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6화: 잔재의 청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의 망령들은 여전히 변두리에 기생하고 있었다.
통합에 반대하며 국경 지대에서 태업을 일삼는 일부 제국 기사단과 마계의 호전적인 군단장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의 진압이 아닌, 철저한 행정적 고립이었다.
민우는 엘란의 초현대적 집무실에서 환상적인 도시의 야경을 등지고 앉아, '보급망 차단 및 금융 거래 동결' 기안서에 최종 결재 도장을 찍었다.
"전쟁을 계속하고 싶다면 하십시오. 다만, 그 전쟁에 들어가는 식량과 화살 하나하나까지 모두 시장 가격으로 지불해야 할 겁니다."
민우의 서늘한 목소리는 통신 마법을 타고 전 대륙의 거점들로 전달되었다.
서울에서 계열사 정리 작업을 할 때, 그는 반대하는 노조나 비협조적인 경영진들을 어떻게 '우아하게' 처리하는지 뼈저리게 배웠었다.
억지 부리는 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은 총칼이 아니라, 세상의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것이었다.
보급이 끊기고 계좌가 막히자, 그렇게 서슬 퍼렇던 반란군들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펜을 놀리는 것이 훨씬 더 치명적인 살육이 될 수 있음을 민우는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이제 더 이상의 '비합리적 낭비'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는 은빛 만년필을 주머니에 꽂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제국과 마계 전역에 '라피아 홀딩스'의 깃발이 아닌, 견고한 행정 망이 뿌리내렸다.
그는 단순한 기획실장에서, 이 세계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로 거듭나 있었다.
역사는 이제 그의 기획안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기획서가 곧 역사가 되고, 숫자가 곧 진실이 되는 세상.
강민우는 그 환상적인 완성의 끝자락에서 승리의 미소가 아닌, 다음 단계에 대한 차분한 구상을 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