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5화: 삼인 체제 (Triumvirate)
엘란의 중심가에 세워진 '통합 홀딩스 타워'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제국의 전경은 이제 완벽한 마천루의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법과 공학의 정수가 집약된 이 환상적인 풍경은 강민우라는 한 남자가 쓴 거대한 기획안의 결과물이었다.
이곳에 세 명의 인물이 모였다. 로제타 전 황녀(현 제국 이사회 의장), 크로노스 전 마왕(현 마계 사업 부문 대표),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강민우 기획실장.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혈통도, 무력도 아니었군요. 바로 이 작은 종이 위로 흐르는 시스템이었어요."
로제타는 민우가 건넨 분기별 경영 성과 보고서를 넘기며 감탄했다.
"나도 처음엔 그대를 죽여서라도 질서를 되찾고 싶었네만, 이제는 그대가 짠 판이 아니면 마계의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
크로노스 역시 씁쓸하지만 명확한 어조로 동의했다.
민우는 서울에서의 사내 정치와 파벌 싸움을 떠올렸다.
오너 일가의 눈치를 보며 줄 서기에 급급했던 수많은 부장들과 임원들.
하지만 지금 그는 제국과 마계라는 거대 조직을 '삼인 체제'라는 견고한 거버넌스로 묶어 정점에 서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게 제가 설계한 지배구조의 핵심입니다."
그는 은빛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보았다.
그는 단순한 기획자를 넘어,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집필자'였다.
이제 세상은 더 이상 전쟁과 증오로 얼룩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피스 워커의 눈' 스크린에는 [시스템 안정화 지수: 99.8%]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떠올랐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고들 하지만, 저는 역사가 '설계자'에 의해 쓰여진다고 믿습니다."
민우의 나직한 혼잣말은 엘란의 야경 속으로 조용히 흩어졌다.
완성을 향한 그의 마지막 마침표가 이제 단 몇 장만을 남겨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