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아이템으로 세계 제패

2화: 뽑히는 코어
[강제 추출 진행률 47%]
[실패 시 사용자 사망]
진태성은 피 묻은 이를 드러냈다.
“그런 건 계약서 앞장에 써 놨어야지.”
쇠갑 늑대왕이 몸을 비틀었다. 태성의 등이 바닥에 처박혔다. 폐에서 숨이 빠져나갔고 왼쪽 갈비뼈가 뜨겁게 울었다.
그래도 손은 놓지 않았다.
천 원짜리 효자손 끝의 투명한 갈고리가 놈의 목구멍 안쪽을 붙잡고 있었다. 붉은 코어는 반쯤 튀어나온 채 맥박처럼 뛰었다. 그 주위로 얽힌 마력 선들이 태성의 팔을 거꾸로 잡아당겼다.
한 번 놓치면 끝이었다.
놈은 다시 코어를 삼킬 것이고 태성은 다음 발톱질에 고기 조각이 될 것이다.
[사용자 마력 부족]
[역류 반동 누적]
효자손 손잡이가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 싼 플라스틱 특유의 미끄러운 감촉은 사라지고 쇠붙이처럼 차가운 압력만 남았다.
“부족하면 외상이라도 달아.”
태성은 바닥을 더듬었다. 손끝에 터진 슬라임 점액낭이 걸렸다. 그 옆에는 깨진 마석 조각 몇 개가 흩어져 있었다.
평소라면 하나하나 봉투에 담았을 물건이었다. 터진 점액낭도 상태만 괜찮으면 천오백 원은 받았다. 마석 조각은 무게로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죽으면 수당도 없었다.
태성은 점액과 마석 조각을 움켜쥐어 효자손 손잡이에 문질렀다. 투명한 점액이 손잡이의 붉은 선을 따라 스며들었다.
[임시 촉매 흡수]
[마력 공급량 미미]
“미미해도 무이자면 받아야지.”
쇠갑 늑대왕이 턱을 내리찍었다. 태성은 어깨로 몸을 밀어 옆으로 굴렀다. 이빨이 방금 전 그의 머리가 있던 바닥을 찍었다. 돌가루가 얼굴에 튀었다.
눈앞이 하얘졌다.
태성은 숨을 삼켰다. 코 안으로 피가 넘어왔다. 손목은 이미 감각이 희미했다.
그래도 효자손 끝의 감각만은 선명했다.
마력 선.
붉고 질긴 끈들이 코어를 감싸고 있었다. 그중 몇 가닥은 쇠갑 늑대왕의 목과 가슴 안쪽으로 이어졌다. 보통 헌터의 검이라면 금속 비늘에 막혀 닿지도 못할 곳이었다.
하지만 이 효자손은 겉을 뚫지 않았다.
안쪽에서 긁었다.
“좋아. 내가 하던 일이랑 똑같네.”
태성은 피식 웃었다.
남들이 지나친 부산물을 찾아내고 남들이 버린 조각에서 돈 될 것을 골라내는 일. 5년 동안 그것만 했다. 겉보기에는 쓰레기 더미여도 어디에 값이 붙는지 아는 사람은 태성이었다.
저 코어도 같았다.
크고 단단한 몸뚱이는 껍데기였다. 진짜 값어치는 목 안쪽의 붉은 덩어리와 거기 묶인 마력 선에 있었다.
“어디가 원가인지 보인다.”
태성은 효자손을 당기지 않았다.
손목을 꺾어 긁었다.
플라스틱 손바닥의 다섯 손가락이 길게 늘어나듯 빛났다. 투명한 갈고리들이 코어 표면을 훑고 지나가며 마력 선을 하나씩 걸었다.
[개념 일치율 재계산]
[긁기]
[끌어내기]
[포획]
[추출 보정 적용]
[강제 추출 진행률 63%]
쇠갑 늑대왕의 포효가 보스 방을 흔들었다. 금속 비늘 사이로 붉은 균열이 번졌다. 놈이 앞발을 휘두르자 태성의 낡은 배낭이 찢겨 나갔다.
점액낭과 빈 물통과 작은 마석 조각들이 바닥을 굴렀다.
태성의 눈썹이 꿈틀했다.
“야.”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거 오늘 일당보다 비싼데.”
공포가 잠깐 밀려났다. 대신 짜증이 올라왔다. 태성은 그 짜증을 붙잡았다. 무서워서 손이 떨릴 바에는 아까워서 손이 떨리는 편이 나았다.
쇠갑 늑대왕이 다시 달려들었다.
태성은 정면에서 피하지 않았다. 옆으로 빠지면 꼬리에 맞고 뒤로 물러서면 벽에 눌린다. 그는 무릎을 굽혀 놈의 아래턱 밑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뜨거운 침이 목덜미에 튀었다. 비늘이 팔뚝을 긁고 지나갔다. 살이 찢어지는 감각이 왔지만 태성은 효자손을 더 깊게 밀어 넣었다.
보였다.
코어 뒤쪽으로 이어진 가장 굵은 마력 선.
태성은 그것을 효자손 갈고리 전체로 감았다.
[강제 추출 진행률 81%]
놈의 몸이 벽처럼 밀려왔다. 태성은 발뒤꿈치를 바닥 틈에 박았다. 무릎이 꺾일 듯 흔들렸다.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코어가 목구멍 밖으로 더 밀려 나왔다. 붉은 빛이 태성의 얼굴을 물들였다.
“천 원이다!”
태성은 온몸으로 당겼다.
뽁.
너무 가벼운 소리였다.
쇠갑 늑대왕의 움직임이 멈췄다. 거대한 눈동자에서 붉은 빛이 꺼졌다. 효자손 끝에는 주먹만 한 코어가 매달려 있었다. 표면에는 슬라임 점액이 늘어진 실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강제 추출 완료]
[C급 보스 코어 획득]
[사용자 생존 판정 갱신]
늑대왕이 무너졌다.
금속 비늘이 바닥에 부딪히며 쇳덩이 무너지는 소리를 냈다. 태성은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팔 전체가 남의 것처럼 떨렸다.
살았다.
그 생각이 겨우 떠올랐다.
다음 생각은 더 빨랐다.
“C급 보스 코어면 최소 팔백만 원.”
태성은 피 묻은 입술을 핥았다.
“상태 좋으면 천만도 찍겠는데.”
그는 웃으려다 갈비뼈 통증에 숨을 삼켰다. 웃음은 기침이 되었고 기침 끝에 피맛이 올라왔다.
그래도 코어는 놓치지 않았다.
태성은 찢어진 배낭 조각을 끌어당겨 코어를 감쌌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심상치 않았다. 보스의 마력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신규 촉매 인식]
[쇠갑 늑대왕의 코어]
[합성 후보 탐색 가능]
“탐색은 나가서 하자.”
그는 코어를 품 안쪽에 밀어 넣었다.
그때 천장이 다시 울렸다.
쿵.
보스가 죽었는데도 게이트의 붉은 균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벽면을 타고 더 넓게 번졌다. 천장 틈에서 모래와 돌조각이 쏟아졌다.
[게이트 외벽 붕괴 진행]
[잔여 시간 불안정]
태성은 막힌 입구를 돌아봤다.
돌무더기가 완전히 길을 막고 있었다. 바깥에서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누군가 돌을 치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태성!”
한민규의 목소리였다.
“살아 있으면 대답해!”
태성은 바로 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효자손이 빛나고 있었다.
연분홍 플라스틱 손바닥은 여전히 싸구려 효자손처럼 보였다. 하지만 손끝에서 뻗은 투명한 갈고리와 손잡이 안쪽의 붉은 선은 누가 봐도 평범하지 않았다.
이걸 보여 주면 설명해야 한다.
천 원짜리 효자손과 슬라임 점액을 합쳤더니 E급 아티팩트가 됐다고 말해야 한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있으면 더 문제였다. 믿지 않으면 미친 놈이고 믿으면 빼앗길지도 몰랐다.
태성은 효자손을 등 뒤로 감췄다.
“살아는 있습니다!”
바깥이 순간 조용해졌다.
“보스는?”
태성은 쓰러진 늑대왕을 봤다.
“죽은 것 같습니다!”
침묵이 더 길어졌다.
F급 짐꾼이 혼자 보스 방에 남았다. 보스는 죽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됐다.
태성도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팀장님. 구조 장비 있습니까?”
“입구가 완전히 눌렸어! 밖에서도 게이트가 흔들린다. 조금만 버텨!”
조금만.
던전에서 가장 믿으면 안 되는 말이었다. 조금만 버티다 죽은 헌터를 태성은 여럿 봤다. 지원이 온다는 말은 보통 지원이 못 온다는 뜻이었다.
그때 효자손 끝의 갈고리가 허공을 향해 꿈틀했다.
태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막힌 돌무더기 사이로 푸른 선들이 보였다. 생물의 마력 선은 아니었다. 게이트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불안정한 마력 흐름이었다.
코어를 뽑을 때와 비슷했다.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벽에도 가려운 데가 있나 보네.”
태성은 돌무더기 앞으로 다가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피가 팔꿈치를 타고 흘렀지만 멈출 시간이 없었다.
그는 효자손을 돌 틈에 밀어 넣었다.
투명한 갈고리들이 푸른 마력 선을 움켜쥐었다. 손끝에 단단한 끈을 잡은 듯한 감각이 왔다. 동시에 머리 안쪽을 누르는 압박이 밀려왔다.
[비생체 마력 선 포획]
[안정성 낮음]
[사용자 마력 잔량 위험]
“알아. 나도 잔고 낮아.”
태성은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바깥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안쪽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한민규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진태성. 너 거기서 뭘 하는 거야?”
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숨길 수 있을까.
돈이 될까.
죽지 않고 나갈 수 있을까.
세 가지 질문이 동시에 머리를 때렸다. 그는 가장 급한 것부터 골랐다.
태성은 효자손을 당겼다.
푸른 마력 선이 팽팽해졌다. 돌무더기 안쪽에서 균열이 벌어졌다. 무너진 바위들이 서로 어긋나며 낮은 마찰음을 냈다.
“팀장님!”
“왜!”
“나가면 정산부터 다시 합시다!”
바깥에서 욕설이 터졌다.
태성은 피식 웃었다. 웃는 순간 갈비뼈가 아팠고 눈앞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손잡이는 놓지 않았다.
천 원짜리 효자손이 게이트의 찢어진 마력 선을 긁어내고 있었다.
돌무더기 사이로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큼의 푸른 틈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