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2화: 시스템의 융합 (PMI)
하늘을 가로지르는 마력 철도가 엘란의 마천루 사이를 매끄럽게 통과하고 있었다.
투명한 강화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환상적인 야경은 이제 서울의 테헤란로보다 더 세련된 빛을 내뿜었다.
마석 램프의 인공적인 빛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마력 회로처럼 유기적으로 박동하는 이 풍경은 민우가 설계한 '뉴 월드 오더'의 실체였다.
민우는 집무실에 쌓인 방대한 서류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제국과 마계, 두 거대 조직의 통합은 단순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사 규정, 회계 기준, 심지어는 공용어 표기법까지 모든 것이 충돌했다.
"서울에서 외국계 기업과의 합병을 도왔을 때도 이 정도로 복잡하진 않았는데."
민우는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엔 언어 장벽보다 더 무서운 조직 문화의 충돌 때문에 수많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족들은 실적 위주의 성과급 제도를 '명예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반발했고, 제국 귀족들은 마족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불쾌해했다.
그는 은빛 만년필을 고쳐 잡으며 '오피스 워커의 눈'을 활성화했다.
푸른 스크린 위로 두 조직의 갈등 지수가 붉게 요동치고 있었다.
"감정은 숫자로 해결할 수 없지만, 이익은 숫자로 증명할 수 있지."
민우는 제국 귀족들에게는 마계 자원 개발권의 지분을, 마족들에게는 제국의 선진적인 마법 공학 기술 접근권을 미끼로 던졌다.
명예보다 앞서는 것은 생존이고, 생존보다 앞서는 것은 탐욕이다. 민우는 그 인간과 마족의 공통된 본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기획자를 넘어, 두 세계의 운명을 조율하는 '역사의 집필자'로서 밤을 지새웠다.
창밖의 마천루들이 하나둘 불을 끄고 새벽이 찾아올 때까지, 그의 펜 끝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의 시스템이 재편되는 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