 사이에서 곰팡내와 쥐 오줌 냄새가 올라왔다. 그래도 대성당의 향 냄새보다는 나았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문소 앞에서 교단 경비병이 마차를 세웠다.

"밤중에 어디로 가나?"

"검은 독수리 놈들한테 가는 물자요. 가져가 봐야 빚 대신 욕만 받는 물건이지."

엘리나는 보리 자루 뒤에서 숨을 죽였다.

"여자 하나 못 봤나? 은발에 창백한 얼굴이다."

"이 비에 은발인지 흰 쥐인지 누가 구분하겠소. 난 아무도 못 봤소."

심장이 찔렸다.

마부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작았다. 누군가를 팔아넘겨 이득을 얻는 거짓이 아니라 눈앞의 위기를 넘기는 얄팍한 거짓. 통증은 바늘 하나로 끝났다.

엘리나는 그 낯선 차이를 불편하게 삼켰다.

모든 거짓이 같은 무게로 아픈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은 위안이 아니라 더 복잡한 문제처럼 느껴졌다.

"통과."

마차가 다시 움직였다.

새벽빛이 비구름 아래로 희미하게 번질 무렵, 마차는 언덕길을 올랐다. 엘리나는 천막 틈으로 밖을 보았다.

검은 독수리 기사단 주둔지는 성채라기보다 오래 굶은 짐승의 뼈대 같았다. 외벽의 돌은 군데군데 빠져 있었고 망루에는 깃발 대신 찢어진 천이 걸려 있었다. 문 위의 철제 독수리 문장은 녹이 슬어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성혈교단의 금박 돔과는 정반대였다.

화려한 거짓은 없었다. 대신 가난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내리시오."

마부가 속삭였다.

"여기서부터는 알아서 하시오. 저 인간들은 돈도 없고 예의도 없고 운도 없소."

엘리나는 마차에서 내려 비틀거렸다. 다리가 감각을 잃은 듯 떨렸다. 하지만 눈은 저절로 주둔지 안쪽을 훑었다.

마구간의 여물통은 비어 있었다. 빗물이 고인 통 옆에는 말 한 마리가 갈비뼈를 드러낸 채 서 있었다. 창고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경첩이 비뚤어져 있었다. 누군가 자주 억지로 열고 닫은 흔적이었다.

보급이 무너진 곳.

엘리나는 그런 곳을 알아보았다. 식량이 부족한 조직은 먼저 말을 굶기고 다음에는 부상자를 줄이고 마지막에는 명예를 판다.

"거기 누구냐!"

망루 아래에서 남자가 창을 들고 튀어나왔다. 갑옷은 어깨끈이 끊어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다른 경비병 하나도 뒤따라 나왔지만 그는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길을 잃었습니다."

엘리나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길을 잃은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목적지도 버렸을 뿐.

"수도복?"

경비병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교단 사람인가?"

"아닙니다."

이번에도 통증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교단 사람이 아니었다.

두 경비병이 서로를 보았다.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초췌한 몰골이 무기를 들기엔 지나치게 약해 보였던 모양이다.

"이 밤에 여자 혼자 온 걸 믿으라고?"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깐 비를 피하고 해가 뜨면 떠나겠습니다."

"우리한테 비 피할 지붕이 남아 보이나?"

경비병이 비웃었다. 그때 주둔지 안쪽에서 고함이 터졌다.

"창고 열쇠 누가 가져갔어! 말한테 줄 귀리도 없는데 또 술값으로 잡힌 거냐!"

"귀리는 애초에 없었어! 장부에는 있다고 되어 있던데!"

엘리나의 눈썹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장부에는 있다.

실물은 없다.

그 한 문장이 젖은 몸보다 더 선명하게 그녀의 신경을 깨웠다.

"보급관은 없습니까?"

경비병들이 동시에 그녀를 보았다.

"뭐?"

"창고 장부와 실재고가 맞지 않는다면 누군가 관리해야 합니다. 귀리와 소금이 뒤섞여 들어오고 있습니다. 납품 목패도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마구간의 여물통이 비어 있는데 수송차에는 보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상태면 사흘 안에 말이 먼저 쓰러집니다."

말을 하면서도 엘리나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숨으러 온 곳이었다. 조용히 비를 피하고 교단의 손이 닿지 않는 더 먼 곳으로 사라지면 됐다. 그런데 비어 있는 여물통과 틀어진 창고 경첩과 젖은 보리 냄새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교단의 거짓은 사람을 단번에 죽였다.

이곳의 무질서는 사람을 천천히 죽일 것이다.

경비병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아가씨. 당신 뭐 하는 사람인데?"

엘리나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성녀. 도망자. 제물. 쓰레기통.

그 모든 이름은 이곳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바람에 젖은 공고문 하나가 정문 안쪽 게시판에서 펄럭였다. 글씨는 번져 있었지만 몇 줄은 읽을 수 있었다.

검은 독수리 기사단 보급관 구함.

급여 추후 협의.

숙식 제공 가능.

마지막 줄에는 누군가 숯으로 덧쓴 글씨가 있었다.

가능하면 술값 계산도 할 줄 아는 자.

엘리나는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손끝이 떨렸지만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보급관입니다."

경비병들이 할 말을 잃었다.

"지금부터는 그렇게 부르셔도 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휘청였다. 버티던 열기가 꺼지고 추위가 뼛속으로 밀려들었다. 경비병 하나가 본능적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이봐. 정신 차려."

"단장에게 데려가십시오."

엘리나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고용 권한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겠습니다."

"단장님은 지금..."

경비병은 말을 흐렸다. 안쪽 건물에서 술병이 구르는 소리와 함께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귀찮게 굴지 말고 문 잠가! 채권자면 내일 오라 그래!"

엘리나는 그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칠고 흐트러졌지만 거짓의 통증은 없었다. 적어도 저 남자는 채권자가 싫다는 사실만큼은 진심이었다.

경비병이 한숨을 쉬었다.

"좋아. 죽든 살든 단장님 앞에서 말해."

엘리나는 질질 끌리듯 주둔지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돌길과 빈 창고와 굶주린 말들이 새벽의 희미한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거짓말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적어도 고쳐야 할 것이 눈에 보였다. 숨는 것보다 나았다. 눈에 보이는 문제는 장부에 적을 수 있고 장부에 적힌 문제는 순서를 매길 수 있었다.

집무실 문 앞에 섰을 때 안쪽에서 술 냄새가 먼저 새어 나왔다. 경비병이 낡은 문을 두드렸다.

"단장님. 이상한 여자가 왔습니다."

엘리나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젖은 자루를 움켜쥐었다.

도망은 여기서 끝낼 수 없다.

하지만 숨어 죽을 장소가 아니라 싸울 자리를 고르는 것이라면 달랐다.

그녀는 닫힌 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검은 독수리 기사단에 필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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