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68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8화: 마도 자동화 라인

발두르의 신축 공장에서 마법 컨베이어 벨트가 질서 정연하게 부품을 운반하는 광경은 제국의 산업화가 정점에 달했음을 상징했다.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된 노동자들은 이제 숙련된 시스템 관리자로 거듭나며,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안정적인 급여와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전근대적 가내수공업의 비효율은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시급히 자동화 패치를 적용해야 할 거대한 구식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새로운 생산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설계자의 메스와도 같았다.

그는 창밖으로 쉴 새 없이 제품을 실어 나르는 마차들을 보며, 서울 근교 산업 단지의 스마트 팩토리를 떠올렸다.

규격의 표준화와 공정의 자동화라는 현대 기획의 정수가 이 판타지 대륙의 마법 공장에서도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주문이 아니다. 인간의 실수를 원천 차단하는 정교한 시스템 설계와 효율적인 보급망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집무실의 조명 마법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수동으로 조립하던 마도 장치 부품들의 규격 표준화 및 최초의 공장 조립 자동화 설비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수석 엔지니어가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미리 준비해 둔 공정 분석 보고서를 테이블 중앙에 내밀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엔지니어님. 하지만 올려주신 장부와 수동 생산 기획서는 승인 결재를 해드릴 수가 없군요. 내역이 불분명한 생산 방식은 현대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 앞에서는 그저 '에러 로그'일 뿐입니다."

엔지니어가 가문의 신성한 규칙과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귀하가 말하는 장인 정신은 대중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사람의 실수 없이 규격대로 조립되는 이 자동화 기획이 대량 생산의 진정한 마법입니다.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의 부서와 관련된 모든 중앙은행 예금 계좌는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무기한 동결' 조치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냉혹한 구조조정 플랜이 현실로 투입되자 그 파급력은 제국 전체의 생산 지형도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활용해 실무 능력을 입증한 기술자들에게는 특별 성과급과 승진의 기회를, 태업을 일삼던 세력들에게는 법원 영장이라는 경제적 단두대를 들이밀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행정 규칙 가이드라인에서 나오고 있었다.

자본과 기술의 적재적소 재배치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의 비효율은 질서 정연한 톱니바퀴처럼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분기 결산 보고서 상단에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게 안착했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마도 수송 도로망을 따라 자동화된 제품들이 활기차게 수송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완료 메시지를 띄웠다.

마도 장비 불량률이 0.1% 이하로 감소하고 생산 단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다.

민우는 만년필을 소중히 꽂으며 식어버린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

"다음은 노동 복지 시스템의 구축인가. 설계자의 야근은 차원을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군."

세상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표지소설
연재중 5%
#아카데미#판타지#음악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평생 남의 이름 뒤에 숨어 곡을 쓰다 과로사한 무명 작곡가 강하진이, 음악이 마법이 되는 판타지 아카데미의 마력 제로 낙제생 하진으로 빙의한다. 퇴학 직전 24시간 루프와 [신들의 작곡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의 화성학과 거장들의 선율을 대기 에테르 유도식으로 변환하며, 악보 한 장으로 아카데미와 제국을 뒤흔드는 천재 작곡가의 대마법 성장기.

7화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