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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69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9화: 특수 복지 정책

공장 단지 내에 신축된 무료 탁아소와 병원 건물 앞에서 노동자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퇴근하는 풍경은 제국의 산업화가 인간의 얼굴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그저 소모품 취급을 받던 이들이 이제는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제국의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전근대적 노동 착취는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시급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개선해야 할 비윤리적 경영의 표본이었다.

민우의 손끝에서 날카롭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는 설계자의 메스와도 같았다.

그는 창밖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탁아소를 보며, 서울 대기업 기획실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심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복지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노동자의 숙련도를 유지하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고도화된 투자 전략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정의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시스템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게 만드는 정교한 안전망의 설계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집무실의 조명 마법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노동자의 만족도가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짐을 입증하는 특수 복지 연계 제도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인사관 로즈가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미리 준비해 둔 복지 투자 수익률(ROI) 분석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내밀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관님. 하지만 올려주신 비용 절감안은 승인 결재를 해드릴 수가 없군요. 노동자의 건강과 보육을 외면한 단기적 이익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치명적 리스크'일 뿐입니다."

로즈가 가문의 전통적인 노무 관리 방식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귀하가 말하는 효율은 숙련공들의 이탈을 막지 못합니다.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영지에 묶어두는 최고의 투자이자 시스템의 안정 장치입니다.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의 부서와 관련된 모든 중앙은행 계좌는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무기한 동결' 처리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냉혹한 구조조정 플랜이 현실로 투입되자 제국 전체의 사회 지형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활용해 실무 능력을 입증한 관리들에게는 특별 포상을, 태업을 일삼던 세력들에게는 법원 영장이라는 경제적 단두대를 들이밀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복지 가이드라인이었다.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와 투명한 사회적 책임 경영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계급의 갈등은 질서 정연한 톱니바퀴처럼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분기 결산 보고서 상단에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게 안착했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도로를 따라 노동자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알림을 띄웠다.

이탈률 0% 달성 및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생산 효율 혁신 제안이 매월 쏟아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민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다음은 대규모 공개 채용 시스템의 기획인가. 설계자의 야근은 차원을 넘어도 변치 않는군."

세상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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