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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94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4화: 공화정의 서막

엘란의 밤하늘은 이제 별빛보다 더 밝은 인공 마법 광원들로 가득했다.

거대한 마천루들의 실루엣은 마치 현대의 마포나 잠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해졌고, 도시의 공기는 과거의 마력 찌꺼기가 아닌 정제된 에너지의 활기로 가득 찼다.

이 환상적인 야경을 내려다보며 민우는 제국 헌법 제1조를 수정하고 있었다.

"황권은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주주들의 위임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서울에서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할 때, 그는 재벌가의 세습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들을 수없이 기안했었다.

정관 변경 하나로 총수 일가의 권한을 제한하려던 그 시도들은 늘 좌절됐었지만, 이곳 이세계에서는 달랐다.

이미 경제의 줄기를 움켜쥔 민우에게 황녀 로제타와 마왕 크로노스는 그저 최고의 의장직을 수행하는 파트너일 뿐이었다.

민우는 헌법 수정안을 집행하며 '입헌군주제'를 넘어선 '주식회사 공화국'의 기틀을 닦았다.

왕족의 혈통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 등급이었고, 마력의 강함보다는 자본의 유동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통치는 전문가들에게, 권위는 상징에게."

이 단순한 원칙이 수천 년간 지속된 신분제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민우는 은빛 만년필 끝으로 역사의 문장을 한 자 한 자 고쳐 썼다.

그는 단순히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기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원한 플래너'였다.

'오피스 워커의 눈'이 투사하는 시스템 맵 위에서, 구시대의 붉은 노이즈들이 서서히 푸른색 안정권으로 변해가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 세계는 누구 한 사람의 변덕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의 비호를 받게 될 것이다.

민우가 그토록 꿈꿔왔던, 예측 가능한 세계의 완성이 코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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