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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67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7화: 드워프의 용광로

지하 광산 도시의 거대한 용광로가 뿜어내는 시뻘건 쇳물은 단순히 철을 제련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새로운 산업 동력을 주조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과거의 절망 대신, 숙련된 기술이 보장하는 정당한 임금과 가족의 안온한 저녁에 대한 희망이 서려 있었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굳건하게 웅크리고 있는 전근대적 생산 체계의 비효율은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가장 먼저 구조조정해야 할 병목 구간일 뿐이었다.

민우의 잘 훈련된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새로운 공급망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설계자의 메스와도 같았다.

그는 창밖으로 분주히 철강 자재를 실어 나르는 마차들을 보며, 서울의 정밀 부품 공장들이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던 산업 단지의 풍경을 떠올렸다.

원가 절감과 공정 최적화라는 현대 산업의 핵심 논리가 이 판타지 대륙의 지하 도시에서도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결국 거대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영웅의 무력이 아니다. 단 1퍼센트의 오차도 없는 원자재 공급망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집무실의 조명 마법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드워프 철강 길드와 중앙은행 간의 상호 출자 조약을 체결하여 독점적인 철강 제조 체인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드워프 족장 그롬이 긴 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민우는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태도로 그를 맞이하며, 미리 복사 마법으로 정갈하게 편집해 둔 방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밀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롬 족장님. 하지만 올려주신 원가 청구서는 도저히 승인해 드릴 수가 없군요. 내역이 불투명한 전통적 산정 방식은 제 시스템 안에서는 그저 '데이터 오류'일 뿐입니다."

그롬이 가문의 신성한 규칙과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운운하며 회의용 테이블을 내리쳤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직시했다.

"귀하가 말하는 장인 정신은 장부의 거대한 적자 구멍을 메워주지 못합니다. 시장 경제와 숫자의 인과율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우리가 자본을 대겠습니다. 대신 당신들은 그 기술로 대륙 최고의 선로와 대포를 찍어내십시오.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와 관련된 모든 중앙은행 예금 계좌를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무기한 동결' 조치하겠습니다."

설계자의 냉혹하고 칼 같은 행정 처분이 현실로 투입되자 그 파급력은 대륙 전체의 산업 지도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고도로 활용해 성과를 입증한 기술자들에게는 특별 보너스와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고, 뒤에서 횡령을 일삼던 세력들에게는 법원 영장이라는 경제적 단두대를 들이밀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행정 규칙 가이드라인이었다.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생산의 비효율은 너무나 부드럽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화해와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마침내 하루의 모든 결재 업무가 종료되고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게 찍혔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마도 수송 도로망을 따라 철강 원자재가 활기차게 수송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완료 메시지를 띄웠다.

철강 공급 단가가 50% 인하되어 주식회사들의 제조 인프라 건설이 가속되고 있었다.

민우는 만년필을 소중히 꽂으며 식어버린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

"다음은 마도 자동화 라인의 기획인가. 야근은 차원을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군."

세상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정의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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