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74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74화: 부동산 개발의 귀재

새로운 개발 계획서 지도를 보며 민우가 무분별하게 낙후되어 있던 강 남부 수복 영지의 신도시 개발 구상을 확정했다.

집무실 창밖은 여전히 구시대의 특권을 수호하려는 귀족 세력과의 '장부상의 냉전(Cold War of Ledgers)'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지만, 그 전선은 이제 민우가 설계한 신도시의 격자형 도로망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굳건하게 웅크리고 있는 전근대적 도시 구조는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효율적인 인프라 배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할 거대한 개발 부지일 뿐이었다.

민우의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새로운 도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설계자의 메스와도 같았다.

그는 창밖으로 분주히 이동하는 마차들을 보며, 서울 강남의 빌딩 숲이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거대한 상업의 심장부로 탈바꿈했는지 그 정교한 도시 공학의 역사를 떠올렸다.

입지 분석과 교통망 확충, 그리고 배후 주거지의 설계.

"도시는 단순한 건물의 집합이 아니다. 자본과 인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교차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사회적 하드웨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집무실의 조명 마법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교통 요충지에 상업 구역과 배후 주거지를 기획하여 토지 분양 자금을 획득하는 스마트 영지 개발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신도시 주택단장이 긴 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태도로 그를 맞이하며, 미리 준비해 둔 도시 설계 조감도를 내밀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장님. 하지만 올려주신 주택 건설 기안서는 승인 결재를 해드릴 수가 없군요. 내역이 불분명한 전통적 건축 방식은 제 시스템 안에서는 그저 '비효율적인 로그'일 뿐입니다."

단장이 가문의 신성한 규칙과 수백 년의 전통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귀하가 말하는 전통은 신도시의 교통 체증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길을 뚫고 은행 지점을 놓으면 버려진 벌판도 대륙에서 가장 값비싼 상업 중심지가 됩니다.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의 부서와 관련된 모든 중앙은행 예금 계좌는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무기한 동결' 처리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냉혹한 구조조정 플랜이 현실로 투입되자 제국 전체의 영토 지형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고도로 활용해 성과를 입증한 관리들에게는 분양권이라는 당근을, 태업을 일삼던 세력들에게는 법원 영장이라는 경제적 단두대를 들이밀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도시 개발 가이드라인이었다.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와 투명한 시장 유통 제어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영지 개발의 비효율은 질서 정연한 톱니바퀴처럼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분기 결산 보고서 상단에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게 안착했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도로를 따라 신도시 분양 대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입고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완료 메시지를 띄웠다.

제국의 국고가 유례없이 가득 찼다는 메시지가 민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다음은 황실 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국유화 조율인가. 설계자의 야근은 차원을 넘어도 변치 않는군."

세상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표지소설
연재중 5%
#아카데미#판타지#음악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평생 남의 이름 뒤에 숨어 곡을 쓰다 과로사한 무명 작곡가 강하진이, 음악이 마법이 되는 판타지 아카데미의 마력 제로 낙제생 하진으로 빙의한다. 퇴학 직전 24시간 루프와 [신들의 작곡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의 화성학과 거장들의 선율을 대기 에테르 유도식으로 변환하며, 악보 한 장으로 아카데미와 제국을 뒤흔드는 천재 작곡가의 대마법 성장기.

7화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