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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간 천재 외과의사2화

조선으로 간 천재 외과의사

조선으로 간 천재 외과의사

2화: 썩은 피를 베다

"저 칼과 술을 제게 주십시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세종의 손이 이진의 손등 위에서 굳었다. 곁에 엎드려 있던 내관들은 숨소리조차 낮추었다. 병풍 뒤에서 울음을 삼키던 나인 하나가 작은 신음을 냈다.

"진아."

세종의 목소리는 왕의 것이 아니었다. 아들을 잃을 뻔한 아비의 목소리였다.

"네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강현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힘을 아껴야 했다.

왼쪽 발목의 통증은 맥박과 함께 뛰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살갗 아래에서 압력이 차오르는 느낌이 선명했다. 상처 안쪽에는 이미 농양이 생겼다. 고름 주머니가 터지지 않은 채 혈류로 독을 밀어 넣고 있었다.

[경고: 수축기 혈압 저하 가능성 상승.]
[감염 병소 배농 필요.]

푸른 글자가 흐릿하게 떴다.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낯선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병약한 서자 이진은 며칠 전 뜰가 돌계단에서 발목을 찢겼다. 처소 사람들은 나쁜 기운이 들었다며 약재 찌꺼기를 붙였고 내의원 의원은 맥만 짚은 뒤 탕약을 내렸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썩은 냄새였다.

"아바님. 지금 제 몸 안에는 썩은 피가 고여 있습니다. 그걸 빼내지 못하면 열이 심장까지 잡아먹을 것입니다."

"썩은 피라니."

늙은 의원 하나가 앞으로 기어 나왔다. 마른 수염이 턱 아래에서 떨렸다.

"대군마마. 사람의 몸은 부모에게 받은 바입니다. 칼로 살을 가르는 일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다르지 않사옵니다. 차라리 침을 놓고 탕제를 올리면 사기가 물러갈 것이옵니다."

강현은 그를 보았다.

의원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환자의 죽음보다 책임을 두려워하는 눈이었다. 왕실 서자의 몸에 칼을 댔다가 죽으면 내의원 전체가 흔들린다. 그에게는 이진의 생명보다 그 체면이 먼저였다.

"침을 어디에 놓을 겁니까."

"예?"

"열이 나는 이유도 모르면서 어디에 침을 놓겠느냐 물었습니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세종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평소의 이진이라면 결코 하지 못할 말이었다.

강현은 숨을 가늘게 들이쉬었다.

"제 발목을 보십시오. 붉은 기운이 상처에서 위로 번졌습니다. 만지면 뜨겁고 누르면 아픕니다. 상처 안에 고인 것이 빠지지 않아 피가 더러워지고 있습니다. 탕약은 늦습니다."

그는 손을 뻗어 다과상 위의 과도를 가리켰다.

"저 칼을 불에 달구십시오. 독한 술로 닦고 물은 반드시 끓여 식히십시오. 깨끗한 무명천도 필요합니다."

"대군마마!"

의원이 거의 비명을 질렀다.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사술이옵니다!"

"사술이라도 좋습니다."

강현은 세종을 보았다.

"살아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종의 얼굴에 고통이 지나갔다. 그는 아들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 손이 너무 뜨거운 것을 느꼈는지 세종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 의원."

"전하."

"진성군의 말대로 하라."

"전하! 아니 되옵니다!"

"내 아들이 죽어 가고 있다."

세종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네 탕약으로 살릴 수 있느냐."

정 의원은 입술만 떨었다.

세종이 다시 명했다.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라. 술과 무명천을 가져오라. 누구든 지체하면 내 직접 죄를 묻겠다."

그제야 방 안이 움직였다. 내관들이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인들이 화로를 끌어오고 물동이를 받쳐 들었다.

강현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곳은 수술실이 아니었다. 무균포도 없고 메스도 없고 마취제도 없었다. 그러나 원칙은 같다.

감염원을 열고 빼낸다.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

새로운 오염을 막는다.

살아남은 조직이 버틸 시간을 번다.

[응급 처치 경로 산출 중.]
[권장: 표재 농양 절개 및 배농. 혈관 손상 위험 낮음.]

상태창이 발목 위로 겹쳐졌다. 붉게 부은 피부 위에 가느다란 선이 떠올랐다.

절개선이었다.


술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김 내관이 가져온 술은 독했다. 강현은 작은 종지에 술을 붓게 하고 칼날을 담갔다. 다시 칼을 꺼내 화로 불길 위에 올렸다.

칼끝이 벌겋게 달아오르자 나인 하나가 얼굴을 돌렸다.

"보지 못하겠으면 나가라."

강현의 말에 나인이 흠칫했다.

"아니옵니다. 대군마마. 소인이 돕겠사옵니다."

어린 얼굴이었다. 기껏해야 열다섯이나 되었을까. 두 손은 떨렸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이름이 뭐냐."

"복이옵니다."

"복아.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것만 해라. 천은 끓인 물에 담갔다가 짜고 내 손이 닿기 전에는 땅에 내려놓지 마라."

"예."

정 의원이 이를 갈듯 말했다.

"대군마마께서 아녀자에게 이런 참혹한 일을 보이시다니."

"참혹한 건 더러운 손으로 상처를 만지는 일입니다."

강현은 칼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백강현의 정신은 칼을 잡는 법을 잊지 않았지만 이진의 몸은 너무 약했다.

세종이 그것을 보았다.

"진아. 내가 잡아 주랴."

"아닙니다."

강현은 짧게 숨을 뱉었다.

"제가 해야 합니다. 통증이 어디까지 오는지 제가 알아야 합니다."

그는 왼손으로 발목 위쪽을 눌렀다. 오른손의 칼끝을 시스템이 가리킨 선 위에 세웠다.

[주의: 피부 긴장도 높음.]
[절개 깊이 4밀리미터 이하 권장.]

밀리미터라는 단위가 조선의 방 안에 홀로 떠 있었다.

강현은 웃을 뻔했다. 이 상황에서도 시스템은 현대식이었다.

"물러서십시오."

칼끝이 살을 갈랐다.

"큭!"

통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손이 흔들리는 순간 상처가 길게 찢어질 수 있었다. 강현은 손목을 고정하고 아주 짧게 눌렀다.

붉은 피가 먼저 맺혔다.

곧 탁한 누런 고름이 터져 나왔다.

"으아."

누군가 낮게 비명을 질렀다. 방 안에 썩은 냄새가 퍼졌다.

강현은 이를 악물고 상처 주변을 눌렀다. 고름이 더 흘렀다. 뜨거운 압력이 빠져나가자 발목 속의 맥박 같은 통증이 아주 조금 낮아졌다.

"천."

복이가 끓인 물에서 건진 천을 내밀었다.

"술."

김 내관이 종지를 받쳤다.

강현은 상처 주위를 닦았다. 칼로 조금 더 넓혔다. 고름이 끝까지 빠져나오도록 손가락으로 주변을 압박했다.

정 의원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만하셔야 하옵니다! 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

"피가 아니라 고름입니다."

강현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단단했다.

"이게 안에 있으면 죽습니다."

[배농 진행률: 62%.]
[체온 상승 지속. 쇼크 위험 소폭 감소.]

아직 부족했다.

그는 끓여 식힌 물을 천천히 상처 위로 흘렸다. 물이 붉고 누렇게 변해 방석 위로 떨어졌다. 나인들이 질겁했지만 세종이 손을 들어 물러서게 했다.

"계속하라."

세종의 말이었다.

그 한마디에 방 안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강현은 술을 다시 부었다.

"아아악!"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이 뇌를 갈랐다. 눈앞이 검게 좁아졌다.

[경고: 의식 저하.]

안 된다.

지금 쓰러지면 끝이다.

강현은 혀끝을 깨물었다. 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 자극으로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았다.

"압박."

"예?"

"천으로 누르라고."

복이가 울먹이며 상처 위에 천을 올렸다.

"세게. 피가 스며도 떼지 말고 더 눌러."

"예. 예!"

강현은 손을 포개 천 위를 눌렀다. 숨이 턱 막혔다. 몸이 한계에 가까웠다.

[배농 완료 추정.]
[감염 병소 압력 감소.]
[권장: 고정 및 반복 세척. 수분 보충. 지속 관찰.]

그제야 그는 손에서 힘을 조금 풀었다.

"끝난 것이냐."

세종이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강현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오늘 밤을 넘겨야 합니다. 열이 더 오르면 다시 씻어야 합니다. 저 상처에 닿는 손과 천은 모두 끓인 물을 거쳐야 합니다. 더러운 침이나 재를 바르면 안 됩니다."

정 의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상처에는 약재를 짓찧어 붙이는 것이 상례이옵니다."

"상례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말이 나온 뒤 강현도 잠시 숨을 멈췄다. 이 시대의 의원 전체를 적으로 돌릴 말이었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었다.

"내 발목이 그 증거입니다."


밤은 길었다.

강현은 몇 번이나 의식을 잃을 뻔했다. 세종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신하들이 밖에서 어전을 돌보셔야 한다고 아뢰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강현은 물을 조금씩 마셨다. 보리차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었다. 현대 병원이라면 링거를 꽂고 항생제를 넣었을 것이다. 지금 그에게 있는 것은 끓인 물과 술과 천뿐이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상태 재평가.]
[체온: 38.5도.]
[혈압: 저하 경향 완화.]
[패혈증 쇼크 위험: 긴급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강현은 흐린 웃음을 삼켰다.

살았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감염은 남아 있고 항생제 없이 버티려면 면역이 이겨야 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고름 주머니는 열렸다. 독이 혈관으로 한꺼번에 밀려드는 일은 줄었다.

"진아."

세종이 낮게 불렀다.

"네가 어찌 그런 것을 알았느냐."

강현은 대답을 골랐다.

내가 미래에서 온 외과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의학 시스템이 내 머릿속에서 조선의 사망률을 계산한다고 말하면 바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그는 이진의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린 말처럼 천천히 말했다.

"아픈 몸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쳤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진의 몸은 실제로 오래 앓았다. 다만 그것만으로 이런 처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세종도 모를 리 없었다.

세종은 더 캐묻지 않았다.

"네가 살 수 있다면 나는 그 가르침이 무엇이든 붙잡을 것이다."

강현은 처음으로 이 시대의 아버지를 똑바로 보았다.

세종의 눈에는 의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은 절박함이었다.

"아바님."

"말하라."

"내의원 사람들에게 제 처소에 드나들기 전 손을 씻게 하십시오. 물은 반드시 끓여야 합니다. 상처를 보는 이는 술로 손끝을 닦아야 합니다."

정 의원이 낮게 신음했다.

"전하. 이는 예법에 없는 일입니다."

세종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예법이 병을 고치더냐."

정 의원은 입을 다물었다.

"진성군의 말대로 하라."

"전하."

"오늘 밤 이 아이를 살린 것은 네 침도 탕약도 아니었다."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현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낡은 서까래 사이로 등잔불이 흔들렸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이 몸 하나를 살리는 데도 이렇게 많은 벽을 넘어야 했다. 궁궐의 의원들은 손을 씻는 일조차 낯설어했다. 상처를 닦는 대신 정체 모를 약재를 붙이려 했다.

그런 의료가 백성들에게 닿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이없이 죽어 나갈까.

[신규 과제 생성.]
[생존 안정화 후 조선 의료 환경 개선 필요.]

강현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방문 밖에서 정 의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께서 마음이 약해지신 것이다. 날이 밝으면 내의원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 대군마마의 괴이한 처치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왕실의 법도가 무너진다."

강현의 눈꺼풀이 다시 올라갔다.

몸은 아직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수술실의 칼날처럼 식어 있었다.

"좋아."

그가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날이 밝는 대로 누가 사람을 살리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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