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3화: 제1회 통합 주주총회
제국 황궁의 대강당은 이제 '라피아-크로노스 홀딩스'의 임시 주주총회장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금색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천장 아래, 제국의 대귀족들과 마계의 군단장들이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마법 스크린이 아닌, 민우가 특별히 제작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다음 분기의 예상 수익률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투사하고 있었다.
환상적인 빛의 입자들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신대륙 개발 사업'의 청사진을 그려냈다.
민우는 연단에 서서 차분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이어갔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평화가 아닙니다. 독점을 통한 지대 추구가 아니라, 두 세계의 자원을 결합하여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는 서울에서의 이사회 풍경을 떠올렸다.
대주주들의 이기심과 사외 이사들의 눈치 보기 사이에서, 기획실 대리였던 그는 언제나 구석진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세계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직접 재설계하는 설계자로서 연단 중앙에 서 있었다.
"황제 폐하와 마왕 전하는 이제 통치자가 아닌, 지주회사의 '공동 의장'으로서 상징적인 권위만을 가집니다. 실무 결정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투명하게 처리될 것입니다."
폭탄 선언과도 같은 민우의 말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절대 군주제의 종말을 고하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민우는 요동치는 장내를 향해 차갑게 식은 눈빛을 보냈다.
그는 만년필을 펜 렉에 꽂으며 '오피스 워커의 눈'으로 반대파들의 동태를 살폈다.
붉은색 경고등이 곳곳에서 깜빡였지만, 이미 대부분의 주요 자산가들은 민우가 제시한 막대한 배당금 계획안에 영혼을 판 상태였다.
자본주의라는 가장 강력한 마법 앞에서, 낡은 권위는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오늘, 이세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판을 짜고 있었다. 영원한 기획자, 강민우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