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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2화

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

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

2화: 마나가 터지는 맛

“정신이 번쩍 든다!”

마법사 오르딘은 빈 캔을 움켜쥔 채 눈을 부릅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마나가 바닥나 입술까지 푸르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손끝에서 푸른 불꽃 같은 마력이 튀고 있었다. 꺼져 가던 등잔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그의 마나 회로가 다시 돌기 시작한 것이다.

“오르딘이 다시 마력을 움직인다고?”

방패전사 바드가 피 묻은 어깨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던전 늑대에게 물린 자국이 갑옷 사이로 벌겋게 드러나 있었다.

진우는 그 상처를 보자마자 손을 저었다.

“상처는 따로 묶어. 이건 치료제가 아니라 기운을 깨우는 음료다.”

“음료?”

모험가들이 동시에 되물었다.

“그래. 마시면 정신이 또렷해지고 몸이 움직일 힘이 돌아오는 물건. 대신 뼈가 붙거나 살이 돋는 건 아니야.”

오르딘은 진우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손바닥 위에 빛 구슬을 만들었다. 콩알만 하던 빛이 주먹만 하게 부풀었다.

“된다! 진짜 된다! 내 마나가 다시 돈다!”

빛 구슬이 흥분한 손끝을 따라 바드의 코앞까지 흔들렸다.

“야! 내 어깨 다음엔 코까지 날릴 생각이냐?”

“아. 미안. 너무 선명해서 그만.”

오르딘은 미안하다는 말과 다르게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흘 밤을 굶은 사람이 뜨거운 국물을 들이킨 표정이었다.

진우는 빈 캔을 회수하며 손바닥을 탁 털었다.

“자. 시음은 여기까지. 효과는 봤지?”

공기가 바뀌었다.

죽음의 던전 앞에서 살아 나온 모험가들은 회복 수단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마력 포션은 비쌌다. 신전 치료는 멀고 느렸다. 싸구려 회복약은 피를 멎게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눈앞의 이상한 캔 하나가 탈진한 마법사를 다시 세웠다.

창잡이 톰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영주님. 그 핫나인이라는 비약 한 캔에 얼마요?”

“비약이라기보다는 상품이지.”

진우는 마트 안 냉장고를 힐끗 봤다.

남은 캔은 스물세 개.

첫 박스라고 해도 장사를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게 부르면 아무도 쉽게 손대지 못한다. 너무 싸게 팔면 첫날부터 물건의 가치를 깎아 먹는다.

‘여기는 던전 입구야. 현금보다 마석이 빠를 수도 있겠는데.’

진우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한 캔에 은화 다섯 닢. 또는 하급 마석 하나.”

“은화 다섯?”

리아가 바로 눈을 크게 떴다.

“도련님. 하급 마력 포션이 은화 여덟 닢입니다. 그보다 빠른 효과라면 너무 싼 값입니다.”

진우는 속으로 감탄했다. 고지식해도 물가 감각은 제대로였다.

“처음부터 비싸게 팔면 소문이 안 퍼져.”

“소문 말입니까?”

“살아서 돌아간 사람이 떠들어야 다음 손님이 와. 지금은 첫 손님을 잡는 게 더 중요해.”

리아는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검을 쥔 손에 들어갔던 힘은 조금 풀렸다.

진우는 모험가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상처가 심한 사람과 던전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사람부터 줄 서. 밀치면 안 판다. 두 번 말 안 한다.”

모험가들이 멈칫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은 작은 건물을 괴상한 마법 도구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진우가 판매 조건을 내걸자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상점 앞 손님의 눈이었다.

“바드 먼저 사게 해. 저 녀석 어깨가 위험해.”

“난 밤 경비 서야 하니 하나만.”

“오르딘은 이미 마셨잖아. 뒤로 가.”

“내가 효과를 증명한 공로자가 아닌가!”

“그래서 먼저 마셨잖아.”

진우는 부서진 나무판자를 마트 문 앞에 세워 임시 계산대로 삼았다. 리아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줄이 흐트러지는 순간 검집으로 바닥을 탁 쳤다.

“순서를 지켜라. 영주님의 명령이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낡은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뿐인 영지라 해도 기사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있었다. 모험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줄을 맞췄다.

[띠링!]

[판매 조건이 설정되었습니다.]
[현지 화폐 및 던전 부산물 결제 기능이 임시 개방됩니다.]
[핫나인 1캔 판매 시 기본 100P 적립]
[마석 결제 시 분석 포인트가 추가 적립됩니다.]
[누적 판매 포인트로 보급품 재주문이 가능합니다.]

진우의 눈앞에만 보이는 창이 떠올랐다.

‘재주문 가능. 좋아. 이건 장사가 된다.’

그는 표정을 숨기고 첫 유료 손님에게 캔을 건넸다.

“뚜껑은 이렇게 딴다. 흔들지 말고 마셔.”

바드는 한 손으로 캔을 받아 조심스럽게 입에 댔다. 탄산이 혀를 치자 그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윽! 독인가?”

“독이면 내가 계산대 앞에서 팔겠냐?”

바드는 다시 한 모금 들이켰다. 두 번째에는 표정이 달라졌다.

“어. 이거 묘한데?”

그의 굽었던 등이 조금 펴졌다.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창백하던 얼굴에 피가 돌고 휘청이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잠이 싹 달아난다. 심장이 망치질하는 것 같은데 기분 나쁘지는 않아.”

“그럼 어깨 지혈하고 앉아 있어. 괜히 뛸 생각 하지 말고.”

“방금 영주가 나를 걱정한 건가?”

“상품 후기 남길 손님이 죽으면 곤란하거든.”

바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주변 모험가들도 따라 웃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공기가 조금 풀렸다.

그 틈에 오르딘이 슬그머니 앞으로 밀고 나왔다.

“나도 한 캔 더.”

“넌 뒤로 가.”

“내 마나 회로가 이 물건의 진가를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다.”

“오늘부터 1인 1캔. 과하게 마시면 심장이 먼저 항의할 거다.”

“심장이 항의?”

오르딘은 그 말을 이상하게 받아들였는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미 그의 눈동자는 지나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군. 이 박동이라면 지금 화염창 열두 발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가 지팡이를 들자 리아가 한 걸음에 다가갔다. 검은 뽑지 않았다. 대신 검집 끝이 오르딘의 손목을 정확히 눌렀다.

“상점 앞에서 공격 마법 금지.”

“아. 예.”

오르딘은 얌전히 지팡이를 내렸다.

진우는 바로 규칙을 붙였다.

“들었지? 전투 전에 한 캔. 탈출 직후 한 캔. 하루에 여러 캔은 금지다. 이건 만능약이 아니라 버틸 힘을 빌려주는 물건이다.”

톰이 하급 마석을 내밀었다. 손톱만 한 검은 결정이었다.

[하급 마석 1개 확인]
[분석 포인트 5P 적립]

진우는 자세한 확인을 미뤘다. 지금은 손님들이 눈앞에 있었다.

판매는 빠르게 이어졌다.

캔이 따질 때마다 칙 하는 소리가 났다. 모험가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탄산에 놀라 재채기를 했고 어떤 이는 혀가 간질거린다며 웃었다.

덩치 큰 전사는 단숨에 마시고 양손으로 방패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내 팔이 다시 내 팔 같다!”

“네 팔 맞거든.”

진우가 툭 던지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정찰꾼 하나는 캔을 비운 뒤 주저앉아 있던 동료를 업고 일어섰다.

“이 정도면 야영지까지 갈 수 있어. 살았다.”

그 짧은 말에 줄 서 있던 이들의 눈빛이 한 번 더 달라졌다.

이상한 맛.

괴상한 캔.

하지만 분명히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물건.

심연의 아가리 앞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리아도 그 변화를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진우의 옆얼굴에 머물렀다.

“도련님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셨습니까?”

“어느 쪽?”

“값을 낮춰 소문을 내고 질서를 세워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 말입니다.”

진우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절반은 계산이었다. 싸게 팔아 단골을 만들고 마석을 확보하고 시스템 포인트를 벌 생각이었다. 그래도 사람을 살린다는 부분을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장사는 손님이 살아 있어야 계속되는 법이야.”

리아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처럼 마트를 수상한 마법 덩어리로만 보지는 않았다.

해가 더 기울자 던전 입구의 바람이 차가워졌다. 심연의 아가리 안쪽에서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가 밀려 나왔다.

그때 먼지투성이 정찰꾼 둘이 비틀거리며 달려왔다.

“여기다! 기운을 되돌리는 푸른 철통을 파는 곳이 여기라고 했어!”

그들 뒤에는 더 많은 모험가가 있었다. 절뚝이는 자도 있었고 피 묻은 붕대를 감은 자도 있었다. 누군가는 아직 던전 안에 남은 파티에게 알리겠다며 입구 쪽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소문이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리아가 낮게 숨을 삼켰다.

“수가 너무 많습니다.”

진우도 냉장고를 확인했다.

남은 것은 여섯 캔뿐이었다.

‘여기서 다 팔면 당장 포인트는 벌겠지. 하지만 밤새 찾아올 손님을 놓친다.’

그는 계산대를 손바닥으로 탕 쳤다.

“지금부터 남은 핫나인은 비상용 묶음 판매다. 중상자 동반 파티만 구매 가능. 대신 이름을 기억해라.”

“이름?”

“AZA 24. 심연의 아가리 입구. 24시간 문 여는 마트.”

모험가들이 서로 그 이름을 따라 했다.

“아자 이십사?”

“에이자?”

“아자라니 전투 구호 같군.”

진우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살아서 나오면 아자 하고 여기로 와.”

피곤한 모험가들이 웃었다. 누군가는 그 말을 그대로 외우겠다며 손등에 숯으로 적었다.

마지막 여섯 캔은 순식간에 팔렸다. 대신 진우의 손에는 은화와 하급 마석이 묵직하게 쌓였다.

[띠링!]

[핫나인 1박스 판매 완료]
[입소문 포인트가 크게 상승합니다.]
[심연의 아가리 입구 야영지에 ‘푸른 철통 비약’ 소문이 확산 중입니다.]
[신규 보급 조건 일부 달성: 첫날 누적 손님 20명 이상]
[다음 보급품 해금까지 남은 조건: 단골 후보 1명 확보]

진우는 상태창을 보며 작게 웃었다.

‘됐다. 이 폐허에도 손님은 있다.’

문제는 재고와 공간과 안전이었다. 그래도 문제라는 건 손님이 있을 때 생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에는 문제조차 없다.

그 순간 리아의 배에서 작고 정직한 소리가 났다.

꼬르륵.

리아는 그대로 굳었다. 주변에 남아 있던 모험가 몇 명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아닙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진우는 웃음을 참으며 마트 안을 돌아봤다. 냉장고 한쪽에는 팔지 않은 삼각김밥 열 개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리아의 시선도 그곳에 닿았다.

검과 맹세와 명예로 버티는 기사도 배고픔 앞에서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우는 삼각김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리아.”

“예.”

“야근 수당은 못 주지만 직원 식사는 챙겨야지.”

“직원 식사라니요?”

“먹어 봐. 이건 던전보다 무서운 물건일 수도 있어.”

리아는 은빛 포장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봉인된 성검을 받는 사람처럼 두 손으로 삼각김밥을 받아 들었다.

그때 상태창이 다시 깜빡였다.

[신규 고객 후보가 강한 관심을 보입니다.]
[상품: 삼각김밥(전주비빔)]
[예상 만족도: 측정 불가]

진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심연의 아가리 앞 첫 영업은 끝나지 않았다.

진짜 단골은 지금부터 만들어질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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